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빼도 박도 못하는 거야~

by 노아

어머니의 결심에 나는 한동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고. 갈 곳 잃은 내 신경은 신디에게 닿지도 못한 채 붕 떠 있었다. 그때 어머니와 합이라도 맞추고자 하는지 신디가 당당히 자신 있게 그녀의 제안에 화답하였다.


“그래~ 한번 뵙자고 말해~ 나도 어머님 뵙고 싶어~”


50년이 넘은 내공을 지닌 어머니와 이제 막 떠오르는, 30년 갓 넘은 신예~ 서로 다른 그녀들이 만나 무공을 겨룬다라.. 과연 그 승부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제껏 내 무예를 위협하는 자는 없었기에, 내 생애 다시는 내 무예를 손보일 기회가 없을 줄 알았건만.. 좋다~ 우리, 자웅을 겨뤄보자꾸나~


적막 속에 흐르는 땀의 소리가 진공을 가르고~ 순간순간마다 요동치는 내 심장 소리~ ㅋㅋ


신디가 흔쾌히 뵙고 싶다고 답변하여 ‘신디 왜 그래?ㄷㄷ’라는 마음으로 의아함을 잔뜩 느낀 채, 그날로 약속은 쉽게 잡힐 수 있었다. 뭐 사랑하는 내 어머니와 여자친구와의 3자 대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지 않은가! 무슨 적들이 만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어머니와 신디, 그리고 나. 이렇게 세 명이서 만나는 날은 무난히 정할 수 있었다. 다만, 신디가 나에게 신신당부했던 말이 있었으니~


“자기야!! 자기 어머님께서 집에 오실 때를 대비해서,
내 옷들은 전부 치워줘~ 알았지?”


치워줘 워 워


내 옷들은 들은 들은

치워줘 줘 줘


치워 워 워


신디의 음성은 까마득히 머나먼 저편으로 옅어져 가고~ 내 기억 속에서 흩어져가고만 있었다. 동시에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새 약속 당일이 되었으니. 그때, 나는 오늘이 무슨 날인지도 모르고 하염없이 자고 있었다. 그때,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바깥에 자욱한 한기 한가득 내뿜은 채 어머니께서 강림하셨으니, 냉기 가득한 곡조를 한순간 가득 읊조리기 시작하셨고. 그 곡조는 내 고막을 뚫고 내 안으로 들어와 한바탕 소용돌이를 자아내는 듯했다.


“노아!~~ 방이 이게 뭐니!! 먼지는 이게 뭐고~~!!! 요즘 회사일은 열심히 하고 있는 거야, 뭐야? 일 많으면 감사히 여겨야 해~~”


“아, 엄마~~~ 1절만 해요~~ 1절만~~ 나 어제 야근했어요..”


“야, 일 많은 게 좋은 거야~~ 감사히 여겨야 해~~ 너, 한창 취업 준비했을 때를 생각해라~ 초심을 잃었네 얘가~~ ”


아.. 고작 1분 지났을 뿐인데, 1시간은 가뿐히 능가할 만큼의 찐한 농도의 잔소리였다.. 가히 그 소리는 지나가던 헐크도 감마선이 역공학되어 브루스 배너로 돌아오는 소리랄까? 아침부터 어머니의 사랑 한구절 한구절 전부 듣느라 진이 다 빠지는 듯.. 기가 치약 짜이듯이 쫙쫙 짜이는 듯했다.. 아,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으니..


“자기야!! 자기 어머님께서 집에 오실 때를 대비해서,
내 옷들은 전부 치워줘~ 알았지?”


치워줘 줘 줘

내 옷들 전부 전부 부 부


치워 워 워


내가 아차! 싶기도 전에, 어머니께서 갑작스레 신디의 흔적들을 마주하였고. 그 흔적들을 본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이 옷들은 뭐니? 나는 이제 너의 여자라는 걸 공인하겠다는 의미니?”


어우... 지저스.. 삐이... 순간 정지된 내 머리.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살려줘.. 머리에 호흡이 멈춘 거 같아.. 머릿속 심장 박동이 멈춘 거 같아!! 의사 선생님~ 살려주세요~ 하나님~ 세상이 멈춘 거 같아요~ 제발, 오 신이시여.. 지금 일시 정지 한 거 같은 이 기분은 뭐죠??? 그 어떠한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도무지, 그 상황 속에서 내가 어떠한 말로 변명을 할 수 있을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신디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나의 어머니께서는 쿨하게 바로 넘어가셨으나..


