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설 연휴 동안의 웨딩 준비 공백 기간. 그리고 그 공백이 끝나고 다시 스튜디오 촬영일정부터 시작해서 드레스 샵 선정까지 정신이 없던 신디와 노아. 그런 우리들 앞에 갑자기 날아온 초대장 하나. 그 초대장은 바로 서울 중구 어느 호텔이었으니. 쏟아지는 철의 여인의 리드하에 찰나의 무릉도원을 꿈꾼 우리에게 이는 한줄기 빛줄기였으니.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이었다. 이에 초점을 잃은 채, 우리는 그곳을 향해 달리고 달렸으니.
각자의 집에서 출발하여 지하철을 타고 서울 중구 어느 호텔 앞에 도착. 우리가 그 거대한 홀을 지나, 한 라운지에 다다른 순간.. 우리 앞에는 거대한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마치 온 세상 밤하늘 별들이 딸기 하나하나로 가득 메워져 있는 듯하였다.
딸기의 탈을 쓴 디저트 세계에 먹음직스러운 비주얼로 우리의 후각을 자극하는 스테이크. 그리고 한편을 빼곡히 채운 딸기 군단.. 그리고 비어있을 공간 하나하나 전부 가지각색의 요리들로 전부 메우고 있었으니.. 그 광경이란 가히 압권이라 할만했다. 마치, 새하얀 겨울 대지 위를 붉은 딸기로 가득 퍼뜨려 덮으려는 듯 그 세가 강성해서 위협적인 도발로 다가오고 있었다. 우린 그 도발에 그만 홀리고 말았고, 매료되고 말았다.
“신디.. 온통 딸기야~~~ 알지? 오늘, 딸기 부셔보자!!!”
“그래~~~~ 오늘 만큼은 맛있으면 0칼로리~~~”
안내 직원의 제지 하에 그 세계로의 입장은 제약을 받았고. 천천히 흐르는 시간, 밀려오는 참을 수 없는 욕망. 저들을 먹고자 하는, 강렬한 유혹 앞에서 절제할 수 없는 식욕.. 그 모든 걸 참고 인내하며 기다리기를 몇 십 시간 같은 1분. 이윽고, 입장 시간이 되자마자, 우린 달려가 닥치는 대로 딸기를 담아 먹기 시작하였다.
행복했던, 하루 가득 채운 만족감이었다~
“내 생애, 이렇게 딸기를 지겹도록 먹는 건 처음인 거 같아~”
“예약하기를 잘한 거 같아~~ 자기~ 이것도 먹어봐~”
먹고 또 먹으면서 무한 뫼비우스의 띠에 갇힌 우리 먹방이여~ 영원히 마르지 않던 우리의 식욕을 그렇게 기어이 넘치는 먹방으로 만족시켰으니~
그렇게 먹고 난 우리는 소화시킬 겸, 우리의 다음 일정이 예정되어 있던 곳인 위례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예약되어 있던 스케줄까지 시간이 남아, 잠시 동네를 돌아보며 산책을 하였다. 송파 위례 거리를 거닐며, 동네를 구경하였다. 온통 높다란 신축 아파트 대단지들에 그 대단지를 따라 신축 건물의 여러 상가 건물들이 일렬로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단지들과 상가 건물들 사이로 철도가 건설되고 있었는데, 그 광경이 뭔가 평화로워 보이면서도 우아하고 고급스러워 보였다. 살기에 쾌적한 듯 느껴졌고, 안락해 보이는 느낌마저도 들었다. 무언가 동네에서 세련된 듯한 느낌도 들었고. 그래서, 이곳은 어떤 곳일까? 살면 어떨까? 란 생각을 하던 찰나에, 한 부동산이 보이게 되었고. 이에 나는 신디를 보았다. 그러자 신디가 나를 보며 말했다.
“들어가 볼까?”
순간의 생각, 찰나의 고민도 없이 부동산에 들어간 우리. 그곳에서 사장님이 말씀하셨다.
“어서 오세요~~”
그리고는 사장님께서 설명하셨다.
“위례가 말이죠~ 현재 여러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고, 여러 신축 아파트들이 들어섰잖아요~ 이 위례가 굉장히 커요~ 송파, 성남시 수정구 하남~ 이 세 도시를 잇는 거대한 도시인데요~ 현재 이곳에 지어지는 위례선이 완공되면, 강남까지 몇 분이면 갈 수 있는 등 교통 여건이 많이 해소돼요~”
사장님께서 설명하시는 걸 들으면서 무언가 시야가 트이기 시작하는 느낌이 들었다. 전에는 별 볼 일 없는, 아무것도 없는 도시였었는데, 이런 곳이었구나..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아무것도 없는 도시였던 게 지금 몇 년 사이에 이렇게 바뀌었구나.. 이 정도로 값이 올랐고, 비싼 동네가 되었구나..
이렇게 감탄만 하던 내게 신디가 눈짓으로 말했다.
‘이 사장님 말씀만 듣지 말고, 다른 부동산에 가서 다시 물어보자. 한 사람의 말만 듣고 판단하는 건 아닌 거 같아..’
‘그래, 다른 부동산에 가보자. 다른 부동산에 가서 혹시나 있을 다른 의견들도 들어보자~’
내가 서울에 입성했을 때가 2013년. 세상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부동산과 주식, 정치와 경제 등 모든 것들이 뉴스 속 일로만 여겨졌으며, 그러한 일들은 나와 별개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20살. 그때 내가 본 서울과 그 주변 도시들, 그 속에 살면서 여러 해 동안 나는 그저 똑같은 풍경만 보고, 똑같은 사람들만 보면서 세상은 바뀌더라도 내 주변 세상은 안 바뀌는 줄 알아왔었다.
그런데, 전혀 아니었다. 이는 내 무지였었다. 내가 주변에 관심을 두지 않은 사이, 나를 둘러싼 세상은 조금씩 속도를 내며 바뀌고 있었다. 또한, 한때의 강자가 약자로 전락하고 그때의 약자가 강자로 부상하는 등 그 힘의 균형 또한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음을.. 내가 알아왔던 세계가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할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또한, 무엇보다도 분했던 사실은..
아무리 좋은 정보를 많이 얻어도,
그만한 돈이 없어서 대처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굉장히 무력하고도 절망적인 현실이었다. 그 현실의 높은 벽을 체감한 순간이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신디와 결혼해서 애를 낳는다면.. 우리 애가 살게 될 터전은 지금보다 좋은 곳일까? 지금 내가 좋다고 생각한 곳일까? 우리 애가 그 여건에 터를 잡게 한 우리를 원망하지는 않을까? 그곳을 터전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던 우리를 책망하며 우리가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며 사는 미래를 꿈꾸는 게 아닌, 우리가 체감한 현실 속에 갇혀 살게 되는 것이 아닐까..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그때 신디가 날 보며 웃으며 말했다.
“우리, 같이 한번 찾아보자! 함께 알아보자~ 우리집 구할 수 있어~~!”
그때부터 나는 네이버 지도를 켜고 우리의 보금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우리 식구가 살게 될 첫 집을 찾기 시작했으니, 이 또한 결혼과는 별개로 험난한 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