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던 하루에 도착한 연락 한 통

취미로 올린 목소리가 나를 불렀다

by 하얀 오목눈이

그날도

특별한 계획은 없었다.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와

몸을 쉬게 하면서

평소처럼 휴대폰을 확인하던 밤이었다.


메시지 알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엔

스팸이거나

단순한 문의라고 생각했다.


“안녕하세요.

인디 게임을 개발 중인 ○○입니다.

혹시 더빙 성우 작업에 관심 있으신지요.”


문장을 한 번 더 읽었다.

그리고 또 한 번.


내가?

나한테?


순간

심장이 조금 빨리 뛰었다.


그 메시지는

내가 취미로 올리고 있던

더빙 영상 때문이었다.


아무런 대가도 없이,

조회 수가 많지도 않은 영상들.

그저 내가 좋아서,

연습 삼아 올리던 기록들.


그걸 누군가가 보고 있었고,

그 누군가는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나는 아직

정식 성우도 아니었고,

배우거나 연습하는 단계였고,

‘전문가’라는 말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답장을 쓰기 전,

한참을 망설였다.


‘괜히 기대하게 되면 어떡하지?’

‘실망만 주게 되면?’

‘아직 부족한데…’


그 모든 생각 끝에

나는 결국

짧게 답장을 보냈다.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참여해보고 싶습니다.”


보내고 나서야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날 밤

쉽게 잠들지 못했다.


흥분 때문이라기보다,

이상하게도

조용한 안도감 때문이었다.


‘아, 내가 하고 있던 것들이

완전히 허공으로 사라지지는 않았구나.’


버티면서 쌓아온 시간들,

아무도 보지 않는 줄 알았던 연습들,

그 모든 게

한 번쯤은

누군가에게 닿을 수도 있다는 사실.


그 깨달음이

나를 오래 붙잡았다.


그 제안이

당장 큰 기회였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했던 건

내가 선택한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작은 확인이었다.


나는 그날 이후로

목소리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 달라졌다.


‘취미니까 대충’이 아니라,

‘혹시 모를 내일을 위해’

조금 더 진지하게.


버텨온 시간은

늘 즉각적인 보답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가끔,

이렇게 예고 없이

연락 한 통으로

자신을 증명해 준다.


그날의 메시지는

아직도 내 휴대폰에 남아 있다.


힘들 때마다

나는 그 문장을 다시 읽는다.


“당신의 목소리를 봤습니다.”


그 말은

나에게 이렇게 들린다.


“당신의 시간을,

우리는 보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