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사이에서 유명하진 않지만 '웨일런 아놀드 제닝스'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1937년 미국태생이다. 노래, 작곡, 연기에 재능이 있었고 8살에 기타연주를 시작하고 14살에 라디오에 출연할 정도로 재능과 기회가 그를 따랐다. 그러나 그의 삶은 스물을 갓 넘긴 이후 달라지기 시작했다. 1959년 2월 그는 동료 음악가인 '버디 홀리'와 함께 아이오와주 클리어 레이크에서 공연을 마쳤다. 공연이 끝나고 다음 공연장으로 이동할 때였다. 그는 이동을 위해 비행기를 이용하려 했다. 다만 자신의 자리가 확보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국 비행기에는 충분한 자리가 없었고 제닝스는 탑승을 포기한다. 이후 다른 방법을 알아보다가 '목적지'까지 '그라인더'를 통해 이동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라인더는 엔진없이 공기 역학으로만 이동하는 경비행기다. 1959년 2월 3일, 제닝스를 제외한 동행자들을 태운 소형 비즈니스 비행기인 'Beechcraft Bonanza는 공연장 근처인 아이오와주 클리어 레이크에서 추락했다. 이로인해 모든 승객이 사망했다. 그 일로 그의 음악 경력과 삶은 완전하게 달라진다. 제닝스는 추락사고 이후 가족을 위해 음악 경력을 포기하고 아이들을 양육하는데 최선을 다한다. 그 후 다시 음악 활동을 재개한다. 이후 음악 활동에서는 더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컨트리 음악계의 전설적인 아티스트 중 하나가 되었다.
짜여진 극처럼, 때로 운명은 스토리텔링을 가져온다. 만약 1959년 제닝스의 비행기 좌석이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혹은 비행기 사고가 있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역사에 만약이란 존재하지 않지만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삶과 역사는 흘러갔을 것이다. 구름으로 맺힌 수증기가 비가 되어 떨어지기 위해선, 충분히 맺혀야 한다. 다시 비가 눈이 되어 내리기 위해선 넘어서야 하는 온도가 있다. 모든 것은 그런 임계점이 존재한다. 여물지 않은 과일을 설익은 채로 딴다는 것은 때로는 그 상품성 자체를 없애는 실수가 되곤 한다. 로널드 웨인은 애플의 세 번째 공동 설립자로, 스티브 잡스와 워즈니악에 이어 애플에 합류한 인물이다. 그는 애플에 합류하면서 애플 주식의 10%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초기 애플의 미래가 투명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그는 해당 주식은 800불, 우리돈 100만원에 처분한다. 이 가치는 지금 우리돈으로 400조원에 가깝다. 다만 무르익기 전에 수확한 열매가 그렇듯, 일찍 매도한 주식의 가치는 역시 하찮다. 살다보면 로또 1등 당첨자가 모든 자산을 잃고 빈곤해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듣곤 한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기회와 행운이 얼마나 위험한가.
1년을 정성을 기울여 기른 과일도 수확날짜를 잘못 잡으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은 적정한 날짜에 그것을 수확해야 1년의 정성을 고스란하게 얻을 수 있다. 1년을 공들이고 마지막 일주일, 혹은 하루 이틀을 기다리지 못하는 성급함은 때로 인생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게 한다.
생각하는 행운과 기회가 지금 찾아오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하마터면 아직 익지도 않은 시퍼런 열매를 뜯어 시장에 나갈 뻔 했으니 말이다. 조금 더 여물기를 바라고, '낭중지추' 세상이 그것의 가치를 스스로 알아보기까지 '경거망동'하지 말며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