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차려준 식탁
창고 일을 시작한 이후로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하루하루 버티다 보니
어느새 몇 달이 흘렀다.
몸은 점점 익숙해졌지만
마음이 쉬는 날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였다.
나는 처음으로
연차 휴가를 사용했다.
이틀.
단 이틀이었지만
나에게는 꽤 큰 결심이었다.
팀장에게 말했을 때
그는 잠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가끔은 쉬어야지.”
그리고 덧붙였다.
“어디 가?”
나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고향이요.”
팀장은 짧게 말했다.
“잘 다녀와.”
그렇게 나는
오랜만에 고향으로 향했다.
버스 창가 자리에 앉아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도시 건물들이
점점 멀어지고
논과 밭이 보이기 시작했다.
익숙한 풍경이었다.
어릴 때부터 보던
그 길이었다.
버스가 정류장에 멈췄다.
나는 가방을 들고
천천히 내려왔다.
공기가 달랐다.
도시보다 조금 더
차분하고 조용했다.
나는 골목길을 걸었다.
어릴 때 뛰어다니던 길.
익숙한 담벼락.
그리고
저 앞에 보이는 작은 집.
나는 잠깐
그 앞에 서 있었다.
대문이 조금 열려 있었다.
나는 천천히 밀었다.
끼익—
문이 열렸다.
마당에서는
어머니가 무언가를 정리하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엄마.”
어머니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잠깐 멈췄다.
“아들?”
그 표정이
금방 밝아졌다.
“왔어?”
나는 조금 웃었다.
“네.”
어머니는 손을 털며
급히 다가왔다.
“아니 온다고는 했지만…”
“벌써 왔네.”
나는 가방을 내려놓았다.
“버스 빨리 왔어요.”
어머니는 내 얼굴을
잠깐 가만히 봤다.
그리고 말했다.
“살 좀 빠졌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어머니는 고개를 저었다.
“엄마 눈에는 다 보여.”
그리고 말했다.
“일 힘들지?”
나는 잠깐
말을 고르다가 말했다.
“…할 만해요.”
어머니는
그 말을 듣고도
더 묻지 않았다.
대신 말했다.
“밥부터 먹자.”
“엄마가 준비해 놨어.”
나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부엌에서는
익숙한 냄새가 나고 있었다.
식탁 위에는
이미 음식이 놓여 있었다.
나는 잠깐
그 앞에서 멈췄다.
제육볶음.
된장찌개.
보리밥.
그리고 쌈채소.
옆에는
동치미와 배추김치도 있었다.
어머니가 말했다.
“너 이거 좋아했잖아.”
나는 웃었다.
“…기억하고 있었어요?”
어머니는 웃었다.
“엄마가 그걸 어떻게 잊어.”
나는 식탁 앞에 앉았다.
어머니도 맞은편에 앉았다.
된장찌개에서
김이 천천히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젓가락을 들었다.
제육볶음을 한 점 먹었다.
매콤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
나는 잠깐 눈을 감았다.
“…맛있다.”
어머니가 웃었다.
“그렇지?”
나는 보리밥에
된장찌개를 조금 올렸다.
그리고 쌈채소에
제육볶음을 싸서 먹었다.
정말 오랜만에 먹는
집 밥이었다.
어머니가 물었다.
“회사 사람들은 괜찮아?”
나는 잠깐 멈췄다.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좋은 사람들도 있어요.”
어머니는 조용히 듣고 있었다.
나는 조금씩 이야기했다.
창고 이야기.
일 이야기.
같이 일하는 동료들 이야기.
그리고
가끔 나를 괴롭히는 사람들 이야기까지.
어머니는
중간에 말을 끊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었다.
이야기가 잠깐 멈췄을 때
어머니가 말했다.
“그래도 잘 버티고 있네.”
나는 웃었다.
“…버티는 거죠.”
어머니는 고개를 저었다.
“버티는 것도 대단한 거야.”
그리고 말했다.
“엄마는 네가 그냥 도망치지 않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밥을 한 숟가락 더 먹었다.
동치미를 한 모금 마셨다.
시원했다.
어머니가 말했다.
“아들.”
“…네.”
“너 어릴 때 기억나?”
나는 웃었다.
“뭐요.”
“제육볶음 먹다가 너무 매워서 울었던 거.”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아 그거…”
“기억나요.”
어머니도 웃었다.
“그때 물 계속 마셨잖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식탁 위에는
따뜻한 웃음이 조금씩 흘렀다.
밖에서는
바람이 살짝 불고 있었다.
나는 그 순간
느끼고 있었다.
창고에서 보내던 시간과는
전혀 다른
조용하고
따뜻한 시간이었다.
나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말했다.
“…엄마.”
“응?”
“밥 진짜 맛있어요.”
어머니는
조용히 웃었다.
“많이 먹어.”
“아직 제육볶음 더 있어.”
나는 웃으며 말했다.
“네.”
그리고 다시
젓가락을 들었다.
따뜻한 밥.
익숙한 집.
그리고
내 앞에 앉아 있는 어머니.
그 순간만큼은
창고에서 쌓였던
모든 피로와 걱정이
잠시
멀어져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렇게
정말 오랜만에
마음 편하게
밥을 먹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