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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리 Nov 11. 2021

자식 모시기(1)

#엄마는 바다 #부모자식 #코로나


나이 들어버린 자식들을 데리고 산다는 것은 

연세든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것보다 떤 면에서는 더 힘들다.

내리사랑이라는 속임수 때문에 사사건건 힘들게 하는 자식은 용서가 되고, 

부모님께는 당연한 일을 해도 종종 힘들고 짜증이 난다.


코로나 덕택(?)으로 평상시에는 얼굴 보기도 힘들던, 

늦게 들어와 잠만 자고 아침도 안 먹고 후다닥 뛰어 나가던 딸들과 

거의 매일 식탁에 마주 앉게 되었다.

어머, 이게 얼마만이야! 반가웠다.

어린아이 시절을 제외하고는 중,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쳐 직장생활을 할 때까지

느지막이 일어나 식탁에 모여 앉아 느긋하게 대화 나누며 

즐겁게 아침을 먹어본 적이 몇 번이나 있었던가?

그 원망스러운 코로나가 이런 삶의 전환을 가져다주네! 

이런 시간이 주어졌을 때 많이 즐겨야지. 

또 언제 이런 날들이 올까...

행복한 삶의 전환을 갖게 한 코로나가 감사한 생각마저 든다.


12시가 다 되어가도 방문 안에서는 기척이 없다.

부스럭대는 소리가 언제 들리려나 나도 모르게 귀가 쫑긋해진다.

길게 이어진 재택근무에 이어 퇴사하고 이직 준비를 한다고 방에 들어앉은 딸. 

방구석에서 무엇을 하는지 나오지를 않는다.

밥 먹는 것도 저 편할 때, 자는 것도 한 밤중. 당연히 일어나는 것도 제 맘대로.

밥상 차려 놓고 일어나라, 먹어라, 부르는 것도 이제는 포기하고 

같은 집에 살아도 따로 사는 것처럼 불편하지 않도록 눈치를 본다.

눈치를 보는 것은 나뿐이 아닐 것이다. 

딸 역시도 문밖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것이다.

팽팽한 신경전이 방문을 사이에 두고 이어진다.


청소기 돌리는 것도 미루고, 티브이 소리도 줄이고 기다리다  책을 집어 든다.

집중이 되지 않는다. 

딸과 상관없이 내 일을 하려 해도 언제 문이 열리려나 신경이 자꾸 방문으로 향한다.

시간이 흐르는 만큼 가슴속에서 스트레스의 세기가 조금씩 강해진다.

벌컥, 문이 열린다.

어느 날은 "잘 잤니?" 물어보고, 어느 날은 아무 말도 안 하고 화난 표시를 한다.

어떤 경우에도 딸아이는 엄마의 감정을 꿰뚫는다.

내가 기분 좋게 받으면 저도 기분 좋은 듯 받고 

내가 언짢은 듯하면 저도 언짢게 아무 말도 안 한다.

아이고...

늘 돌부처 같이 변함없이 있어야 하는 게 엄마라는 자리인가. 

언짢은 표시를 한 뒤에는 꼭 후회가 따른다.


저는 얼마나 불안하고 힘들까, 

이 시기를 버텨 나가려고 또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텐데...

짜증 나던 가슴속에서 갑자기 안쓰러운 마음이 솟아오르며 

다 큰 딸아이가 시험공부하는 어린아이 같이 느껴진다.

이제는 그저 제가  생각하고 계획하는 것이 잘 지켜져서 

든든한 뿌리를 내릴 수 있게 지켜보며 마음 낼뿐.

엄마의 역할이란 그것뿐인 것을...

아점을 챙겨 먹고 별로 즐겁지 않은 표정으로 독서실로 향하는 딸. 

뒷모습이 짠~하다.

세상 살아나가는 게 참 녹녹지 않다는 것을 아는 부모의 마음이란 다 똑같겠지.


날은 점점 더워져 가고, 코로나는 언제 끝날지 모르고,

그래도 곁에서 건강하게 머물며 살을 맞대는 다 큰 아기 같은 딸이 있음에 감사한다.

그래,  다시 열심히 이 시절을 즐겁게 살자.

열두 시에 일어나면 어떻고, 첫새벽에 잠자면 어떠냐. 

부모품에서 아이 노릇 하는 것도 잠시지.

지나고 보면 그리워질 시간이기도 하고.

하루하루 평안하고 건강한 날이 이어지기만을 바라는 마음이다.

엄마는 스트레스 안 받는 큰 바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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