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2022년 5월 30일. 어느 댄서와의 인연은 그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1년이 넘는 시간을 트레바이 독서 모임 활동 하다가 그 모임을 나온후, 새로운 모임으로 넷플연가 어느 시나리오 모임을 시작했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연애를 하기 위함도 있었지만, 그보다도 당시 내가 넷플연가 시나리오 모임을 시작했던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오로지 내 목표는 작가가 되는 것!!”
작가가 되기 위해서 견문도 넓히고, 일을 하면서 멀어져만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작가로서의 꿈을 붙들기 위함이었다. 모임 활동이라도 하면서 글을 쓰면, 그래도 조금은 꿈을 잃지 않겠단 느낌이 들어서.
그래서, 넷플연가 시나리오 모임에 가입했었고, 그 모임에서 그 댄서를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모임원에 불과했었다. 언젠가 한 모임원 집에서 파티가 있었을 때, 계속 내 언행 하나하나를 포착해 약간 흉내 내며 장난을 친다거나 언급을 했었던 적이 있었고. 그때 이후로는 약간 “이 여자 뭐지? 뭔데, 왜 자꾸 나한테 태클이야?” 라며 비호감이었더랬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신촌에서 신디와 데이트를 하던 어느 날에 그녀를 한 포스터에서 다시 마주했으니.
서울프린지페스티벌 2024 오픈스테이지
극장 PLOT에서 하는, 1인 모노로그 퍼포먼스 공연이었다.
이에 궁금증이 갑자기 들어서 그녀에게 공연에 대해 물었고, 자연스레 그 공연으로의 초대로 이어질 수 있었다.
궁금했다. 모임 때 그녀가 연기를 했었다는 건 짐작했었는데, 과연 어떤 모습일까? 어떤 연기를 선보일까. 이러한 궁금증 가득 가진 채, 공연 당일! 어두운 객석에서 신디와 함께 앉아 그녀의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암전. 이윽고 어두운 밤이 안개처럼 대지를 스치듯이 맴돌며 방황하던 차에 대지와 하나가 되어 내 앞에 나타났던 그녀. 그녀의 동작은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수시로 속도를 달리 하며, 홀로 희미하게나마 뜨거운 입김을 온몸으로 내뿜으며 자욱해진 밤안개를 거두고 있었다. 동시에 울리는 그녀의 대사. 깊숙한 내핵으로부터 끌어 올라온 태양이 퍼져나간 채, 빅뱅을 일으켜 밤안개를 걷힘과 동시에 한순간 낮이 된 듯 환해졌고. 그 빛이 드리우면서 그녀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어두운 밤 속에서 희미하지만 꺼져가는 작은 불빛을 선망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그녀의 연기를 볼 수 있었다. 이후, 시퀀스마다 선보이는 그녀의 연기와 동작을 보면서 감탄과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표현력과 연기, 광기와 몰입감 등이 너무 찐이었고,호흡과 발성에서 파워가 느껴져서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그 모습에 점점 배우의 아우라를 풍기면서 성장해 가는 듯한 그녀의 발전이 새삼 멋있다고 느껴졌었다.
그녀는 예술 관련해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런 그녀의 행보에 나는 멈춰있는 내 꿈을 되돌아보았다.
나는 작가가 되겠다는 내 꿈을 잃은 건가..
망각한 건가..
컴퓨터 속 큰 따옴표와 작은따옴표, 묘사 글로 수놓아진 텍스트 보다도, if else와 for 문, def 함수 명, 알고리즘 등으로 수놓아진 IT세계에 익숙해진 건 아닌가..
돈을 벌게 되면서, 승진과 연봉 인상 등과 함께 내 현실 세계는 성장을 거듭해오고 있고, 그에 따라 신디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요인들도 자라오고 있지만, 예술에 대한 내 세계관은 정체되어있지 않나? 시대에 뒤처져 있지 않나.. 이런 반성 또한 하게 되는 거 같다.
시대의 감을 잃지 않으려 애쓰고 있고, 편견에 빠지지 않고 언제나 중립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애쓰고 있기는 하다고 스스로에게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본다. 그러나 그런 나에게 도리어 이렇게 되물어본다.
그러면, 너는 지금 네 꿈을 위해 노력은 하고 있어?
그 질문에 나는 어떠한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말할수 있는건. 시간이 없다는 말 뿐이었다. 시간이 너무 없어. 이 세상에 나 혼자 뿐이라고 느껴졌던 때에는 나 혼자 오롯이 꿈꿀 수 있었다. 나만의 정서와 세계관 속에서 놀 수 있었다. 그러나, 신디를 만나고 신디 주변 사람들, 세계를 접하며 느꼈던 건 이 생각이었다.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아집에 사로잡혀있었구나..
그러나, 이렇게 넓혀진 세계관과 그에 따른 내 가치관을 담아낼 작품을 쓸 시간이 부족함을 느낀다. IT업계에서의 내 커리어와 작가로서의 내 꿈, 이 둘 간 균형을 이뤄야 할 거 같은데. 이 둘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거 같아서.. 고민이 많은 거 같다.
내가 너무 현실에 찌든 탓인 걸까? 아니면, 내가 너무나 게을러진 걸까? 많은 질문과 반성들을 끊임없이 해보게 된다. 어느 댄서의 공연은 내게 많은 걸 생각하게 했다.
“나는 과연 이렇게 살아갈 것인가?
20살, 서울에 올라와서 나 스스로에게 했던 약속을 지킬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믿는다.
2017년의 어느 날, 내가 갑자기 무슨 마법이라도 걸린 것처럼 글을 써 내려갔던 것처럼, 언젠가 때에 이르면, 무슨 마법이라도 걸린 것처럼, 약속이라도 한 듯이 글을 써 내려갈 것이라고.
그전까지 천천히 나만의 길을 걸어가는 걸로. 치우치지 않는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깊이를 키워나가자고. 그 댄서의 공연을 보고 여운을 느끼며, 끊임없이 내 꿈을 잃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맹세하고 또 맹세하며 공연장을 나와 거리를 거닐었다. 한참을 거닐었던거 같았다..
그 거리를 거닐다가, 문득 떠오른 한 사람..
그 꿈을 꾸던 시절, 내 곁에 함께 있었던 동료..
걔는 어떻게 지낼까?
그 녀석이 문득 궁금해지던 차에 그 동료로부터 연락이 와서 꽤나 오랜만에 얘기를 할수 있었고. 그로인해 만나자는 약속도 자연스레 잡을수 있었다. 이렇게 그 녀석과의 밀회가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