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취는 끝이 아니라 위치가 바뀐 불안이었다

도착한 뒤에도 계속 흔들리는 이유

by 하얀 오목눈이

성취하면

불안이 사라질 줄 알았다.


마침표를 찍으면

숨을 돌릴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자리를 옮겼을 뿐이다.


예전의 불안은

‘될까?’라는 질문이었다면,

지금의 불안은

‘유지할 수 있을까?’였다.


출발선에 있을 때는

잃을 게 없었다.

그래서 대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도착한 뒤에는

지켜야 할 것이 생긴다.


기대,

이미지,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기준.


나는 어느새

결과에 맞는 사람처럼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워졌고,

그래서 더 말이 없어졌고,

그래서 더 불안해졌다.


성취는

안전지대가 아니라

노출이었다.


이제는

보여지는 위치에

서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도착한 사람에게 묻지 않는다.


“어땠어요?”가 아니라

“이제는 뭘 할 거예요?”를 묻는다.


그 질문 앞에서

나는 다시

초보자가 된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이 불안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


오히려

여전히

진심이라는 증거라는 것.


아무 것도 느끼지 않는다면

그게 더 위험하다.


그래서 나는

이 불안을

밀어내지 않기로 했다.


대신

함께 가기로 했다.


성취 이후의 삶은

불안과의 공존을

배우는 시간이다.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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