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소리 지르는 사람들

창고에서 가장 큰 소리

by 하얀 오목눈이

점심시간이 되기 전까지 나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말할 시간이 없었다.


박스를 들고

걷고

스캔하고

다시 박스를 들고.


그걸 계속 반복했다.


처음에는 팔이 아팠고

그 다음에는 어깨가 아팠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어디가 아픈지 잘 모르겠었다.


몸이 그냥 전체적으로 무거워졌다.


창고 안은 계속 같은 소리가 반복됐다.


삑.

삑.

삑.


스캐너 소리.


그리고


삐— 삐—


지게차 후진 경고음.


그 사이에 사람들의 짧은 말들이 섞여 있었다.


“이거 어디야?”

“B구역.”

“아 거기 아니야.”


대부분은 짧은 말이었다.


다들 바빴기 때문이었다.


나는 박스를 하나 더 들어 올렸다.


그때였다.


“야!”


창고 한쪽에서 큰 소리가 터졌다.


나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팀장이었다.


그는 어떤 직원 앞에 서 있었다.


“이걸 왜 여기다 놔!”


그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컸다.


창고가 넓어서인지

소리가 더 울렸다.


주변 사람들이 잠깐 손을 멈췄다.


하지만 아무도 그쪽으로 가지는 않았다.


그 직원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작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팀장은 더 크게 말했다.


“죄송하면 끝이야?”


창고 안 공기가 조금 굳었다.


나는 그 장면을 잠깐 보고 있었다.


민수가 내 옆에서 말했다.


“보지 마.”


나는 고개를 돌렸다.


“왜요?”


민수는 박스를 들면서 말했다.


“여기선 그냥 모르는 척하는 게 편해.”


나는 다시 박스를 들었다.


하지만 귀는 계속 그쪽으로 향해 있었다.


팀장은 계속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몇 번을 말해!”


“이거 구역 다르잖아!”


직원은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나는 박스를 옮기면서 생각했다.


‘저 사람도 오늘 처음인가…?’


하지만 민수가 내 생각을 읽은 것처럼 말했다.


“저 형 3년 됐어.”


나는 놀라서 민수를 봤다.


“3년이요?”


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욕먹어.”


나는 잠깐 말을 잃었다.


3년이나 일했는데도

저렇게 혼날 수 있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잠시 뒤 팀장의 목소리가 멀어졌다.


창고는 다시 원래 소리로 돌아갔다.


삑.

삑.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점심시간은 갑자기 시작됐다.


누군가 말했다.


“밥 먹자.”


그 말이 신호처럼 퍼졌다.


사람들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민수가 나를 보며 말했다.


“처음이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밥 먹으러 가자.”


우리는 창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


식당은 건물 반대편에 있었다.


걸어가는 동안 아무도 크게 말하지 않았다.


다들 그냥 조용히 걸었다.


식당 문을 열자

따뜻한 공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음식 냄새.


나는 갑자기 배가 고파졌다.


줄을 서서 밥을 받았다.


밥, 국, 반찬 몇 가지.


평범한 식판이었다.


우리는 긴 테이블에 앉았다.


민수 옆에는 아까 욕을 먹던 직원이 앉아 있었다.


그는 밥을 조용히 먹고 있었다.


민수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형 또 걸렸네.”


그 직원이 피식 웃었다.


“그러게.”


나는 놀라서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분위기가 생각보다 평범했다.


민수가 나를 가리켰다.


“오늘 신입.”


그 직원이 나를 봤다.


“아 그래?”


나는 조금 긴장해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그는 숟가락을 들고 웃었다.


“여기 오래 버텨.”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민수가 물었다.


“아까 왜 거기다 놨냐.”


그 직원이 어깨를 으쓱했다.


“헷갈렸지 뭐.”


그리고 밥을 한 숟가락 더 먹으며 말했다.


“뭐, 욕먹는 건 일상이잖아.”


그 말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나는 잠깐 말을 잃었다.


‘일상…?’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팀장님 원래 그러세요?”


민수가 웃었다.


“오늘은 약한 편이야.”


나는 숟가락을 들고 멈췄다.


“약한 거요?”


아까 그 정도가 약한 거라면

강한 건 어느 정도인지 상상이 잘 되지 않았다.


그때 다른 테이블에서 웃음소리가 터졌다.


누군가 큰 소리로 말했다.


“오늘 신입 왔다며!”


몇 명이 우리 쪽을 봤다.


민수가 내 어깨를 툭 쳤다.


“저기 봐.”


나는 고개를 돌렸다.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웃으면서 나를 보고 있었다.


한 사람이 말했다.


“며칠 버티냐?”


다른 사람이 웃으며 말했다.


“일주일 예상.”


또 다른 사람이 말했다.


“나는 3일 본다.”


사람들이 웃었다.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민수가 말했다.


“신경 쓰지 마.”


그리고 덧붙였다.


“여기 처음 오면 다 저 말 들어.”


나는 식판을 내려다봤다.


밥이 조금 식어 있었다.


그때 아까 욕을 먹던 직원이 말했다.


“야.”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는 나를 보며 말했다.


“너 이름 뭐라 했지?”


나는 이름을 다시 말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리고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


“여기서 오래 버티는 방법 알려줄까?”


나는 조금 기대했다.


“네.”


그는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팀장 말은 그냥 소리라고 생각해.”


나는 웃음이 나올 뻔했다.


“소리요?”


그는 국을 한 숟가락 먹고 말했다.


“개 짖는 소리 같은 거.”


민수가 웃음을 터뜨렸다.


“형 또 시작이네.”


하지만 그 직원은 진지했다.


“진짜야.”


그리고 말을 이어갔다.


“그거 하나하나 다 신경 쓰면 못 버텨.”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말이 농담처럼 들렸지만

이상하게도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잠시 뒤 식당 스피커에서 소리가 나왔다.


“입고팀 작업 복귀 바랍니다.”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민수가 말했다.


“가자.”


우리는 다시 창고로 돌아갔다.


문을 열자

다시 그 소리가 들렸다.


삐— 삐—


지게차 경고음.


그리고 멀리서 들리는 누군가의 목소리.


“야!”


나는 잠깐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창고에서

가장 큰 소리는


지게차도 아니고

스캐너도 아니었다.


사람이 화낼 때 나는 소리였다.


그리고 나는 아직 몰랐다.


언젠가


그 소리가

나를 향하게 될 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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