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가방이 무거운 사람의 특징?_가방이 가벼워야

by 오인환


그것을 '준비성'으로 착각했다. 혹시 사용할지 몰라서다.


'만약 외출할 때 스마트폰 배터리가 떨어지면 어쩌지'


'만약 전자책을 꺼내서 읽게 되는 순간이 오면 어쩌지'


'만약 노트북이 필요한 상황이 오면 어쩌지'


그렇게 시작한 것이 가벼운 외출에도 등산 가방처럼 무거워졌다. 가방 속에 무엇이 들어 있나.


혹시 안경이 더러워질 경우를 대비해서 '안경닦이'를 챙겼고 혹시 안경을 벗을 지 몰라, 안경집을 챙겼다. 혹시나 배터리 충전을 해야 할 것 같아서 보조배터리를 챙겼고 혹시나 몰라 a타입, c타입, usb충전 케이블을 종류별로 들고 다녔다. 수첩과 작은 전자책, 큰 전자책, 원서만 읽는 전자책을 모두 들고 다녔고 귀에 꼽는 이어폰과 골전도 이어폰을 함께 들고 다녔다. 읽고 싶은 책은 최소 2권에서 3권을 함께 들고 다녔다. 지갑, 차키, 휴대용 마이크, 노트북과 대형, 소형 태블릿.


어느 날 가방에 뭔가를 더 우겨 넣으려고 봤더니 넣을 공간이 없었다. 간단한 외출 중 건물 외벽 유리에 비친 스스로를 보게 됐다. 전혀 얇은 몸이라고 할 수 없는데, 가방이 내 몸보다 더 두껍다. 군대 행군할 때는 악착 같이 빼려고 했던 군장 무게가 사회 나와서 채우고 채워졌다.


그것은 '준비성'이 아니였다. 그것은 그저 '불안'이고 '괜한 걱정'이었다. '망상'과 같다. 그럴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불필요한 무게를 늘려갔다. 결코 한번도 가방에서 꺼내 본 적 없어도 언젠간 분명 쓸모 있을 거라고 여기며 챙겼다. 그것이 내 머릿속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분명 걱정했던 것이 일어나는 경우보다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은 불필요한 긴장과 걱정을 우겨 놓고 다녔다. 실제 가방은 외출하는 잠시였지만 머릿속의 그것은 어쩌면 자기 전까지 나를 괴롭혔을 것이다.



인지하지 못하던 스스로의 모습이 어떤 계기였던지 인지하게 됐다. 가방에 들어 찬 쓰레기들을 하나씩 꺼내 정리하며 말했다.


"정말 미친놈이구나."


그것을 제3자가 보면 분명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제3자는 항상 그것을 보고 있었다. 결국 나만 몰랐다. 그것을 자각하고 나니 '별 미친놈 같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건 왜 들고 다니던 거야?" 혹시나 사용할지 몰라 갖고 다니던 '휴대용 마우스'를 꺼내며 생각했다. 그런 것들을 채운 건 하루 아침이 아니다. 꺼내지 않고 쌓였던 수많은 날들이다. 언제부턴가 변한 모습이 분명 심리가 반영됐다고 봤다.


오랜기간 나는 어떤 사람이었나. 스스로 돌아봤다. 대체로 나는 '할부'는 하지 않는다. '고정지출'이 늘어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편의점에서 원 플러스 원 제품은 무조건 사지 않았다. 언젠가보니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꽤 값 나가는 몇 개를 '개월'로 나눠 구매했고, 고정지출이 있으며, 편의점에서 '원 플러스 원'을 집고 쌓아뒀다.


'혹시라도'


그것은 '불안'에서 왔다. 그것을 지금이라고 깨쳤다. 소비성향이 달라진 탓은 분명 몸에도 나왔다. 언제 다시 먹게 될지 모를 불안감은 폭식을 하게 했다. 쓸모 없는 영수증을 모왔고 과속 운전으로 최근 몇 번이나 '과태료'를 냈다. 사람의 성향이 완전하게 뒤집힌 이유는 있다. 다만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던 외면했다. 그것은 심리에서 시작하여 체형과 외형을 바꾸어 놓고 내 소비패턴도 바꿨다.


세상에서 가장 멀리해야 하는 사람은 '부정적인 사람'이다. 사람은 쉽게 옮는다. 부정적인 사람 하나는 수많은 사람을 부정적이게 변화시킨다. 탓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면 그것은 거짓이다. 누군가의 부정이 옮았다. 한 명이라고 할 순 없다. 짧게 산발적으로 존재했을 것이다. 그들에게서 스스로를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재에서 나를 바꿀 책을 훑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들었던 것은 '론다 번'의 '더시크릿'. 그것은 유사과학의 어느 부분을 닮았으나. 분명 나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줬던 책이다. 강박적으로 좋은 쪽을 찾아내려 애썼고 스스로 그렇게 변해지기도 했다. 무언가 얻고 싶은 것을 얻거나,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마법과 같은 힘'을 이용하기 위해가 아니다. 어쨌건 긍정적인 생각은 '긍정적인 것'을 끌어당긴다는 명쾌한 논리 때문에, 어쩌면 '부정적인 생각'을 극도로 싫어 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때가 가장 삶의 만족도가 높았던 시기였는지 몰랐다. 끓는 물의 개구리 같은 신세가 되어보니, 결국 변화는 저도 모르게 온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러나 다행이다.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말이다. 가방을 가볍게 하자. 걸치고 있던 것을 가볍게 하자. 수시로 점검하자. 그리고 마음과 행동도 똑같이 점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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