아름다운 밤이었다. 유려한 곡선으로 거대한 원을 그리는 유리 육교는 환한 조명을 내뿜고 있었고, 그 아래 LED 조명에서는 형형색색의 음표를 그리며 시시각각 바삐 선율을 자아내 삭막하고도 추운, 거대한 광장의 숨결을 감싸고 있었다. 그 아래에는, 사람들 한 두 명씩 저마다의 이어폰을 끼며, 서로에 거리를 둔 채 적막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들의 발걸음에 닿는 아스팔트 바닥. 그 바닥으로부터 적막함과 딱딱함, 무거움이 올라와 한적한 대기 사이에 존재감을 각인 시키려 발버둥치고 있었다 . 한 켠에 서있는 지하철 출구는 그 도시로부터 버려진 듯, 유리 방벽으로 자신을 애써 보호하는 듯 했고. 그 옆에 세워져 있는, 수많은 이름 모를 킥보드와 자전거들. 갈 곳을 잃은 채, 누군가에 의해 버려진 듯 여기저기 제각각 흩어져있었다.
그리고, 그 지하철 출구 앞에서 나와 어떤 여자가 마주 보고 서있었다. 얼굴은 밤하늘에 지워지기라도 한 듯이 흐릿해 보였으나, 목소리 만큼은 선명했다. 성숙하고도 우아한 목소리. 그런 그녀를 나는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나에게 말했다.
“노아.. 노아는 분명..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반드시요.”
눈물이 글썽인 채, 울먹이는 그녀의 목소리는 차가운 대기와 함께 조용히 나에게 불어왔다가 왔던 길 그대로 불어가 어딘가로 흩어져 버렸고. 나는 아무도 없는, 빈자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외쳤다.
“돌아와.. 보고 싶어.. 제발..”
그때였다.
“노아~”
나는 뒤돌아보았다. 뒤돌아보니, 내 앞에 누군가가 밝은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두 눈에 한가득 뿌려진, 눈부심. 찰나의 잔상 효과가 지난 후, 눈을 다시 뜨니 신디가 나를 향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푸른 하늘이 드리운, 고즈넉한 한옥 카페만이 내 시야에 보일 뿐이었다.
“나.. 잤니?”
신디는 날 보며 말했다.
“나랑 데이트하는 게 졸려~~?? 자기 나빠~~”
신디는 입을 삐쭉 내밀며, 고개를 숙인 채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나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하하하~~ 아니, 어제 야근해서 그래~~ 야근~~”
“아니, 자기 회사는 일할 사람이 그렇게 없어? 자기 없으면 회사 안 돌아가?”
“어, 진짜 안 돌아가.. 진심으로 말하는 건데, 나 없으면 안돌아가드라..”
그때, 신디가 내 얼굴에 가까이 다가간 채 활짝 미소 지은 채 말했다.
“그래서, 언제 프로포즈 할거야?”
나는 신디의 말에 놀란 채 물었다.
“프.. 로포즈?? 갑자기??”
신디와 내가 사귄 지, 1년을 지나, 2년째가 되어가는 어느 날. 불현듯, 하루 중 갑자기 훅 들어온 그녀의 질문. 그 질문에 대해 나는 대답을 해야 했다. 아니, 선택을 해야 했다.
결혼하거나, 헤어지거나.. 둘 중 하나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의 본격적인 프로포즈 대작전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