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인문] 늙지 않고 죽지 않는 사회_역노화

by 오인환

세계 인구는 110억까지 늘 예정이다. 단, 2020년 '란셋'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세계 인구 성장은 앞으로 40년이면 멈춘다. 심지어 2064년에는 97억, 2100년에는 88억으로 감소한다. 세계 23개국의 인구가 절반 이상으로 줄어들 예정이며, 같은 시기 대한민국의 추정 인구가 2400만이니, '대한민국 소멸'이라는 저출산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캐나다 사회학자 '대럴 브리커'와 언론인 '존 이빗슨'은 '텅빈 지구'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인구 폭발이 아니라 인구 소멸이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인간이 장수하지 않으면 소멸하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출산률' 만큼이나 '의료', '보건', '기술'이다. 심지어 베트남이나 중국과 같은 고성장 중진국들 또한 이미 저출산 문제를 마주하고있다. 다시 말하면 출산률 저하는 세계적인 추세이다. 그 원인은 '집값상승', '과도한 교육비'가 아니라 지구적 이유다. 비슷한 예를 들어보자.

대상어, 고래상어, 팬더독, 왕도마뱀, 펭귄 등은 적은 번식률로 인해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이다. 다시 말해서 적은 번식률로 개체수가 줄어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은 '사피엔스종'이 유일하진 않다. 그렇다면 앞에 언급한 동물들의 멸종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해야 일이 무엇일까. 앞서 말한 동물들의 출산률이 낮은 이유는 종마다 다르지만, 주로 서식지 파괴, 생태계 변화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언급한 멸종위기 종들은 대체로 수명이 길고 번식 주기가 느리다. 서식지가 불안정하거나 먹이 부족, 동물 사회 구조와 계급에 따른 번식 제한도 한 몫 한다. 다시말해, 높은 집값이 문제가 아니라, 불안정한 집값이 문제다. 서울 아파트은 10년 간 140%나 상승했다. 쉽게 말해, 돈이 없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가격의 불안정성이다. 인간은 어제 100원하던 사탕을 오늘 140원에 주고 사먹을 만큼 우매하지 않다. 가격이 안정되기까지 구매를 보류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다. 다만 이 과정에서 주거지 불안과 빈부의 격차는 벌어진다. 동물 사회에 존재하는 계급과 사회 구조 또한 개체수를 줄이는데 한 몫 한다.

사회 구조란 무엇일가. 일부 지역에서 수컷 사자는 여러 암컷을 동시에 거느린다. 드물지만 능력있는 수컷의 독식은 사자 군집 크기를 축소 시킨다. 또한 이로인해 발생하는 유전 다양성이 감소하게 되고 환경 변화에 취약하게 된다. 자연선택설을 주장한 다윈에 따르면 종은 환경 변화에 적응해야 살아 남는다. 다시 말하면 1만 년 전, 신석기 시대에는 노래를 잘 부르는 이, 공을 차서 목표한 곳에 잘 집어 넣는 이 등 굶어 죽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들 중 일부가 살아 남아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남기면 언제고 그 능력이 인정되는 시기에 살아 남게 된다. 과거 우월한 유전자만 남기고 열등한 유전자를 골라 강제 불임 수술하게 하던 '우생학'이 힘을 잃은 이유도 비슷하다. 현재의 우월인자가 차세대의 열등인자가 될 수 있고, 현재의 열등인자가 차세대 우월인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 혁명은 18세기와 19세기에 일어난다. 19세기가 되면 공립학교가 창설되고 교육을 의무화하는 국가가 늘어난다. 20세기가 되면서 세계적으로 교육의 기회가 확대된다. 이후 보편적 교육이 서구를 중심으로 확산된다. 이는 유엔의 교육 받을 권리도 한 몫했다. 모두가 일괄적인 교육을 받으면서 노래를 잘하는 이, 축구를 잘하는 이, 미술을 잘하는 이, 구별할 것 없이 모두 같은 기준으로 교육하고 평가 받는 시대가 왔다. 이로인해 우월인자와 열등인자가 나눠지고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과거 우월인자들의 도태가 개체수 축소에 한몫한다. 대체로 동물은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출산률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체 사회가 출산률을 낮추면 사회는 다양한 유전적 정보를 가질 수 있게 된다. 그것인 '동물 사회'에 존재하는 이론이지만 인간 사회에서도 충분히 적용된다. 개체수가 줄어가는 시대는 '사피엔스종'의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단위에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굳이 따져 보자면 극단적인 예시를 들어 볼 수 있다. 만약 당장 오늘부터 수명이 1000살이 되는 알약이 나왔다고 해보자. 국민 전체가 그 알약을 복용했다고 해보자. 이제, 국가는 어떤 정책을 실시해야 할까. 죽지 않는 사회가 오면 국가는 더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다. 생산인구를 예로 들어보자. 인구 구성에서 가장 중요한 생산인구는 16세에서 64세로 알려져 있다. 다시말하면, 국가 단위에서 필요한 것은 1세에서 15세가 아니라 그 이후 인구다. 덜 낳고 덜 죽는 사회가 더 많은 부를 축적 할 수 있다. 수명이 늘면 생산인구는 더 늘어난다. 물론 '대한민국 인구소멸'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하루를 멀다하고 나오는 와중에, 아이를 덜 낳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효용없는 수 조원에 해당되는 국가 세금을 어느 곳에 분배하여 사용해야 하는가의 문제다. 가파른 인구 절벽이 문제가 되기에 그 속도를 낮추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다만 더 중요한 것은 죽지 않는 시대에 대한 준비다. 인구가 꾸준하게 늘어나는 인구 인플레이션은 자본주의의 핵심이다. 자본주의는 '인플레이션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인구가 축소되는 과정에서 꾸준한 '인플레이션'은 일어나기 쉽지 않다. 가치는 '희귀' 할수록 오른다. 사람이 줄어 사람보다 돈이 많아진 시기에는 돈의 가치, 생상품의 가치, 부동산의 가치는 당연히 줄어든다. 고로 소비해도 소비되지 않는 생산품을 국가 경쟁 산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문화 산업이나 예술 산업과 같는 무형 산업 말이다. 100명이 100개의 연필을 만들어 100명에게 전달하는 또한 판매되지 않는 재고품을 쌓아두고 가격하락을 맞이하는 사회가 아니라, 한 명의 가수, 작가, 배우가 1편의 작품을 만들어 100명에게 전달하고 재고를 남기지 않는 산업 말이다. 우리는 앞으로 재수없으면 120세 200세까지 살게 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IMG_4248.jpg?type=w580


IMG_4249.jpg?type=w580




IMG_4250.jpg?type=w580



keyword
작가의 이전글[생각] 행운과 기회가 지금 찾아 오지 않은 것이 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