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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리 Jun 08. 2022

먹방 유감

#먹는 것이 삶?#건강한 식도락#먹는차원이란


TV에서 먹방 프로그램을 가장 즐겨보는 사람이 남편이다.

늘 풀가동하는 자신의 머리를 쉬기 위한 제일 편한 프로그램이 먹방이라고 한다.

아무 부담 없이, 머리를 복잡하지 않게 하면서 본능을 대리 충족할 수 있는 프로그램.

언제부터인지 TV를 틀면 여기저기서 요리며, 맛집 찾기며, 많이 먹기며

그저 먹는 프로그램이 범람을 한다.

꼭 음식에 관한 프로그램이 아니라도 내, 외국인, 일반인, 연예인을 막론하고 

모든 이들이 등장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먹고 마시는 부분이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런 프로에서 때로는 요리 팁과 맛집 정보도 얻고, 

새로운 요리와 음식 트렌드도 알게 돼서 재밌기도 하다.

또한 유명 연예인들이 자신들의 만들어진 이미지를 깨고 먹는 본능에 충실한 것을 보면 

묘한 동질감도 느끼고, 친근함이 더해지곤 한다.


그런데 어떤 경우는 너무 지나쳐 보기에 힘이 든다.

먹는 것을 찾는 것이 삶을 유지하기 위한 아주 기본적인 욕구에서  나오는 것임은 자명한 일.

그런데 그것이 너무 지나쳐 몸을 해칠까 걱정될 정도로 끝없이 입에 욱여넣는 모습을 본다.

"저게 정말 사실일까? 사람이 저렇게 많이 먹을 수 있는 것일까? 아무래도 연출이겠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처음에는 맛있어 보이다가도 두 번, 세 번 반복해 같은 음식을 먹어대는 것을 보면 

저절로 숨이 막히며 속이 거북해진다.

그리고 사람인 듯 아닌 듯(?) 보이기까지 하며 저렇게 먹다가는 오래 살지 못할 것 같다는 걱정도 된다.

급기야는 그 모습을 재밌다고 지켜보는 남편까지도 이상해 보이며 혐오감까지 생긴다.

사람을 끝없이 먹는 이상한 동물의 차원으로 만들어 시청자들의 즐거움(?)을 찾게 하는 

그런 먹방이 왜 인기가 있는 것일까?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식도락이라는 큰 즐거움을 빼면 삶이 얼마나 재미없을 것인가.

먹는 즐거움이 삶의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부정하지도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많이, 탐욕스럽게 먹어야 하는 걸까.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많이 먹고, 남이 못 먹는 것을 먹는 것이 

자랑이자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어디 지금이 그런 시대인가. 

많이 먹어서 병이 생긴다고 하는 마당에.

꼭 기아와 빈곤에 뼈만 남은 앙상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구호단체들의 홍보영상과

기후변화와 환경파괴에서 오는 미래의 식량조달에 관한 우려들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제는 불편함을 넘어 혐오감까지 일으키게 하는 먹방은 좀 쉬었으면 좋겠다.


얼마 전 신문 인터뷰 기사에서 읽은 사찰음식으로 유명한 정관스님의 멋진 말씀이 다시금 가슴에 와닿는다.

"음식을 맛있게 만들고 예쁘게 모양내는 시대는 지났어요. 

이제 음식을 통해 자신을 변화시킬 줄 알아야 해요.

음식은 못해도 돼요. 자연과 어우러지는 섭생 방법을 깨우치고, 

내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만큼만 소식하고,  

탐욕 없이 사람과 사람이 만나 소통하며 에너지를 공유하는 방법을 아는 게 중요해요.

내가 사찰음식으로  바깥사람들과 만나는 이유도 

꼭 수행자가 아니어도 음식이 나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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