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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리 Sep 24. 2023

가을 아침 소묘

눈이 부시다

눈부신 가을.

눈부시다는 말을 대신할 단어가 없음이 아쉽다.

아침, 

창문밖 초가을 풍경이 너무도 빛나서 공원으로 뛰쳐나왔다.

지난여름의 폭염이 너무 혹독했던 때문일까,

팔에 와닿는 시원한 바람도, 열기를 한참 낮춘 햇살도, 맑고 건조한 풀냄새 섞인 공기도

너무도 반갑고 고마운 생각마저 든다.

모처럼 깊이 숨을 들이쉬며 살아있음을 감사한다.


푸름이 깊은 하늘에 새털구름이 살짝 누워 있고

새 한 마리가 훌쩍 날아간다.

넓은 잔디광장에는 잠자리가 빙빙 돌며 햇살 샤워를 하고,

흰 강아지 한 마리가 잠자리를 뒤쫓으며 뜀박질을 한다.

울긋불긋 물들기 시작한 나뭇잎들이 바람에 웃으며 반짝반짝 눈웃음을 보낸다.

흰나비 한 마리가 날개를 반짝이며 햇살을 타고 푸른 하늘로 날아간다.

나비가 날기엔 선선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불어 오고

솔방울이 툭하고 떨어져 발 앞으로 굴러간다.

등에 검은 먹물로 점을 찍은 듯한 흰 비둘기 한 마리가 빨간 발로 살며시 다가와 눈인사를 한다.

공원 사람에게 친숙한 눈길이다.

숲사이 만들어진 작은 오솔길에 보물같은 도토리가 예쁘게 떨어져 있다.

조잘거리는 작은 새소리, 멀리 들리는 차소리.

익숙한 하모니임에도 새로운 울림으로 귀에 내려앉는다.

검은 소나무밑 그네의자에 앉아 흔들리는 리듬에

나를 온전히 맡기고 눈부신 가을을 한껏 누리고 있다.

눈부시다는 말을 대신할 단어가 생각나지 않음이

한참 아쉬운 가을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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