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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폭염이 사회와 사람을 죽이는 방법_폭염사회

by 오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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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유럽 여름 폭염 사망자는 6만 1000명. 폭염은 허리케인이나 태풍, 홍수에 비해 드라마적인 재앙으로 보여지지 않았다. 다만 그 결과는 점차 드라마적으로 변며 이제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지구적 재앙이 됐다. 뜨거지는 지구를 위해 각 정부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대체로 탄소 배출세를 도입한다. 화석 연료를 줄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유도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정책을 수렴하고 책정된 세금으로 새로운 산업을 투자한다. 투자 이익과 새로운 산업으로의 세수가 올라간다. 일부는 환경 보전세를 걷는다. 자연 보호 명분이다. 지속가능한 농업과 환경 기술 개발에 투자되며 이 또한 투자 수익과 새로운 세수를 얻는다. 그 밖에 친환경 교통 시스템을 도입하며 미국, 러시아 등으로부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도 한다. 이처럼 지구온난화가 선전되며 걷게 되는 세수는 지금껏 점차 많아지고 있으며 앞으로 그 추세는 더 가파라질 전망이다. 그러나 걷어 들이는 세금만큼, 국민 보호를 위해 사용 되는지 의문이다. 폭염이 국민 건강과 복지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적잖은 국민이 탈수, 열사병 등의 건강문제를 호소한다. 일본에서는 한 해 폭염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1,000건이 넘기도 한다. 이런 폭염은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다. 태풍, 홍수, 허리케인처럼 지엽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전 국가적으로 일어나며 특정 세대, 특정 계층을 집중적으로 강타한다. 대한민국이 열돔에 갇혀 펄펄 끓는 어느날, 일부는 열사병에 걸리고 일부는 냉방병에 걸렸다. 2018년 대한민국은 역사상 최악의 폭염을 맞이했다. 당시 온열질환자는 4500명을 넘었다. 사망자만 48명에 달했다.




이런 현상은 대한민국에만 일어난 것은 아니다. 미국은 더 심각하다. 미국의 일부 지역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몰려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냉방기 설치가 안되어 있거나 위생상태거 불결했다. 이런 환경에서 다수의 시민은 면역력 약화를 맞이하고 세균 감염으로 인한 질병에 시달린다. 국가가 지구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걷어들인 세금은 지구를 위해 쓰여질 지언정, 국민을 위해 쓰여지지는 않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같은 더위를 맞이한 지역 내에서도 노인, 어린이, 만성 질환자들을 집중 공략한다. 취약계층인 빈곤층을 공격한다. 미국에서는 전기와 수도요금을 내지 못해 씻거나 더위를 피하지 못한 이들이 안타깝게 사망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기후변화는 사람들로 하여금 불안감을 조성한다. 사람들은 불안과 분노, 스트레스에 취약해지고 이는 우울증으로 이어진다. 기후가 원인이 되는 이런 증상을 '기후 우울증'이라고 한다. 기후 우울증은 주로 '청년'을 파고 든다.


내가 어린 시절, 더위를 피하는 방법은 밖을 나가는 것이었다. 바다나 강 혹은 산으로 가는 것을 '피서'라고 부르는 이유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밖을 나서며 그 시기에서 밖에 얻지 못할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다만 현재의 어린 혹은 젊은이들은 그렇지 못하다. 이들에게 더위를 피하는 방법은 '실내'다. 이들은 창과 문을 모두 닫고 에어컨을 켜놓는 것이 피서다. 이들에게 겨울은 난방을 위해 문을 닫는 시기이고 여름은 냉방을 위해 문을 닫는 시기다. 여름조차 충분한 태양볕에 노출되지 못한 이들이 늘어나면서 여름과 겨울은 비슷한 삭막함으로 변해갔다.




지진이나 화산, 토네이도와 같은 이벤트성 자연 재해에는 이름이 없다. 그저 지명을 사용하는 정도다. 다만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자연 재해에는 이름을 붙인다. 태풍 '메미', '태풍 사라'처럼 말이다. 자연 재해가 지속적이고 빈번해지면서 그것을 명명해야 할 명분이 생긴 것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폭염에도 이름을 붙이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스페인의 남부 도시 세비야에서 최초로 폭염에 이름을 붙이는 시도를 했다. 세비야는 폭염으로 인한 재해가 잦아지자, 폭염을 3등급으로 분류했다. 또한 폭염에 이름을 정하고 대응하는 방식을 취했다. 2023년 7월에 스페인을 강타한 폭염에는 '조에'라는 명칭이 있다. 또한 '야고, 제니아 등 스페인은 폭염에 이름을 이미 짓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어 그리스도 마찬가지다 그리스 또한 23년 7월에 발생한 폭염에 '클레온'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비교적 피해가 많은 남유럽 국가에서부터 이런 시도가 시작되고 있다. 태풍, 지진, 홍수가 인간에게 치자면, 눈에 보이는 '외상'과 같다면 '폭염'은 '정신문제'를 닮았다. 겉으로 사회는 모른 척 넘어 갈 수 있다. 다수의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 것에 열중하다보니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소흘하게 대하는 것과 닮았다. 직접적이고 단기적인 재앙이 아니라, 폭염은 간접적이고 장기적인 재앙이며 가장 취약한 부분을 집중 공략한다. 폭염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다. 더욱 더운 지역에서 사는 이들도 충분히 많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폭염이 아니라, 무관심한 사회와 국가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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