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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뇌가 얹힌 기분_나른한 하루

by 오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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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나른한 것이 잠이 쏟아진다. 정신이 나른한 것이 실수가 잦아진다. 무슨 말을 해도 겉돌다가 귓바퀴 어딘가에 걸리는 느낌이다. 골프에서 숏퍼팅 할 때, 컵 주변에 아슬아슬하게 걸리는 것을 '립아웃'이라 한다는데, 지금이 딱 그짝이다. 뇌가 정보에 반자성으로 변하여 모든 정보를 튕겨낸다.


왜 그런가.


소화시킬 수 없는 양을 밀어 넣으니, 위가 아니라 뇌가 얹힌 느낌이다. 매일 루틴처럼 해오던 일 중 일부를 버린다. 버려도 가득 차 있는 것이 어쩐지 정리할 것이 산더미라는 생각이다.


분에 넘치는 과한 일과에 과부하에 걸렸다. 과거 '퀀텀 라이프'라는 책의 저자인 '하킴 올루세이'는 '세는 습관'에 대해 말했다. 마음이 불안정하고 감정이 요동칠 때면 무엇이든 주변을 센다. 가령 주변 벽돌의 갯수라던지, 보도블럭의 숫자, 책상, 책의 숫자, 하다못해 자신의 호흡이라도 센다. 그것은 심각하게 과부화되는 뇌속 정보가 차분하게 가라앉게 도와준다.



무언가를 세다보면 정신이 '세는 것'에 집중된다.


우리의 마음은 폭풍과 같다. 감정과 생각은 규칙없이 날아다니며 마음 이곳 저곳에 생채기를 낸다. 주인 없는 집처럼 산짐승, 벌레 하물며 바람이나 비처럼 무생물도 혼잡하게 어지른다. 이들에게 '너희는 주인이 아니다'라는 명령어 하나만 입력해주면 깔끔하게 집을 비워 줄텐데 그것을 방치할 수 없다.



무엇을 세어야 할지 모를때는 시계초침을 바라보다가 눈의 촛점을 비우고 싶을 때는 숨을 센다.



'하나, 둘, 셋'



올라가는 숫자가 불편해지면 다시



'하나 둘, 셋'



채워지는 숫자에 의미를 상실하면 그저,


'하나 혹은 하나둘'


정도면 충분하다.



요즘은 과부하된 것들을 덜어내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하는 듯하다. 어제가 오늘과 같고 집과 밖이 헷갈릴 정도로 정신 없이 살다보니, '월화수목금토일' 구분, 낮과 밤의 구분, 일상과 일의 구분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쯤해서 쉬어야 하는데... 쉬면..



또 쉬고 싶을까봐. 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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