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나아가는 다섯 가지 힘_우당도서관 강연&정은혜

by 오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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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향해 돌아서라. 그러면 그림자는 네 등뒤로 떨어질 것이다."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의 속담이다. 방향을 밝은 쪽으로 향하는 것은 내가 정한 삶의 가치다. 몇 번을 뒤를 돌아, 가는 방향을 가늠해봤지만 뒤를 봐서는 가는 방향을 알 수 없었다. 누군가 꿈을 물었다. 예전에는 꿈을 꾸라는 말을 많이 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라고 했다.



이제는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꿈이란 이루고 싶은 희망과 소망을 말한다. '이루다'라는 것은 무엇인가. 사전을 찾아봤더니, '존재'가 되는 것이란다. 단순히 꿈 없이 살라는 것이 아니라, 꿈이라는 것은 '주체성'과 상관없는 말이라는 의미다.



세상에는 주체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들이 있다. 대부분 이런 일들을 구별치 않고 살아간다. 스스로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에 관여하고자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신이나 천지신명에게 빈다. 고약하게도 어리석은 일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하지 않고, 좋은 결과만 빌거나, 어쩔 수 없는 출신, 성별, 과거 따위에 연연하여 살아가는 것 말이다.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선택 중 하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구별하는 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당차게 하고, 내가 어쩔 수 없는 것들은 그냥 받아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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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기'는 신의 뜻이다. '하기'는 나의 뜻이다. 나는 신의 영역을 침범할 수 없고 신도 나의 영역을 침범할 수 없다. 신도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 인과관계다. 오른쪽으로 던지면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왼쪽으로 던지면 왼쪽으로 이동한다. 하는 것 없이, 되는 걸 바라는 것은, 자신은 하는 일 없이 신을 노예처럼 부리겠다는 욕심이다. 그 어거지에 신이 응당 답할리 없다. 신이 차려놓은 '빛'을 등지고 그림자만 바라보느냐, 빛을 바라보며 그림자를 등지느냐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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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살면서 가장 어리석은 것 중 하나는 그림자를 바라보느라, 빛을 외면하는 일이다. 모든 것에는 좋은 면과 나쁜 면이 있다. 나쁜 면을 찾다보면, 자연히 빛을 등지게 되어 있다. 빛을 등지고 걸어가는데 어떻게 밝은 세상에 도달할 수 있을까.





제주시 우당도서관에서 몇 일 전, 급하게 강연 요청이 있었다. 주말에 가볍게 하는 강연이기에 몇 일 앞두고 있었지만 흔쾌하게 하기로 했다. 그렇게 소중한 인연들을 알게 됐다. 갑작스럽게 주어진 상황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다. 이런 상황은 어쩌면 '신'의 영역일 것이다. 그가 넘긴 반찬을 덥썩 물었다. 이제 씹고 삼키고 소화시키는 일은 나의 영역이다.

출판사에서 꾸준하게 보내주시는 책을 무지성하게 받고 읽고 소화시킨다. 그것은 '해우소'라는 별칭을 쓰는 블로그에 배설했다. 상황이 넘겨주는 달콤한 기회를 입안에 넣고 나름 요령껏 소화시키며 오고 있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사람과 기회를 만나게 된다. 4회차 강연의 마지막 강연에 선물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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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서 쌍둥이 아이들을 보셨다고 하셨다. 아이들의 간식과 미니어처를 주셨다. 집으로 돌아온 뒤 아이들에게 바로 선물로 주었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다. 최근에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사주지 않았다. 이미 넘칠만큼 있는 장난감을 두고 비슷한 장난감을 가지고 싶어하기에 아예 멈추기로 했다. 가만보면 나 또한 그렇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두고 새로운 무언가를 갖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 된다. 허영심이란 별것이 아니라, 그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채우고 채워도 결코 채워지지 않는 허영심을 채우려 시도할 때마다 넘치는 것은 허무함과 불필요한 쓰레기 더미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함도 줄어든다. 오랫만에 받게 된 선물에 아이들은 꽤 오랫동안 미니어처를 가지고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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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같으면 얼마 가지고 놀다가 분실히거나 잃어버렸을 테지만, 장난감을 정리하고 다시 사주지 않자. 아이들은 갖게 된 장난감을 소중하게 대하게 됐다. 아이를 보면서 아이를 교육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다.

'프린세스, 라 브라바!'에는 이런 말이 있다.

"실패란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넘어진 자리에 머무는 것이다."

여러가지 일을 하다보면,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산더미다. 꿈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무맹랑한지는 그로써 알게 됐다. 이는 허무주의와는 다르다. 자신이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을 막연하게 되리라 믿으며 전진해 나아가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빠른 상황과 흐름을 판단하고 현명하게 선택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을 만족하는 일이다. 꿈을 꾸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있으면 좋은 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꿈이란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은 신의 영역이다. 그것은 고작 바람일 뿐이며 우공이산(愚公移山)처럼 우직하게 열심히 하면, 마침내 큰 산도 옮길 수 있지만, 때로는 누진취영(鏤塵吹影)처럼 먼지에 새기고 그림자를 입으로 부는 쓸데 없는 노력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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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상황에 적절한 판단을 하기 위해선, 상황을 단번에 파악하는 '통찰력'을 길러야 한다. 통찰력을 통해 상황을 봤다면, 빠른 '판단력'을 통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 결정이 된 판단은 재빠르게 '행동력'을 통해 실행에 옮겨야 하고 그로 인해 얻게 된 결과는 '수용력'을 통해 받아드리고, '낙관력'을 통해 해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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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 나아가기 위해선, '꿈'이 아니라, 다섯가지 힘이 필요하다.



통찰력, 판단력, 행동력, 수용력, 낙관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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