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가 아니라 태도였다
연습실에 들어설 때마다
나는 늘 조금 긴장한다.
문을 열기 전까지는
괜히 숨을 고르게 되고,
오늘의 내 목소리가
어떤 상태일지 가늠해 보게 된다.
연습실은
결과를 보여주는 곳이 아니라
과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공간이다.
잘한 날보다
못한 날이 더 또렷하게 남고,
어제보다 나아졌는지보다
오늘의 부족함이 먼저 들린다.
연습실은 비교가 가장 쉬운 공간이다
같은 공간에서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된다.
발성이 좋은 사람,
톤이 안정적인 사람,
감정을 자연스럽게 싣는 사람.
그 앞에서
나는 종종
내 부족함부터 떠올린다.
“나는 왜 아직 이 정도일까.”
“저 사람은 벌써 저기까지 왔는데.”
연습실은
자존심을 시험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래도 이곳을 떠나지 않는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연습실을 떠나지 않는다.
여기에서는
못해도 괜찮기 때문이다.
틀려도 다시 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연습실은
실수해도 되는 유일한 장소다.
완성되지 않은 상태로
존재해도 되는 자리다.
그래서 나는 이곳에서
조금씩 배운다.
잘하려고 애쓰기보다
계속 남아 있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목소리는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지만
태도는 매일 선택할 수 있다
어떤 날은
연습이 유독 안 된다.
발음은 흐려지고,
감정은 겉돌고,
녹음 파일을 다시 듣는 게 괴롭다.
그럴 때 나는
예전처럼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말해본다.
“오늘은 여기까지 해도 괜찮다.”
“그래도 연습실에 왔다는 게 중요하다.”
연습실에서 나는
완벽한 목소리보다
도망치지 않는 자세를 연습하고 있다.
이곳에서 나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된다
연습실을 나설 때면
세상이 갑자기 달라지지는 않는다.
여전히 결과는 없고,
미래는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알고 있다.
오늘의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이 일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걸.
연습실은
나를 평가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단련하는 곳이다.
그래서 내일도
나는 다시 이 문을 열 것이다.
목소리를 완성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길을 끝까지 가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연습실은 오늘도
조용히 나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