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 버튼이 사라진 자리에서
음악을 끄고 나면
세상이 조금 커진다.
방금 전까지 나를 감싸던 소리가 사라지고
생각들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나는 이 순간이 싫지 않다.
이때가 진짜 하루의 끝 같기 때문이다.
음악은 나를 숨게 했고
음악을 들을 때의 나는
조금 안전해진다.
감정이 넘치지 않도록
울타리를 만들어주는 느낌.
그래서 힘든 날일수록
나는 더 자주 플레이 버튼을 누른다.
침묵은 나를 드러냈다
하지만 음악이 멈추면
미뤄두었던 마음들이 고개를 든다.
불안, 조급함,
아직 도착하지 못한 꿈들.
예전에는 이 순간이 두려웠다.
지금은 조금 다르다.
우리는 늘 준비된 채로 살 수는 없다
완벽해서 시작한 날은 없었다.
버티다가,
조금 나아지다가,
다시 흔들리면서
나는 여기까지 왔다.
음악은 그 과정에서
나를 붙잡아 준 손이었다.
음악이 필요 없는 순간도 찾아온다
요즘은
아무것도 틀지 않고
키보드 소리만 들으며
글을 쓸 때가 있다.
그건 내가
나 자신과 조금 친해졌다는 증거 같다.
그래도 플레이 버튼은 남아 있다
힘들면 다시 음악을 틀 거다.
괜찮아질 때까지 듣고,
다시 멈추고,
또 한 줄을 쓸 것이다.
이건 취향이 아니라
나를 지켜온 방식이다.
오늘을 살아낸 사람에게
혹시 당신도
음악을 틀어야 하루를 견디는 사람이라면,
그건 약함이 아니라
당신만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음악이 멈춰도
우리는 계속 살아간다.
그리고 그 사실만으로도
오늘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