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보다 먼저 재생되는 것들
나는 글을 쓰기 전에 늘 음악을 튼다.
문장을 떠올리기 위해서라기보다
흔들리는 마음을 제자리에 앉히기 위해서다.
음악은 나에게 준비 신호다.
“이제 괜찮아, 시작해도 돼.”
가장 먼저 나를 가볍게 하는 노래
— 다섯손가락 〈풍선〉
이 노래를 들으면
나는 잠시 어른의 무게를 내려놓는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
남들보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불안이
풍선처럼 손에서 놓인다.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되던 시절이
잠깐 돌아온다.
계절을 건너오는 익숙한 설렘
— Mariah Carey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이 노래는 크리스마스가 아니어도 듣는다.
눈이 오지 않아도, 트리가 없어도
마음은 충분히 따뜻해진다.
이 곡은 설렘보다 안정에 가깝다.
“괜찮은 순간은 아직 남아 있어”라고
속삭여주는 느낌이다.
말하지 못한 마음을 대신해
— 아이유 〈밤편지〉
전하지 못한 말들이 있다.
지금은 아니라고 미뤄둔 감정들.
이 노래를 들으면
그 마음들이 조용히 숨을 쉰다.
말하지 않아도
느끼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위로가 된다.
혼자 걷는 길에 겹쳐지는 발걸음
— 적재 〈나랑 같이 걸을래〉
이 곡은 외로움을 없애기보다
외로움과 함께 걷게 해준다.
글을 쓰는 시간도 그렇다.
혼자 있지만,
완전히 혼자는 아닌 순간.
모든 게 내 잘못은 아닐지도
— 백예린 〈Maybe It’s Not Our Fault〉
힘든 날이면 이유를 찾는다.
그리고 그 이유는 늘 나였다.
이 노래를 들으면
조금 숨이 트인다.
세상이 서툴렀을 수도 있고,
나는 그 안에서 최선을 다했을지도 모른다.
상처 위에 덧칠하는 용기
— Sam Kim 〈Make Up〉
이 곡은 상처를 지우지 않는다.
그 위에 조심스럽게 덧칠할 뿐이다.
완벽하지 않은 상태로도
오늘을 살아갈 수 있다는 말.
그 말이 필요한 날이 있다.
생각이 가벼워지는 시간
— Lofi Girl / Nujabes 〈Feather〉
말 없는 음악이 흐르면
머릿속은 오히려 또렷해진다.
생각은 가벼워지고
손은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글이 나를 이끄는 순간이다.
하루가 하나의 장면이 될 때
— Tom Misch 〈Movie〉
이 곡을 들으면
내 하루가 영화의 한 컷처럼 느껴진다.
대단한 사건은 없지만
분명히 의미는 있다.
그 사실 하나로
오늘은 충분하다.
바람이 가리키는 쪽으로
— 김광석 〈바람이 불어오는 곳〉
이 노래는 늘 질문을 남긴다.
나는 어디로 가고 싶은가.
아직 정확한 답은 없지만
방향을 묻는다는 것 자체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여기까지 와버린 나의 자리
— 윤하 〈사건의 지평선〉
끝이 아니라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이 먼저 다가온다.
지나온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느낌.
그래서 조금 울컥한다.
한때는 왕이었고, 지금은 걷고 있다
— Coldplay 〈Viva La Vida〉
이 노래를 들을 때면
성공도 실패도 모두 지나간 자리에
내가 서 있는 것 같다.
영광의 순간도,
무너졌던 기억도
전부 나의 일부라는 걸 인정하게 된다.
그래도 다시 걷고 있다는 사실이
이 노래를 희망으로 만든다.
완벽하게 고쳐지지 않아도
— Coldplay 〈Fix You〉 (Live)
라이브라서 더 좋다.
흔들리고, 떨리고,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그래서 진짜다.
완전히 고쳐지지 않아도
빛을 향해 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오늘은 충분하다.
음악이 흐르는 한, 우리는 계속 간다
이 플레이리스트는
취향이 아니라 생존에 가깝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음악을 틀어두고 하루를 버티고 있다면,
그 자체로 이미 잘 살아내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음악이 멈추지 않는 한,
우리의 이야기도 끝나지 않는다.
https://youtu.be/HosW0gulISQ?si=u1Hmx3F9aLqpB9BX
https://youtu.be/ue2pUBKyzv4?si=9okNjeeZB0yj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