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딸바보 아빠의 이야기.
불의에 사고를 당한 딸을 위해 복수를 준비하는 아버지에 관한 소설이다. 소설은 7월 9일에서 9월 1일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최근 글을 읽는데 집중이 되지 않는다. 과부화 상태라 글이 안 들어오는 듯하다. 글이 읽어지지 않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육아'도 있다. 쌍둥이 아이들의 입은 눈을 뜨는 순간부터, 눈을 감는 순간까지 멈추는 법이 없다. 그 짧은 순간에 싸우고 화해하고 울고 웃고가 다이나믹하게 흘러가면 옆에서 중재하고 달래고 혼내다가, 나중에는 멍하고 멈춰진다.
예전 예능에서 아이들은 '자는 모습'이 가장 예쁘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다. 아이가 없을 때 그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지 못했으나, 이제는 무슨 말인지 공감은 된다.
아이의 감정변화는 워낙 드라마틱하고 변화무쌍해서 성인인 내가 쫒아가기 힘들 때가 있다. 싸운 아이를 앉혀 놓고 화해를 시키려고 머릿속으로 이야기를 정리하고 있으면 벌써 화해하고 있다.
어쨌건 이런 급변하는 감정 변화와 정보의 과다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는지, 글을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고 좀처럼 글 자체를 읽지 않게 된다. 멍하게 초점을 비우고 가만히 시간을 두는 일이 많아진다. 귀와 눈에 들어오는 모든 정보를 차단하고 시간을 죽이는 시간이 많아지던 어느날, 아이들과 제주 북앤북스를 들렸다.
최대한 가볍고 쉽고 얇은 책을 골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점에가면 읽고 싶은 책은 상당히 많다. 그러나 그것을 내가 읽어 낼 수 있을지, 몇 차례 시뮬레이션하고 나면 도로 제자리에 넣고 나오게 된다.
그날도 아이들과 서점을 방문한 날이다. 아이들과 서점을 방문하는 이유는 훗날 '아버지와 다녔던 서점의 기억'이라는 것을 주고 싶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서점에 들어오면 당연히 책보다는 문구, 장난감에 더 관심을 가지지만 말이다.
만화책보다 재밌다는 '플라이, 대디, 플라이'라는 소설을 골랐다. 자기 전에 가볍게 읽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다. 일과가 끝나고 어떤 이야기에 몰입하고 싶었다.
소설은 재일교포 작가인 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이다. 비슷한 류의 소설을 자주 출간하는 작가로 팬층이 있는 듯하다. 소설의 시작은 매우 몰입도 있게 시작한다. 아주 평범한 아버지의 일상으로부터 시작한다.
소설은 물론 재밌다. 다만 나에게는 맞는 것 같진 않다. 말 그대로 가벼운 소설이라 만화책처럼 쉽게 읽힌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만화책을 좋아하진 않았다. 딸의 복수를 위해 고등학생에게 싸움을 배우는 소재다. 주인공을 자신과 몰입하고 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 소설의 경우는 나와의 간극이 큰 편이라 몰입이 되지 않았다. 조금 유치한 느낌이랄까... 비현실적인 소재에 문화적인 거부감도 약간 있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의 평을 보니, 재밌다는 평이 꽤 많다. 아마 책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어떤 시기에 어떤 책을 읽는지에 따라서 그 책의 평이 달라지니, 이건 나의 문제같다.
이 책을 서른 후반인 지금 읽었다는 게 오류가 아닐가 싶다. 조금 어린 나이의 내가 읽었다면 재밌게 읽지 않았을까. 모쪼록 그래도 가벼운 마음으로 문자를 접할 수 있게 된 구분에 있어서 '킬링 타임용'으로 나쁘지 않았다.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