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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반드시 읽어야 할..._유현준의 인문건축기행

by 오인환


'르 코르뷔지에'.


그는 스위스 태생으로 현대 건축의 아버지다. 전공이 아닌 대부분의 사람은 그를 보르지만 그가 만들어 놓은 세계의 영향력 아래 산다.


이야기는 프랑스의 '조페르 모니에'라는 정원사로 시작한다. 그는 점토로 만든 도자기 화분이 깨지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화분을 콘크리트로 만든다. 그러나 거의 화분이 깨지는 현상은 여전했다. 이유는 이렇다. 외부에서 힘을 받았을 때 변형을 하지 않고 갑자기 깨지거나 부서지는 것을 '취성'이라고 한다. 대표적으로 유리나 도자기와 같은 물질이 있다. 외부적인 힘에 변형이 발생하지 않다가 일정 이상으로 힘이 커지면 갑자기 깨져버리는 물질 말이다. 콘크리트도 마찬가지다. 콘크리트 또한 취성재료다. '조페르 모니에'는 콘크리트가 깨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 콘크리트 안에 철망을 넣는다. 콘크리트에 철근을 넣는다는 아이디어가 처음으로 출발한 것이다. 이후 그는 이 아이디어를 이용하여 교량이나 수조 등 다양한 제품에 특허를 냈지만 건축에 활용하진 않았다. 그러다 20세기 초반에 '오귀스트 페레'가 이 아이디어를 건축양식에서 사용한다. 그는 콘크리트 안에 철근을 넣어 콘크리트의 단점을 보완했다. 온도가 1도 오르면 열에 따라 물체의 길이가 변화한다. 이는 물질에 따라 다르다. 이것을 '열팽창계수'라고 한다. 콘크리트 또한 온도가 올라가면 팽창하고 온도가 내려가면 수축한다. 이런 치명적인 단점을 보완하는 철근은 재밌게도 콘크리트와 열팽창계수가 동일하다. 강철과 콘크리트의 열 팽창 계수가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우연으로 이 둘을 복합으로 사용하면 콘크리트는 깨지지도 않고 철근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이런 기가막힌 발견으로 우리는 엄청나게 높은 건물이 숲처럼 조성된 도시를 살 수 있게 됐다.



어쨌던 1907년 오귀스트 페레의 건축 사무소에는 인턴 한 명이 들어온다. 그가 바로 '르 코르뷔지에'다. 그는 스위스에서 태어났다. 집에서 시계를 만들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공예를 배우다가 선생님의 추천으로 건축학도의 길을 걷는다. 이후 우연히 '오귀스트 페레'의 건축 사무소에 인턴으로 일하게 된다. 그의 그런 행보는 현대 도시의 모습을 바꾸었다. 그가 끼친 영향은 다양하지만 대략적인 예를 들면 이렇다.


'필로티'는 많이 들어 볼 수 있는 말이다. 필로티는 건물 하부에 벽을 제거하고 기둥을 세우는 건축 양식이다. 이전까지 벽을 지지대로 삼던 '서양'과 기둥을 지지대로 삼던 '동양'의 건축양식이 각 지역마다 큰 특징이었다. 벽을 지지대로 삼는 서양의 건축 특징은 창을 크게 낼 수 없고 공간이 협소해진다는 특징이 있다. 이와 반대로 동양의 건축양식은 창을 크게 낼 수 있고 공간을 넓게 키울 수 있다. 이 '필로티' 양식으로 현대 건축물들은 쾌적하고 넓은 형태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일반 빌라를 보면 1층은 기둥만 있어 주차공간으로 활용한다. 이로 인해 다수의 현대인들은 땅의 습한 기운에서 조금 벗어난 위치에 거주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일수록 지붕의 경사도를 높여 빠르게 비가 바닥으로 떨어지도록 건물이 지어졌다. 다만 '철근콘크리트'를 사용하면서 건물 자체의 강도가 높아지자, 이제는 건물에 '옥상'이라는 평평한 새로운 공간이 탄생했다. 또한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하중을 지지하는 지지대가 벽일 필요가 사라지므로 현대인들은 넓고 커다란 창을 가진 건물에서 생활할 수 있었다.



대체로 서양과 동양에서 '집'에 관한 인식을 살펴보면 재밌다. 우리의 부모는 대체로 아이가 말을 듣지 않을 경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당장 나가!"


반대로 서양의 부모는 아이가 말을 듣지 않는 경우 다음과 같이 말한다."외출 금지야! 방으로 돌아가!"


볕이 잘 들지 않고 좁은 공간과 크고 통풍이 잘 되는 공간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교육에서도 나타나고 있진 않은지 생각한다.


사실 건축은 공학이라는 말이 어울리지만 예술이라는 말도 함께 어울린다. 건축양식을 보면 그곳의 문화와 경제, 기후, 역사를 모두 알 수 있다. 고로 건축학은 가장 인문학적인 이공계학문이다. 이 공학은 다른 공학들과 다르게 깊게 '인간'을 생각한다. 건축은 단순히 기술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기후, 역사, 경제를 함께 생각해야 하고 그곳의 자연과 시기를 함께 봐야한다. 무엇보다도 사람이 살아 편리해야 하며 아름다워야 한다. 고로 가장 인본주의적인 행위다. 이를 종합예술이라고 말하는 경우도 많다. 단순히 기술적인 것 뿐만 아니라, 철근과 콘크리트처럼 조화로운 무언가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연구해야 하는 학문이다. 영화 건축학개론을 보면 이와 같은 대사가 나온다.


"예쁘기만하면 장땡이야?"


건축주들은 대체로 디자인적으로 예쁜 건물을 좋아한다. 그러나 건축은 표면적인 것 뿐만아니라 다면적인 고민을 필요로 한다.



늦은 오후 책을 꺼내 읽고 벌써 절반이나 읽어 버렸다. 어려운 건축 이야기가 아니라, 세계 여행을 하는 듯하고 다양한 인문학적, 역사적 지식도 함께 얻을 있다. 강력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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