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듣지 않아도, 나는 이 시간을 지킨다

취미가 나를 보호하는 방법

by 하얀 오목눈이

음악을 틀어놓고 작업을 하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시간은 누굴 위한 걸까?”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성과를 요구받는 것도 아닌데

나는 왜 이렇게 성실하게

이 시간을 지키고 있을까.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이건 나를 보호하기 위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하루를 살다 보면

우리는 너무 쉽게

해야 할 역할 속으로 들어간다.

사회초년생으로서의 나,

일을 해내야 하는 나,

어딘가로 나아가야 하는 나.


그 역할들 사이에서

정작 ‘나 자신’은

뒤로 밀려나기 쉽다.


그래서 나는

작업을 시작하기 전

음악을 틀어놓는다.

그 순간만큼은

속도를 늦추고

세상의 요구를 잠시 내려놓는다.


이 시간에는

잘해야 할 이유도,

증명해야 할 목표도 없다.

그저 앉아 있고,

듣고 있고,

조금 숨을 고르면 된다.


취미는 때로

위로보다 강하다.

말로 “괜찮다”고 하지 않아도

몸과 마음이 먼저

안전하다고 느끼게 해주니까.


나는 이 시간을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해서

대충 넘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래서 더 소중하다.


누군가의 기대가 아닌,

나 자신의 안부를 확인하는 시간이니까.


오늘도

음악을 틀어놓고

나는 조용히

나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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