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책 의사 결정자들은 어떤 실수를 저지르나_불

by 오인환

1819년 부터 2020년까지 미국에서 금융 위기가 일어나 파산한 은행의 갯수는 2만 개다. 같은 기간 캐나다에서는 은행 파산이 두 차례 밖에 일어나지 않았으며 미국보다 은행업 위기가 많이 발생한 국가는 아르헨티나 뿐이다. 이처럼 미국에서만 지나치게 금융 위기와 공황이 잦은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은 지난 200년간 9번의 금융 공황이 일어나고 위기가 일어났다. 물론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토마스 바타니안'은 그것이 미국 정책의 과도한 개입과 잘못된 감독, 규제 때문이라고 봤다. 토마스 바타니안은 커터 행정부에서 통화감독청 수석 고문의 특별 보좌역을 맡았고 레이먼 행정부에서는 연방주택대출은행 이사회의 법무자문의원을 맡았다. 이후 정부 단체와 금융회사, 투자자를 대표하는 일을 하며 미국 행정부에 비공식적인 자문역을 담당한 작가다. 그는 미국 역사에 등장하는 50번의 대형 금융 기관 실패 사례 중 30건을 자문한다. 또한 합병, 규제 등의 문제에 관한 다양한 소송을 진행하기도 한 변호사다. 이처럼 미국 행정부에서 금융에 관해 다양한 시각을 접할 수 있던 그가 생각한 미극 금융 위기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원인은 이렇다. 미국 정부의 정책 때문이다. 미국의 정책은 물론 좋은 의도로 시작을 했지만 그 결과가 좋지 못한 경우도 많다.

2023년 3월 10일 실리콘밸리은행인 SVB가 파산했다. SVB는 미국 내 자산 기준 16위 정도 되는 은행이다. 이 은행은 어떻게 파산하게 됐을까. 2023년 이전까지는 미국의 화폐발행으로 인해 유동성이 증가하던 막바지 시기다. 이 시기에 SVB는 고객의 예금을 대출이 아닌, 국채와 주택저당증권을 구입하는데 사용했다. 이들은 대체로 장기 자산에 속한다. 빠르게 현금화하기 어려운 이 자산들을 잔뜩 들고 있떤 이 은행은 2022년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2022년 미연방준비제도인 FED가 금리인상을 급격하게 진행하면서 부터다. 금리 인상이 진행되자, 고객들의 예금은 줄기 시작했다. 동시에 인출은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SVB의 잔고가 급격히 줄어든다. 이에 고객 예금을 돌려주기 위해, SVB는 가지고 있던 미국 국채를 팔기 시작했다. 그런데 2022년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서 손실액이 커졌다. 그 과정중 미국 정부가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고 결국 은행은 파산했다.

2008년 금융 위기도 비슷하다. 2008년 금융위기를 알기 위해선 2002년으로 먼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02년, 미국에서는 커다란 이벤트 하나가 발생한다. 바로 911테러의 발생이다. 이 사건은 단순히 세계 무역 센터가 무너져 내린 것 이상의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이 사건으로 미국 주식 시장은 거의 일주일 동안 폐장된다. 이는 미국 투자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주었다. 주가는 크게 하락했고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받았다. 이때 연준은 경기 부양을 명분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한다. 2001년까지 6%였던 금리는 1.25%까지 낮아졌다. 저금리 시대가 열리자, 사람들은 무분별하게 대출을 받기 시작한다. 정부는 이에 주택소유장려정책을 펼치고 주택 담보 대출에 대한 규제를 철저하게 완화한다. 정부의 정책은 분명 경기를 부양하고자 했던 좋은 의도였다. 다만 이는 꽤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았다. 투기성 자본이 부동산으로 몰려 드는 것이다. 당시 더 많은 대출을 받기 위해 사람들이 은행으로 몰리자, 은행들은 자금 마련을 위해 주택저당채권을 금융회사에 판다. 주택저당채권이란 은행이 주택을 대출해 줄 때, 집을 담보로 받게 되는 권리다. 이것으로 은행은 대출금 상환을 보장 받을 수 있고, 대출 받은 사람은 주택을 구매할 수 있게 되다. 그러나 이 채권을 산 회사는 이것을 담보로 다시 투자 은행에서 돈을 빌린다. 투자은행은 이 채권을 묶어 신용상품을 발행한다. 이처럼 여러 개의 채권을 묶어서 하나의 새로운 금융 상품을 만드는 것을 CDO라고 부른다. 이 CDO는 당연히 구조적으로 투명하기 힘들고 투자자가 그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여러 개의 채권을 가지기 때문에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도하다.

어쨌건 저금리와 주택담보대출 장려라는 정책변화는 미국 부동산 시장을 활발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이 당연히 부동산 투자의 수익성이 높아지고, 이에 묶여 있는 CDO가 미국 밖에서도 팔리기 시작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CDO의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자 은행은 대출 허가를 늘리기 시작한다. 미국의 모기지는 대체로 세 단계로 나눠지는데, 신용도가 높은 고소득을 대상으로 하는 프라임 등급, 그 다음으로 알트 A등급, 마지막으로 신용도가 가장 낮은 서브 프라임 등급으로 나눠져 있다. 미국은 늘어난 수요을 맞추기 위해 저신용자들인 서브프라임 등급까지 대출 허가를 하기 시작한다. 그들이 대출을 허가한 이유는 부동산 가격이 꾸준하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에하나 서브프라임 등급자들이 대출금 상환을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은행은 부동산을 차압하는 방식으로 손실을 충당할 수 있었다. 다만 최근 있었던 SVB은행 사태와 마찬가지로 은행의 부실해진 시기에 급격한 금리 인상 정책이 실행된다. 0.02%까지 낮아진 금리는 5.25%까지 높아지게 된다. 대출금리는 최초 2년 간, 고정금리로 진행하다가 나머지 기간은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대출 금리가 6% 이상이 되어가자, 상환 능력이 부족한 서브프라임 대출자들의 채무불이행이 연쇄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했다. 상환하지 못한 대출자들은 집을 차압당하고 부동산 매물은 시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이에 연동되어 있는 CDO의 가치도 함께 폭락하며 미국 내외로 수많은 은행과 금융사가 도산 위기에 놓인다. 여기서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며 그 영향력이 전 세계로 확산된다.

분명 이런 금융 위기가 하나의 이벤트로 인해 일어났다고 보기 힘들다. 대체로 좋은 의도로 시작했던 미국의 중앙의 금융정책이 다른 역효과를 내며 커다란 위기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나 토머스 바타니안은 공황의 요소 중 대부분이 정부가 관리를 잘못하여 시장이 과열되면 일어난다고 봤다. 여럿 차례의 금융 위기는 모두 다른 모양으로 일어났지만 그 과정에서 대응과 관리에 대한 미흡에 대해서는 일관성있다. 현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세계는 '블록화 현상'이다. '세계화'에 익숙한 우리가 마주한 새로운 시대는 우리에게만 낮선 것은 아니다. 경제와 정책을 담당하는 의사 결정자들 또한 조금 더 매번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기축통화를 둘러 싼 다양한 이견과 전쟁, 중국의 성장, 무역전쟁을 보면서 앞으로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독립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좋은 인사이트를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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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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