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니모를 찾아서'라는 애니메이션을 보면 알록달록 귀엽게 생긴 물고기가 등장한다. 이 물고기는 '흰동가리'라는 종으로 굉장히 특이한 녀석이다.
녀석이 왜 특이 하냐면, 그들은 제멋대로 성별을 바꾸기 때문이다. 여러 마리의 흰동가리가 무리를 이뤄서 살다가, 만약 암컷이 죽어, 집단 내에 암컷의 숫자가 줄어들게 되면, 수컷 흰동가리 중 가장 큰 녀석이 암컷으로 성을 바꾸어 버린다. '감성돔'이나 '리본 장어'도 성별이 바뀌는 녀석 중 하나다. 감성돔는 성장하다가 지나치게 커지면 암컷으로 성전환한다. '리본장어'도 수컷으로 태어나지만 성전환을 겨쳐 암컷이 된다. 수컷일 때는 스스로를 보호하고 성장한다. 그러다 암컷이 됐을 때는 산란에 집중한다. 자신이 필요한 시기에 성별을 바꾸어 자신을 보존하고 종족도 보존한다. 가만보면 자연은 참 신기하고 재밌다. 어쩜 그렇게 똑똑한 방식으로 생존하는지 경탄스럽기도 하다. 자연은 각자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변화한다. 자연스럽게 빠르게 변화하지 못하는 이들은 도태되고 사라진다. 고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변화해야 살아 남는다.
자연이 성별을 바꾸는 이유는 '종족보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란다. 사람도 비슷하다. 사람은 성별을 바꾸진 않는다. 다만 성격을 바꾼다. 환경의 영향을 받기도 하고 집단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해외에 있을 때, 현지에서 태어난 교포들을 일컬어 '바나나'라고 부르는 것을 들었다. 그들이 '바나나'라고 불려지는 심오한 뜻은 '인종차별'적인 내용과 특색이 담겨져 있었다. 백인 친구에게 물었다. 그리고 그는 답했다.
"Skin Yellow But Inside White."
(겉은 노랗고 속은 햐얗다.)
외형은 아시아인인데, 생각이 백인이라 그렇게 부른다고 했다.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에 따라서 그 정체성은 달라진다. 사람은 달라진다. 나이에 따라 달라지고, 지위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혹은, '옷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은 해외에서 내가 많이 듣던 말이다. 나에게 업무를 맡기던 매니저는 내가 나이가 어려 걱정했다. '일은 참 잘하지만, 어려서 관리직이 서툴 것 같다'고 했다. 이에 옆에 있던 사장이 말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그는 자리를 줄 것이고 자리에 잘 맞는 사람이 될 것이라 믿었다. 그렇게 나는 어린 나이에 관리직을 시작했다. 내가 관리해야 하는 직원들은 언제나 나보다 나이가 많았다. 그러나 자리가 주어지자, 그 자리에 적응하고 문제없이 일을 처리할 수 있었다.
업무를 하다보면 '일 잘하는 직원'보다 '처세가 좋은 직원'이 더 빠른 성장을 할 때가 있다. 그것을 좋지 못한 눈으로 보는 경우도 있지만 '처세'가 '업무 능력'보다 중요할 때가 있다. 커피를 만드는 회사건, 샌드위치를 드는 회사건, 반도체나 스마트폰을 만드는 회사건, 나중에는 '관리'라는 공통된 업무를 만나게 된다. 스타벅스, 맥도날드, 삼성 등에서 일 잘하는 말단 직원은 각각 다른 능력을 갖고 있지만 이들의 오너들은 결국 '경영능력'으로 능력을 평가 받는다. 따지고보면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하는 이들이 가장 중요하다. 아주 내성적이라 말 한마디 못하던 이가 많은 사람 앞에서 공연을 하는 경우도 있고, 한 곳에 집중하지 못하는 개구쟁이가 사람을 이끄는 리더가 되기도 한다. 사람은 각각 자신의 자리와 위치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한다. 가끔은 환경에 맞춰 변화하는 경우도 있고, 변화된 성격이 환경을 만들기도 한다.
예전에 '프로젝트 님'이라는 실험이 있었다. 평범한 원숭이를 인간과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간단한 수학문제를 풀 수 있는 천재 원숭이로 기르는 실험이었다. 이 실험은 원숭이가 겨우 풀 수 있는 수준의 문제를 꾸준하게 주면서 공간을 바꾸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결국 환경은 침팬지를 천재로 길러냈다. 자신감이 없는 이들은 자신들이 남들 앞에 띄지 않기를 바란다. 무난한 색과 옷을 즐겨 입고, 다시 그로인해 자신감을 상실한다. 환경이 성격을 만들고 성격이 환경을 만든다. 환경과 성격이 서로물고 물리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이라도 먼저 변해야 변화는 생긴다. 내성적이라면 더 과감한 옷을 입고, 산만하다면 조금 차분한 옷을 입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자신의 감정이 조금 우울해 지고 있다면, 신나는 음악로 자신을 노출해야 한다. 찰스 다윈에 따르면 자연에 따라 적절하게 변화하는 이들과 변화의 속도에 미치지 못해 멸종하는 이들은 모두 '적응 속도'에 따라 운명을 달리한다. 결국 다른 것이 속도라면, 뜨거운 욕조에 천천히 몸을 집어 넣어 온도에 적응하듯, 미리 조금씩 변화할 온도에 자신을 바꿔 가는 것도 중요하다. 결국은 환경이던 성격이던, 먼저 무엇이 바뀌여 바뀌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