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겠다고 말하기까지, 그리고 지금
사실 나는
처음부터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하지 못했다.
쓰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는 건 쉬웠지만,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순간부터
그 말에는 책임이 따라오는 것 같았다.
잘 써야 할 것 같았고,
계속 써야 할 것 같았고,
무언가를 증명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한동안은
글을 쓰면서도
스스로를 작가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저
“쓰는 사람”이라는 말 뒤에
조용히 숨었다.
글은 내게
꿈이기 전에
버팀목이었다.
하루를 견디게 해주었고,
마음을 정리할 수 있게 해주었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천천히 알게 해주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이미
작가가 되기 위한 글을 쓰고 있는 게 아니라,
작가로 살아가기 위해 글을 쓰고 있었다는 걸.
작가로서의 고백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말에 가깝다.
“나는 아직 부족하지만,
그래도 쓰는 일을 포기하지 않겠다.”
이 고백에는
불안도 함께 들어 있다.
언제까지 쓸 수 있을지,
이 길이 맞는지,
혹시 혼자만 열심히 걷고 있는 건 아닐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글 앞에 앉는다.
왜냐하면
글을 쓰지 않는 나보다
글을 쓰는 내가
조금 더 나다운 사람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작가는
완성된 사람이 아니다.
확신으로 가득 찬 사람도 아니다.
작가는
의심하면서도 쓰는 사람이고,
불안해하면서도 남기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이렇게 말해본다.
“나는 작가가 되기 위해 쓰는 게 아니라,
쓰는 사람으로 살기 위해 계속 쓰겠다.”
이 말 하나를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데
참 오래 걸렸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이 고백이야말로
내가 글을 쓰는 가장 솔직한 이유라는 걸.
오늘도
대단한 문장은 없을지 몰라도,
진심만큼은 숨기지 않고 남긴다.
그걸로
지금의 나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