나는 내내 머릿속으로 쉬지 않고 공전과 자전을 반복하는 느낌을 가져야 했다.




그리고, 집을 나선 우리는 약속 장소로 향했고. 향하면서 어머니께서 내게 대뜸 물어보셨다.


“그런데, 무슨 얘기하지? 중간에 내가 말문 막히면 네가 중재해줘야 해~ 알았지?”


제.. 가요??


그때, 비로소 실감하게 되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던 거 같았다. 그전까진 여자친구와 어머니를 만나게 하는 것만 생각했지, 그 이후를 전혀 생각 못했던 것이다.


아, 이 얼마나 멍청하고 바보 같단 말인가. 중간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하지? 인사해~ 이쪽은 30년 넘게 나에게 애정 어린 훈육과 애정을 책임지셨던 어머니시고, 이쪽은 앞으로 30년 넘게 저에게 애정 어린 잔소리와 애정을 책임지실 신디예요~ 서로 인사하세요~ 두 분의 공통점은 제 귓가에 참 많은 애정을 쏟아주...


참 막막하고 부담스러웠더랬다.. 이 생각을 내내 하면서 조금씩 약속 장소에 가까워지고 있었고. 저 멀리서,

문이 열리네요~ 그대가 들어오죠~~


신디 발견! 그렇게 신디에게 한걸음 한 걸음씩 다가오는 어머니와 나, 그리고 신디. 그리고 서로를 이제야 마주한 두 사람.


“안녕...?”


“안녕 하.. 세요~~”


그러나, 그녀들은 예상보다 서로에게 과한 애정을 보이시며 마치 오래 알고 지내던 모녀처럼 대화를 자연스레 하셨으니~ 내가 필요.. 없을 정도였다(왜지???) 자연스레 하하 호호 웃으며, 농담도 하시고 그랬는데.. 정말 화기애애하셨다. 나는 어머니께서 이렇게 하이톤으로 누군가에게 말을 하는 걸 본 적이 일찍이 없었는데 말이다.. 하하하하.. 어머니.. 너무 낯설어요, 그 모습.. (저에게는 그 하이톤을 단 한 번도..)


아무튼,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분위기가 되게 편안하게 느껴지는 걸(나만 편했을수도?)~ 어머니의 리드하에 대화를 많이 할 수 있었는데, 내가 느끼기에 어머니와 신디 두 사람은 꽤 닮아 보였다. 언행이나 행동, 성향, 특성, 취향 모든 면에서 똑같아 보였다. 직접 내 눈으로 보니, 새삼 새롭게 느껴지면서 내가 왜 신디에게 마음을 끌렸는지 그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신디는 어머니를 닮았던 것이다..


F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T의 성향이 강한 나. 장난을 안 칠 것 같은 이미지이지만, 그 누구보다도 장난기가 극한에 달할 정도로 심한 성격의 나. 자유분방함과 돌아이를 추구하며 시답잖은 아재 개그를 좋아하는 내 진짜 모습을 품어줄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어머니와 신디 밖에 없을 것이다. 어머니와 신디를 함께 만나면서 이 사실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어렴풋하게나마 알았던 걸 확실히 알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달까?


그렇게 티타임까지 한 우리는 다시 고향으로 내려가시는 어머니를 뒤로 한 채 사진 한 장과 함께 헤어지게 되었고.




그로부터 몇 시간 후에, 어머니께서 외할머니께 신디와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셨다는 말을 듣고야 말았다.

그렇다. 우리 외가 친척 전부 알게 된 것이다.


“노아가 드디어 결혼을 한다!!!”


아하하하하.. 가.. 감사합니다.. 자 이제 빼도 못하는 거야, 신디~ 우리 결혼은 오픈된 거라고~ 흐흐~

이제 결혼을 향해 달려가야 하는 우리. 그러나, 그전에 잠시 쉬어가는 타임으로 어느 댄서를 만나게 되었으니~ 내가 잊고 있었던 꿈을 다시금 마주하던 순간이었다..

keyword
이전 08화마침내 시작된 우리의 삼각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