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예서의 성적은 전적으로 저한테 맡기시고, 어머닌 그저 예서의 건강만 신경 써주십시오.”
스카이캐슬 김주영 대사 중에서-
요사이 자주 오고 있는 강남 어느 로데오 거리~ 여느 도시들과 다르게, 세련되고도 차가운 느낌이 물씬 풍기고 있었다. 거리는 절제가 있었으며, 티끌의 먼지 하나 허락지 않는 듯했다. 그 어느 한 곳에서도 냄새라는 걸 허용하지 않은 무향 그 자체였으니. 인간의 온기라는 게 전혀 느껴지지 않음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리고 인간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거리와 실내 곳곳에는 수많은 화장품 및 향수 냄새만이 가득 대기를 잠식해 내 후각을 자극하고 있었다. 나는 그 냄새에 경계를 풀지 못한 채 정신 못 차리고 있었다. 그 거리를 거니는 신디와 나.
“신디, 어디야?? 다 온 거니? 너무 멀어~”
“다른 남자친구들은 차 몰고 가던데~~~ 자긴 차 언제 몰아~~~”
“하 참나... 아니 왜 차 얘기가 거기서 왜 나와~~~~~~ 미안하다~ 구준표나 김신이 아니라서어~”
걷다가 훅 치며 선방으로 들어온 신디. 그런 신디의 말에 지지 않고 강력한 방패로 막으며 대응한 나. 그렇게 한동안 우리 사이에 말다툼이 이어지고. 그러면서 이번, 우리의 목적지인 플래너 업체에 도착! 업체 건물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신디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우리, 컨셉 잡고 갈까? 나는 부동산 재벌인 아버지의 아들 컨셉으로~ 자기는 그런 남자의 피앙새로~ 어때? ㅋㅋ”
신디는 그런 나를 한동안 보다가 말했다.
“노아, 장난 그만 하구~ 이 업체는 상당히 고급 클라이언트들만 상대한다고 들었어~ 협력 업체들도 상당히 가격이 세구~ 한번 상담받아보면서, 견적 받아보자~”
우리가 상담받으러 가는 플래너 업체는 앞전에 갔었던 플래너 업체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전에 상담받으러 갔던 업체는 웨딩 업계에서 삼성 전자 급의 위상으로써 저렴한 곳부터 비싼 곳까지 가격대 선택지의 폭이 다양했다면, 이 업체는 무조건 비싼, 그만큼 서비스나 질 여러 면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지의 상당히 제한된 폭을 가진 곳이었던 것이다.
유리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우리 눈에 보인 건, 건물 한쪽이 탁 트인 유리창으로 되어있어서, 그 창 너머로 수많은 빌딩 건물들 풍경이었고. 그 앞에는 유리로 되어있는 탁자와 먼지 한올 보이지 않는 의자에 아담하고도 단정한 조명, 나무 재질의 타일 바닥까지 상당히 깔끔하고도 군더더기 없는 실내에서 무언가 세련됨이 느껴지고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가 우리로 하여금 고급스럽다는 이미지까지도 느껴지게 할 정도였달까?
그리고 유리 칸막이로 해서 2~3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사이즈의 방들이 있었다. 안내 데스크 직원이 우릴 그 방들 중 한 방으로 안내하였고. 그 방에서 신디와 내가 방에 있는 모니터를 보고 있는 와중에, 방문을 열고 하이톤의 그녀가 들어왔으니.
“신부님~ 신랑님~ 안녕하세요~”
적당한 온기가 있는 피부에 힘이 없는 눈꺼풀. 하이톤이지만, 그렇다고 오버스럽지 않고 단정한 어투의 음성. 그 음성 한음 한음이 부드러운 선율로 다가왔다. 그리고 우리를 보는 그 눈동자에서는 무언가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조금이라도 감길 듯한, 힘이 없는 눈꺼풀이었으나 그 눈꺼풀 너머에 보이는 그녀의 눈동자에서는 일말의 동요나 피로가 없었다. 오히려 피로했던 건 우리였다.
'신디, 이 플래너분.. 완전... 보통이 아니신 듯?? 센 언니 같은 느낌??'
'그르게~~'
“신부님~ 신랑님~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요~ 생각하고 있으신, 스드메 가격대가 있으실까요? 만약, 생각하시는 가격대 말씀해 주시면 그 가격대에 맞춰서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업체들 추천을 해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우리 업체로 하면, 이러이러한 점들이 좋을 것이다라던가, 이런 혜택들이 있다는 자기 어필이 전혀 없었고. 당시 우리가 원했던 견적, 그 자체에 포커스를 맞춰서 우리를 상담해 주셨는데, 마치 태양의 온기와 푸른 바람의 향기를 품은 서늘한 쇠의 칼날과도 같은 느낌이었달까?
우리를 존중해 주면서도,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많은 인사이트를 주셨다. 그 과정 내내 센 언니 같은 느낌이 들었고. 급기야는 이런 느낌이 들었다.
“파워 NP들의 세계에 파워 SJ가 온 거 같다..”
이 분은 철의 여인이다.. 그때부터 우린 이분에게 매료되었던 거 같았다. 왠지, 웨딩계에 이제 한 발자국 뗀 우리 어린양에게 “스카이캐슬” 김주영과도 같은 분이 강림하신 느낌~ 어머님~ 예서는 멘털이 약한 아이입니다~ 어머니,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그리고 신부님~ 만약, 저와 같이하신다면 저는 신부님을 많이 괴롭힐 거예요~ 다이어트!! 아시죠~~?? 같이 힘내봐요~!”
그리고 플래너님은 나를 보더니 바로 말을 이어갔다.
“신랑님은 머리 스타일 좀 바꾸자~ 제가 잘 아는 남자 전문 헤어 원장님 소개해줄게요~”
그 후, 우리가 생각한 가격대를 말씀드리자 그 가격대에 맞춰서 여러 업체들을 소개해주면서 설명을 이어가신 철의 여인.. 그분의 설명에 우린 바로 결정을 할 수 있었다.
“그래, 이 분이다!! 이분이라면, 사막 속에 떨어지더라도 오아시스를 바로 찾아갈 수 있을 거 같아.”
그리고 그날 바로 우린 이 분을 우리의 플래너로 선택해 계약을 진행할 수 있었고. 이윽고 단체방에 초대하였다. 단체방에 초대된 그녀는 망설임도 없이, 견적을 보내주시는 열정을 보여주셨고.
“드레스 본식 1벌 + 촬영 3벌 기준으로 OO업체 ~~ 만원, OO업체 ~~ 만원 ~~, 상담 때 원하셨던 ~~ 스튜디오 상품 구성은 ~~~~ 입니다. 그리고 헤어메이크업 2회 신랑님 포함해서 ~~~ 하고요~~ ~부원장님은 ~~ 만원, ~ 실장님은 ~ 만원~ 그리고 부케는요~~~ 고민하시다가 상의나 정보 필요한 거 있으심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그녀의 초대와 함께, 그녀와 신디 둘 간의 썸은 시작되었으니. 우린 웨딩홀, 플래너 계약을 거쳐 스드메의 준비 단계에 이르렀으니.. 우리가 결혼하기까지 약 316일 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