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창고에서 근무를 하다
처음 그곳에 들어갔을 때, 나는 잠깐 길을 잘못 온 줄 알았다.
회사라고 해서 어느 정도는 상상하고 있었다.
건물 앞에는 작은 화단이 있고, 유리문이 있고, 안에 들어가면 사무실이 있고.
그런 평범한 회사의 모습 말이다.
하지만 내 앞에 서 있던 건물은 그런 종류가 아니었다.
회색 벽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직사각형 건물.
창문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대신 트럭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컨테이너 트럭, 탑차, 이름도 모르는 큰 차량들이 끊임없이 드나들고 있었다.
건물 옆에는 거대한 철문 같은 출입구가 있었고,
트럭이 한 대 들어갈 때마다 철문이 천천히 올라갔다 내려갔다 했다.
그 앞에 서서 나는 휴대폰으로 주소를 다시 확인했다.
맞았다.
여기가 내가 출근해야 할 곳이었다.
물류센터.
어제까지만 해도 그 단어는 그냥 뉴스나 인터넷에서 보던 단어였다.
“물류센터 파업”,
“물류센터 확장”,
그 정도의 거리감이었다.
하지만 오늘부터 나는 그 안에서 일하게 된다.
나는 깊게 숨을 한번 들이쉬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지나자 공기가 달라졌다.
기름 냄새, 종이 박스 냄새, 그리고 먼지 냄새 같은 것이 섞여 있었다.
밖보다 조금 더 서늘했고, 소음이 계속 울렸다.
지게차 소리였다.
삐— 삐—
후진할 때마다 경고음이 울렸고,
노란 지게차가 빠르게 지나갔다.
나는 순간 멈춰 섰다.
바닥에는 노란 선이 그어져 있었고,
그 선 안쪽으로 파란 파렛트들이 끝없이 쌓여 있었다.
박스, 박스, 또 박스.
어디까지가 끝인지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천장은 상상보다 훨씬 높았다.
체육관 몇 개를 합쳐 놓은 것 같았다.
‘여기서 일을 한다고…?’
나는 잠깐 멍하니 서 있었다.
“신입이에요?”
뒤에서 누군가 말을 걸었다.
뒤돌아보니 안전모를 쓴 남자가 서 있었다.
나보다 조금 나이가 많아 보였다. 서른 중반쯤?
그는 손에 태블릿 같은 걸 들고 있었다.
“오늘 입고팀으로 온 사람 맞죠?”
나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 오늘부터…”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손을 내밀었다.
“신분증 좀요.”
나는 지갑에서 신분증을 꺼내 건넸다.
그는 태블릿에 뭔가를 확인하고 다시 돌려줬다.
“이쪽으로 오세요.”
나는 그를 따라 걸었다.
걸으면서 계속 주변을 둘러봤다.
지게차가 지나갈 때마다 바닥이 아주 조금 울렸다.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누군가는 박스를 스캔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랩으로 파렛트를 감고 있었고,
누군가는 큰 박스를 어깨에 올려 옮기고 있었다.
모두 바빴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아무도 웃고 있지 않았다.
“오늘 교육 간단히 받고 바로 투입될 거예요.”
앞에서 걷던 남자가 말했다.
“일은 어렵지 않아요.”
나는 조금 안심했다.
그는 잠깐 멈추더니 나를 돌아봤다.
“대신…”
그가 말을 잠깐 끊었다.
그리고 창고 안쪽을 한번 바라봤다.
“사람이 좀 어려워요.”
나는 그 말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웃으면서 대답했다.
“아… 네.”
우리는 작은 사무실 같은 곳에 들어갔다.
안에는 플라스틱 의자 몇 개와 책상이 있었다.
벽에는 안전 수칙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지게차 접근 금지’
‘안전모 착용 필수’
남자는 종이 한 장을 내 앞에 놓았다.
“이거 간단히 읽고 서명하세요.”
나는 종이를 읽기 시작했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작업 중 사고에 주의할 것.
지시를 따를 것.
안전 규정을 준수할 것.
사인을 하고 종이를 넘기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리고 문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입고팀장님!”
잠시 뒤 한 남자가 들어왔다.
마흔 후반쯤 되어 보였다.
팔짱을 끼고 있었고, 표정이 딱딱했다.
그는 나를 위아래로 한번 훑어봤다.
“신입이야?”
“네.”
나는 얼른 고개를 숙였다.
그는 한숨 같은 걸 짧게 내쉬었다.
“요즘 애들은 금방 도망가던데.”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있었다.
그는 내 어깨 너머로 창고를 가리켰다.
“저기 보이지?”
나는 고개를 돌려 창고를 바라봤다.
파렛트들이 줄지어 있었고,
지게차들이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저기 있는 거 다 입고야.”
나는 잠깐 말을 잃었다.
“다…요?”
그는 피식 웃었다.
“오늘 안에 다 정리해야 돼.”
그리고 말을 덧붙였다.
“입고팀 막내는 바빠.”
그 말은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팀장은 문을 나가며 말했다.
“따라와.”
나는 다시 창고로 나갔다.
소음이 다시 귀를 채웠다.
삐— 삐—
지게차가 또 한 대 후진하고 있었다.
팀장은 파렛트 하나 앞에 멈췄다.
박스가 허리 높이까지 쌓여 있었다.
“이거부터 시작해.”
나는 박스를 하나 들어 올렸다.
생각보다 무거웠다.
“스캔하고 저쪽으로 쌓아.”
그는 멀리 있는 구역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거리는…
생각보다 꽤 멀었다.
나는 박스를 들고 걸었다.
몇 걸음 걷지도 않았는데 팔이 조금씩 당겼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처음이지?”
나는 돌아봤다.
작업복을 입은 남자가 박스를 정리하고 있었다.
나보다 조금 나이가 많아 보였다.
그는 웃지도 않았지만, 표정이 나쁘진 않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오늘 처음이에요.”
그는 잠깐 내 박스를 보더니 말했다.
“그거 무거운 거 골랐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처음엔 다 그래.”
나는 박스를 내려놓으며 숨을 조금 골랐다.
그는 다시 말했다.
“너 이름 뭐야?”
나는 이름을 말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민수야.”
그리고 박스를 하나 더 정리하면서 말했다.
“버티기만 하면 돼.”
나는 웃으면서 물었다.
“뭐가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창고 반대편을 한번 바라봤다.
거기에는 아까 봤던 팀장이 서 있었다.
팀장은 누군가에게 큰 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그걸 왜 거기다 놔!”
창고 안이 잠깐 조용해졌다.
민수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긴…”
그리고 말을 멈췄다.
잠깐 뒤에 그는 말을 이어갔다.
“사람 때문에 힘든 데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날 오후,
나는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야, 너.”
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리고 그 말이
앞으로 얼마나 자주 들리게 될지,
그때는 아직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