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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제주 특별한..._아쉬운 기억

by 오인환

뒷통수에 들이댄 총 때문에 어쩔 수 없었지

그렇지 않으면 죽으니까


그 손가락질이 결국

총이 되어 죄 없는 사람 많이 죽였지

소리도 없고 총알도 없는

소리보다 무섭고

총알보다 날카로운

비정한 손가락총


-오승국의 손가락총 中


제주 중산간 곳곳에는 사라진 마을터가 있다. 대표적으로 곤을동이다.

1949년 1월 4일 그리고 5일.

양일 간, 안고을 22가구, 가운데고을 17가구, 밧고을 28가구가 사라졌다. 1개 소대가 곤을동을 포위했고 주민을 모아 학살했다. 마을에 불을 놓았다. 이 마을은 유적이 되어 흔적만 남았다. 고려 충렬왕 26년에 기록이 있을 정도로 유서가 깊은 곳이다. 700년의 역사는 그렇게 이틀만에 사라졌다.


제주는 비교적 최근인 12세기까지 완전 독립국이었다. 고려시대 속국의 형태로 존재하다가 한반도 영토로 편입됐다. 15세기 콜롬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을 때와 비교하면 3세기 정도의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제주의 지정학적 위치는 매우 중요하다. 제주는 동서로 중국, 일본과 잇고 위로는 반도와 잇는다. 뚫려 있는 아래 남쪽 바다는 두바이유와 서부텍사스유가 들어오는 경로다. 심지어 두바이유와 서부텍사스유는 동남아 말라카 해엽에서 그 경유경로를 함께 한다. 심지어 동아시아로 넘어오는 원유 운송량은 전세계에서 가장 크다.


제주는 중국 최대 도시인 '상하이'에서 일본 '후쿠오카'를 잇는 항공노선과 겹치고 한반도에서 동남아시아로 나가는 항공경로와 겹친다. 심지어 대한민국 해외 운송의 경우 거의 100% 제주 남쪽 해역을 지난다. 대체로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낸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인재는 서울을 향해야 한다. 반면 이런 제주에는 독특한 역사가 있다. 바로 '유배지'로서의 역사다.


제주는 대체로 중죄를 저지른 이들이 오는 유배지다. 당시 선박 사정을 보자면 제주로 유배를 보내기 위해서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고로 이들이 제주로 유배를 보내는 이들은 대체로 흉악범보다는 정치인인 경우가 많았다.

고려 우왕 8년에는 명나라 운남 양왕의 아들과 손자가 제주를 유배왔다. 인조반정으로 폐위를 당한 광해와 소현세자의 세아들, 손자들이 제주로 유배를 왔고, 송시열, 김정희, 최익현, 김윤식, 박영효도 제주로 유배를 왔다. 이처럼 정치범을 유배시키는 이유는 역시나 정치적인 이유다. 정치범의 경우, 그 세력에 대한 영향력을 감안하여 최대한 중앙정치에서 물리적으로 멀어야 하되, 안전이 보장되어야 한다. 비슷한 경우로 '영국'의 뉴질랜드가 있다.


영국 본국에서 죄수, 살인범, 정치범, 강도 이런 이들을 배에 태워 오세아니아로 보냈는데, 대체로 뉴질랜드의 경우에는 정치범을 보내는 장소로 이용됐다. 이런 이유로 인해 이런 지역에는 특별한 특징이 생긴다. 뉴질랜드의 경우 세계 최대 교육 서비스업 국가다.

제주는 매년 수능평균 성적이 최상위권에 위치해 있다. 수학의 경우 12년째 표준점수 평균이 전국 1위다. 제주는 평균 성인 독서량도 압도적인 1위다. 전국에서 책을 좋아한다고 대답한 성인의 비율 혹은 독서 빈도수도 가장 높다. 제주 성인 절반 이상인 51.3%가 책을 구입하는 방식으로 즐긴다. 대체로 종이책을 선호하며 평균 평일과 주말의 차이가 적게 27~28분 정도로 높다. 종이책 소비액도 연간 15만원으로 전국 최대다. 그것이 꼭 지역의 역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지는 않겠지만 흥미롭다.


대체로 제주가 갖고 있는 의미는 특별하다. 동아시아의 세계적 영향력이 점차 커저가는 중 해당 3국의 최대 도시의 가장 중심이자 최단 거리의 거점이다.

내가 어린 시절만하더라도 그저 '시골'이라는 이미지만 가득하던 제주가 이제는 여러 모양으로 보여진다. 서서히 빛을 발하는 곳이 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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