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약점은 언제나 자식이다.

사랑은 아프다.

by 잉크 뭉치

언제부턴가,

부모의 약점은 자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이제는 아빠와 나, 단둘이 거리를 걸으며

산책을 나설 때마다

나누는 대화 속에서 세월의 무게를 느낀다.


어린 시절, 아빠는 늘 강인하고 듬직했다.

백두산처럼 넓었던 어깨,

넘어설 수 없을 것 같던 그 모습.


그러나 지금,

눈가의 주름은 세월을 새기고

백두산 같던 어깨는 어느덧 언덕처럼 작아졌다.


아빠를 떠올릴 때면

마음속에 수많은 감정이 얽혀든다.

미워했던 기억, 사랑했던 순간,

죄책감과 후회가 뒤섞여

끝내 말하지 못한 심정.


아빠를 떠올리며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은 "죄송합니다."

나는 분명 불효자다.


그럼에도, 아빠의 인생 대부분은 나로 채워졌다.

반지하에서 살며 자식들에게 돈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어주기 위해

모든 청춘을 태우셨던 스물의 아빠.

그 시간 속에서 몸은 망가졌고,

그로 인해 오늘의 우리가 존재한다.


아빠는 세월을 깎아내며

자신의 모든 것을 나에게 태워주었다.

남김없이, 후회 없이.


하지만 나는,

아빠에게 못해줬던 것들,

심한 말을 했던 기억,

싸우고 집을 나갔던 순간들.

그 모든 것이 나를 짓누른다.


내가 집을 나간 그날,

아빠는 한숨도 자지 못하고

나를 걱정하며 새벽을 지새우셨다.

반면, 나는 만화방에서 실컷 웃으며 잠들었다.

그때는 몰랐던 원망스러움이 이제야 몰려든다.


아빠도 그리워한다.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아빠에게도 아빠가 있었으나,

이제는 없다.

남은 것은 오직 자식뿐이다.


나는 그런 아빠의 약점이다.

내 행동 하나에 아빠는 쉽게 약해지고,

깊은 괴로움에 잠 못 이루신다.


우리 사이를 잇는 것은 사랑이다.

그러나, 사랑은 아픔도 동반한다.


아빠가 괴로워할 때면 나도 아프다.

그렇기에,

사랑이 끊어지지 않는 한

이 아픔은 끝나지 않는다.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사랑이 지속되는 한,

마음 한구석의 고통은 계속된다.


오늘도 나는 아프다.

아빠를 위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그리고 그 속에서도 여전히,

아빠를 사랑한다.



2024.12.19. 목요일 오후 10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