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단편 소설. '히가시노 게이고'의 '교통 경찰의 밤'이다. 자동차 사고와 관련된 여섯가지 이야기가 섞여 있다. 개중 '건너가세요'라는 소설이 기억에 남는다.
노상에 불법으로 주차한 차에 관한 이야기.
별거 아닌, 다른 이들도 모두가 지키지 않는 그런 법에 관한 이야기다. 1인당 자동차 보유대수 전국 1위. 내가 살고 있는 제주도다. 자동차 보유대수가 많은 것은 단순히 자산가가 많아서가 아니다. 불편한 대중교통 때문이다. 게다가 제주인들은 농사를 겸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트럭'이 필수적이다. 제주도 전체 가구 중 2대 이상의 차를 소유한 가구가 33.4%라니 말 다했다. 제주에서 차가 없으면 굉장히 불편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제주 시내, 서귀포 시내를 다닐 때 차를 가지고 나가면 굉장히 불편하다. 바로 주차난이다. 교통수단이 불편하여 차를 끌고 나갔는데, 세울 곳이 없어 같은 자리를 빙글 빙글 돈다. 차 세울 곳이 없어서 한참을 돌면 겨우 한 자리를 찾게 된다. 노상 주차다. 틀림없이 불법주차겠지만 그마저도 자리찾기 힘들다. 자리가 나면 바로 누군가가 그 자리를 채운다. 불법노상 주차도 대기 순서가 한참이나 밀려 있다. 언젠가 노상에 불법 주차한 자동차 때문에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하여 큰 사고가 있던 적 있다. 한 번은 좁은 골목에 들어선 적 있다. 골목 오른쪽과 왼쪽은 이미 빽빽하게 노상주차게 되어 있었다. 그 골목의 중간에는 '클린하우스'라는 간이 분리수거장이 있다. 그곳에 트럭이 모호하게 주차를 했다. 클린하우스 바로 앞에 바짝 붙여서 주차를 한 것이다. 클린하우스에는 '주차 금지' 표식이 있었다. 지나갈 수 없게 길을 막고 있는 트럭에는 전화번호도 없었다. 그 자리에서 꽤 시간을 허비했다. 주이은 나타나지 않았다. 차 앞유리와 옆유리를 살펴보다가 결국 중요한 약속 시간에 늦고 말았다. 너무 화가나 다시 일을 마치고 그곳에 갔다. 트럭은 이미 온데간데 없었다.
이에 해당 담당 부서에 전화를 걸었던 적 있다. 그때 조금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주차 '금지 표식'은 있지만 강제성이 아니라는 것이다. 권장사항이란다. 말문이 막혔다.
"그럼 정말 급할 때는 '클린하우스'에 차 세워도 불법은 아닌 건가요?"
그러자 담당 공무원은 답했다.
"네. 세우셔도 불법은 아니세요. 그냥 권장 사항이고 시민 의식에 기댈 뿐이지, 법적 강제성이 있는 건 아니에요."
"급할 때는 세워도 된다구요?"
"불법은 아닙니다."
법이 그렇단다. 물론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른다. 그 뒤로 실행에 옮기진 못했지만 클린하우스를 볼 때마다 그 대화가 생각난다.
법이라는 것이 모두 지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알게 모르게 불법인 것들은 사실 굉장히 많다. 흔히 젊은 층에서 자주하는 '타투'는 대부분 불법이다. 현행법상 '타투'는 불법의료행위'에 해당된다. 취미로 향초나 디퓨저를 만들어 결혼식이나 기타 행사에 선물로 나눠주거나 친구에게 주는 경우도 있는데 이또한 불법이다.
"도를 아시나요?", "좋은 말씀 전하러 왔어요."
포교 행위를 거부한 자에게 재차 활동을 지속하는 경우도 불법이다. 고양이나 강아지를 무턱대고 분양 받는 것도 불법에 해당된다. 모든 법을 전부 지키고 살 수는 없다. 고로 '법대로 한다'는 것은 대체로 합리적인 인간처럼 보여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그 작은 불법이 큰 문제를 야기했을 때 상황은 달라진다.
소방차 진입을 막은 불법 주차 때문에 사망사고가 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모두가 짓는 가벼운 범법이지만 이로 인해 큰 사고로 이어지면 그때는 지은 법의 크기보다 더 큰 크기의 부담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읽으면 단순히 재밌고 흥미로운 이야기만 채워져 있지 않다. 작가 게이고가 생각하는 다양한 사건과 생각도 읽어 볼 수 있다. 작가가 글을 쓸 당시에 논란이 되는 '일본'의 어떤 사건들이 언급된다. 게이고의 소설을 보면 나이 많은 이들에게 없는 물건을 팔아 치우는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간혹 나온다. 아마 이것은 '도요타 골드'에 관한 이야기로 보인다. 도요타 상사에서는 실제로 '도요타 골드'라는 것을 판다. 실제 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순금 패밀리 증권'을 판다. 실제 금이 아닌 증서를 판매한다. 이런 영업은 규모를 키워 대략 3만명의 노인들에게 대략 7500억 상당의 금괴증서를 강매 했다. 60개 영업소에서 직원 7000명이 이 일을 함께 했다. 이들은 없는 것을 있다고 하여 팔았는데, '도요타 상사'는 '도요타 자동차'와는 별개의 기업으로 '도요타'라는 대기업의 이름을 이용하여 '신뢰'를 얻고 노인들로 하여금 큰 돈을 벌었다. 또한 장기이식에 대한 일본의 법 부재와 비효율, 다양한 이해관계와 생각할 거리도 던진다. 가벼운 마음으로 추리 소설을 읽으면서도 작가가 이야기의 영감을 받은 소재에 함께 몰입하며 여러가지 생각을 해 볼 수 있다. 소설은 '윌라 오디오북'을 통해 들었다. 최근 눈이 뻑뻑하고 일과가 바쁘다보니 오디오북으로 소설을 듣는 시간이 많아졌다. 모쪼록 성우들의 연기력으로 볼 때, 게이고의 소설 중 단편은 '오디오북'이 재밌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