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인생은 고(苦)다. 그러나..._마음출구 있음

by 오인환

뇌의 기본값은 '부정적 사고'이다. 쉽게 말해, 뇌가 보수적으로 작동할 때, 우리 조상은 생존률이 높아졌다. 난생처음보는 버섯이 있을 때, 그것을 스스럼 없이 먹은 쪽과 먹지 않는 쪽 중 어느 쪽이 살아남았을까. 먹지 않는 쪽이다. 그리고 살아남은 이들은 유전자를 남겼다. 어두운 밤에 아무런 공포를 느끼지 못하는 쪽과 공포를 느끼는 쪽 중 어느쪽이 더 살아 남았을까? 당연히 공포를 느끼는 쪽이다. 공포를 느끼지 못하는 이들은 어두운 밤, 야수의 공격으로 죽고 후대에 유전자를 남기지 못했다. 낯선이에게 경계심을 갖던 이와 갖지 않던 이 중에는 누가 더 생존할 가능성이 높을까? 당연히 경계심을 가진 쪽일 것이다. 경계심 없는 이들은 전염병에 의해 죽고 경계심 많은 이들이 살아 남았다. 고로 인간은 공포를 쉽게 느끼고 경계심이 많으며 보수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쉽게 말해, 인간의 뇌는 '보수적'으로 생각하도록 진화되어 있다. 다른 표현으로 '부정적'으로 생각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름을 알지 못하는 버섯을 수 만명의 사람이 먹었을 때, 다수는 죽는다. 단 한 명만이 살아남는다. 살아 남은 한명은 남들이 먹지 않는 버섯을 독식 할 권한이 생긴다. 때로 운좋게 살아남은 한 사람이 '스타'가 되기에 역시나 또 수만의 사람이 이름 모를 버섯을 주워 먹는다. 우리 뇌는 기울어져 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길 건너 친구가 있다. 큰 소리로 그를 불렀다. 들릴 만한 거리다. 그럼에도 그는 듣는 척도 하지 않는다. 이때 생기는 배신감과 불쾌함. 그것은 견디기 어렵다. 다만 이후 친구가 불의의 사고로 청각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해보자. 견디기 힘든 불쾌함과 배신감은 눈 녹듯 사라진다. 그 자리에 미안함이 생겨난다. 이렇듯 우리는 알지 못하는 정보에 대해 '부정적 선택'을 먼저 한다. 최초에 친구를 불렀던 사건을 정신의학적으로 중립사건이라고 한다. 이런 중립사건에 우리는 부정적으로 반응한다. 이를 '부정성편향'이라고 한다. 과거 우리를 살리던 정신 작용 중 하나다. 우리는 만물을 부정적으로 바라 보는 일에 익숙하다. 그러나 익숙하다고 하여 그것이 '정답'은 아니다. 상당수의 인간이 세상을 '왜곡'되게 바라 본다고 해서 왜곡된 세상이 올바른 것이 아닌 것 처럼 말이다.


이런 정신 작용을 따지고보면 붓다가 말한 '인생은 고(苦)'라는 것의 의미가 짐작된다. 여기서 말하는 고(苦)는 '쓰다'는 의미로 '감각'이다. 붓다는 인생의 맛이 '쓰다'라고 정의했지만, 쓰다는 것은 '인간'의 감각이지 실제 '인생'이라는 중립적 상황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미각이라는 것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인종 간에는 미각의 특성이 다를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특정한 맛에 민감하거나 미각의 민감도가 인종에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것도 아니다. 인간의 미각은 성별이나 나이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미각이 남성에 비해 더 민감하다고 보고되며, 노화 과정에서 변화할 수 있는 주관적인 감각 기관이다. 고로 누군가는 누군가는 '쓴맛'을 기피하는 사람도 있지만, 현대인들이 '물' 다음으로 가장 많이 소비하는 음료는 아이러니하게도 '커피'라는 쓴 음식이다. 인생이 '고'라는 붓다의 말 마저 부정적으로 본다면, 우리 모두는 인생을 '견뎌내야 할 대상'으로 여겨야 하지만, 우리는 커피라는 음료를 여러 방식으로 즐긴다. 사람마다 진하고 쓴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사람이 있고 취향에 맞게 우유나 설탕을 넣어 마시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커피는 쓰다. 뇌의 기본값이 '부정적'이라는 것은 커피의 기본맛이 '쓴' 것과 닮았다. 부정적이라는 것이 언제나 나쁜 것은 아니다. 받아들이기에 힘들때면 취향 것, '우유'나 '설탕' 등의 첨가물을 섞는 방식으로 즐긴다.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이라는 감정은 앞서 말한 우리 뇌의 기본값에 위해 생겨나는 부선물이다. 이것들을 효과적으로 유화 시키기 위해서는 '쓰다'라는 진실을 거부할 것아니라, 그것을 '알아차리고 받아들이는 것'에서 먼저 시작해야 할 것이다. 마음이 정교한 뇌과학의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불행으로 가는 길에서 행복으로 돌아설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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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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