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서른 중반부터는 의식적으로 조심해야 한다

by 오인환

어디서 들었는데, 사람은 서른 중반 이후부터 의식적으로 조심해야 한단다. 10대에는 부모가 제어하고 20대에는 사회가 눈치 주는데, 30대 중반부터는 싫은 소리를 하는 사람이 적어진단다. 사회 눈치를 덜 보기 시작하고, 잔소리도 듣기보다 하는 입장에 놓여지는 시점이란다. 듣고 보니 그렇다. 서른 중반이 되면 어린 티가 벗어난다. 어떤 잘못을 해도 주변은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피할 뿐이다. 존중한다는 명분으로 '훈계'보다 '회피'를 한다. 스스로도 지적하면 '받아들이기' 보다 '불쾌해하기'시작한다.

'그런가...'

그러다

'그렇다...'

한다

버릇없는 10대를 보면 사람들은 가르치려 한다. 예의없는 20대를 보면 사람들은 눈치를 준다. 다만 서른 중반부터는 그냥 '피한다.', '저란 사람인가 보다' 하는 것으로 만다. 불필요한 갈등을 없애려는 것이다. 자기 주장이 확고해지는 시기라, 어차피 말해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말을 해봐야 바뀌지 않는 나이. 그 시작점이 내 또래다. 가만 보니, 나의 모습도 그렇다. 조심성이 없어진 나이.

그로인해 조금 편해진 부분도 있다. 누구도 뭐라고 하는 이 없다고 깨닫는 시기. 그 안하무인의 시작점에 서있다. 그렇다고 나이 많은 것도, 어린 것도 아니다. 스스로 정체성이 완전하게 정립되어 외부의 훈계에는 불쾌함이 더 많아지는 시기. 쉽게 말해 자의식 과잉의 상태에 빠지는 시기.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자기의 말이 더 맞다고 생각하게 되는 시기.

20대 초반 썼던 일기 내용이 생각난다.

'내가 편하면 누군가는 불편해진다.'

나는 그렇게 썼다. 참 순수하고 애띈 표현이다. 저런 순진무구한 생각으로 일하는 청년에게 지금의 나는 무엇이라고 충고할까.

'남을 위해 희생하기 보다, 네 밥그릇이나 잘 챙겨라.'라고 하게 될까. 어쩌면 그렇게 충고하게 될까 무섭다.

당신 나의 글은 깊이 있는 생각을 하고 썼던 건 아니다. 저 생각으로 20대를 보낸 것은 맞다. 일을 하게 되면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하고자 했다. 비전이나 목표의식이라기 보다, 남에게 폐를 끼치면 안된다는 생각이 더 컸던 것 같다.

글쓴이는 글을 두고 10년이나 훌쩍 넘어 와버렸다.

이제는 시원하게 방귀를 뀐다거나, 거침없이 트림을 한다거나, 식사를 마치고 물 한잔으로 가글을 하고 삼키거나, 명함 혹은 종이 모서리로 이를 쑤시는 일들 그런 아저씨들의 행동을 해버릴지 모른다고 떠오른다.

부끄럼 많고 낯가림 많은 소년 시기가 지났다. 그 흔적도 사라진 지금, 의식적 주의가 사라지면 앞선 행동을 서스럼 없이 할 것 같다. 그런 위기 의식이 떠오른다. 이제 아재구나.

20대 중반에 해외에서 생활 할 때 일이다. 그때는 머리를 누르면 앞머리가 입술 끝에 닿았다. 멋으로 기른 것은 아니다. 그저 돈이 없었다. 남보다 두껍고 강한 머리를 자르는 방법으로 나는 '손톱깎이'를 사용했다. 머릿칼을 돌돌 말아 손톱깎이로 '딸깍'하고 잘랐다. 그 뭉텅이 덜어내는 일을 반나절 하고 나면, 머리는 쥐파먹은 스포츠 머리가 됐다. 해외 생활 10년 간, 단 한번도 미용실을 가지 않았다. 남들이 어떻게 보던, 신경쓰지 않는 마인드가 길러졌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무언가에 둔감해져가는 것을 느낀다. 몸에는 언제 긁혔는지 모를 상처들이 종종 보인다. 언제 이렇게 쪘는지 모를 살이 온 몸을 칭칭 감고 있다. 신체만큼 둔감해진 정신의 어느 부분도 언제 긁혔을지 모를 상처들이 존재할 것이다. 나와 있는 배를 그대로 내놓고 다니고, 쥐 파먹은 머리를 그냥 하고 다니는 것처럼 창피한 줄 모르고 살아가는 것은 '정신'적인 부분도 크다.

분명 주변에서 모두를 말해주진 않는다.

싸움을 피하고자 하는 이들은 그저 속으로만 생각한다. '저 사람은 원래 저란 사람이구나'

그러고 마는 순간이 늘어난다. 점점 나는 나의 잘못을 발견하지 못하는 나이로 접어든다. 나도 모르게 하고 있는 그런것. 지금은 모르고 앞으로는 더 모를 그런 것들로 나를 세상에 내놓고 다닌다. 때로는 그런 것들이 두려울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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