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현실로.
빛나는 눈, 더 빛나는 입술
한 없이 따뜻한 목소리,
그는 한 점의 봄 그림과 같았다.
나의 남자가 된 노루는 이전의 의문이나 헷갈림 따위는
없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나라는 사람이 뭐라고, 나보다 더 솔직한 사람으로서 매일 내 앞에 서주었다.
가끔 내가 이전의 상처들로 예민성이 튀어나와 흥분해도 노루는 차분히 나를 눌러주고 다독여주었다.
2022. 한겨울 심리상담사와의 대화를 첨부하겠다.
심리상담사: 이 칸 안에 사랑을 준다는 것과 사랑을 받는다는 것에 대한 사슴씨의 생각을 적어보시겠어요?
사슴: (한동안 적지 못한다)
심리상담사: 너무 고민하지 마시고 편하게 적어보세요.
사슴: (겨우 무언가를 적는다)
(7일 후)
심리상담사: 사슴씨의 사랑의 정의에 대한 부분을 피드백드리겠습니다. 사슴씨는 사랑을 주는 것과 받는 것에 대한 문장을 완성하셨으나 그 문장이 사랑과의 연관이나 해석이 잘 안 되는 문장을 적어주셨어요. 그 말은 사슴씨가 사랑을 주는 것과 받는 것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고 잘.. 모른다는 말이겠지요?
사슴:아...
그렇다. 사랑을 받는 것도 주는 것도 어렵고 서툰 나는 그냥 사랑을 모르는 쪽이 가까운 사람이었다. 내 인생에 있어서 사랑이란 건 제일 어렵고, 결실을 이뤄낸다는 것은 더욱이 다가갈 수 없는 영역과도 같은 존재였다. 사랑을 줄 줄도, 받을 줄도 모르는 사람에게 연애나 결혼은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것과 다르지 않으니까.
사랑을 시작하려 끊임없이 노력했고, 그 사랑이 갈무리되면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려 노력했다. 설령 아무런 발전이 없어도 뭔가라도 하려 했다. 그리고 어느쯤 마침내 알아낸 사실은, 사랑을 마무리한 나 자신을 채찍질할 것이 아니라 먼저 돌봐야 한다는 것. 그리고 타인과의 사랑에 앞서 나 자신을 아끼고 돌보고, 그 무엇이든 자신에게 가장 달고 좋은 것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노루에게 온전히 사랑을 받았다. 어설프지만 노루가 주는 사랑을 있는 그대로 누리려고 했다. 어딘지 모르게 걱정 같은 게 드리워져도 그냥 나와 노루의 관계를 믿고 즐겁게 살아보려 노력했다.
살면서 크고 작은 것들들 해냈다. 어린 시절 자전거 타는 방법을 깨치는 것부터 어려운 수학공식을 완전히 이해하고, 각 종 글쓰기 대회에 참가하여 입상하고, 여러 가지 자격증을 따고, 임용고시를 3차례 끝에 패스 하고.. 돌이켜보면 매 순간이 도전과 결실을 넘실대며 살아온 나였다.
누군가는 말했다. 남들 다하는 결혼도 어려운 거 아니라고. 적당히 눈 맞춰서 적당한 사람과 가면 된다고.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노루와 따뜻한 연애를 나누는 5월, 새 생명의 존재를 확인했다. 결혼 이야기가 오고 가는 중에 마음속으로 열망하고 열망하던 소중한 생명이 우리에게 찾아온 것이다.
행운처럼 찾아와서 행운이.
내 아기의 태명이다.
너무 빠른 전개가 두렵지는 않았는가?
전혀. 이미 사랑이란 걸 깨우친 나는 노루와 손을 잡고 터벅터벅 2024년을 걸어갔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웠던 그 결혼을. 노루와 했다.
우리는 아무리 큰 벽이 앞을 막고 있어도, 가끔은 거대한 파도가 몸 안 곳곳까지 차갑게 삼킬지라도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 작은 아기였던 우리가 세상에 나와 하나씩 하나씩 무언가를 깨치듯, 각자의 인생에서 어려운 과제가 있어도 해낼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상처투성이인 나 역시 해내지 않았는가.
자신을 믿고 나아가자. 방향이 잘못돼도, 자꾸 뭔가 엉키어도 신은 언젠가 답을 주신다.
-역설적이게도 나는 무교다. 하지만 신성하고 무한한 우주의 에너지가 있다는 것을 믿는다-
지금도 이 세상의 무수한 도전하는 이들을 위해 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