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시집] 그냥 하기_걷는 독서

by 오인환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꽃이 피는 시기가 있으면 지는 시기도 있다. 지는 시기가 있으면 피는 시기도 있다. 지는 시기만 있는 것도 아니고, 피는 시기만 있는 것도 아니며 꽃이 꽃이 아닌 시기도 있고, 꽃이 꽃인 시기도 있다. 그것이 그것이 되는 시기는 분명히 있다. 고로 서두르거나 조급해 할 것 없다. 가끔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는 두려움이 올 때가 있다. 꽃이 피는 시기에는 한없이 필 것만 같고, 지는 시기에는 한없이 질 것만 같다. 꽃이 꽃인 시기에는 한없이 꽃일 것 같고 꽃이 꽃이 아닌 시기엔 한없이 아닐 것 같다. 다만 지금 보이지 않는다고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그것이 보이다고 지금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하늘에 떠 있는 별은 수 억 광년을 날아온 빛의 흔적이며 그것이 보인다고 지금 존재하는지는 알 수는 없다. 반대로 어떤 별은 수 억 년 전에 만들어져 빛의 속도로 날아오고 있지만 아직 도달하지 않은 것도 있다.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것은 빛의 속도로 날아오고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고, 그것이 보인다고 하더라도 환영일 수 있다. 우주가 한 점에서 터져 나올 때, 사방으로 그 파편이 튕겨 나갔으니 우주의 모양은 '구'를 닮았다. 그것은 빙글 빙글 돌아가며 시작과 끝점을 같도록 하고 위와 아래가 없으며, 옆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밟고 있는 땅도 둥글기 때문에 이는 우주를 닮았다. 둥근 것은 위도 아래도 없으며 옆도 없다. 어느 쪽으로 굴려도 그 모양은 같고 뒤집어도 세워도 그것은 그 모양이다. 지구의 곡률이 1도당 111.32킬로다. 그것은 360도로 나누어 조금씩 아래로 휘어지고 있다. 고로 우리가 바라보는 시선이 '곧'고 세상이 둥글기 때문에 우리의 시선은 14.58km 밖의 세상을 보지 못한다. 그 지평선이 시선의 끝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세상의 끝은 아니며, 바라보지 못한 세상의 범위가 더 넓게 펼쳐져 있다. 그것 공간을 더 넓게 보는 유일한 방법은 그저 바라보고 싶은 방향으로 한 걸음 더 걸을 뿐이다.

고로 서둘지 마라. 그러나 쉬지도 마라. 그저 한 걸음씩 자신만의 속도로, 자신이 설정한 방향으로 걸어가라. 한걸음 뗄 때마다, 지평선 끝도 한 걸음만큼 넓어진다. 세상을 바라보는 넓이는 몇 걸음을 떼었는지로 결정될 뿐이다. 앞으로 나아가면 반대로 과거는 지평선 아래로 사라진다. 과거와 미래는 현재에 내가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에 따라 사라지고 나타날 뿐이다. 모두 환영 같은 것이다. 움직이지 않고 서 있으면, 과거도 미래도 사라지지 않고 생겨나지 않으며, 그것을 만들어내는 유일한 창조의 시간은 오로지 지금, 여기일 뿐이다. 존재하지 않는 것에 존재의 두려움을 겪고 존재하는 것에 허상의 불안함을 갖지마라. 보아주지 않아도 스스로하고 알아주지 않아도 무소처럼 자신의 길을 걸어라. 묵묵하게 걸어가면 그것은 비록 잘못된 길이라도 언젠가 제자리가 될 것이다. 그러면 다시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라. 우주가 둥글고 지구가 둥글기에 거기에서는 잘못된 방향도 잘못된 길도 없다. 방위가 서로 같고 상하가 서로 같다. 고로 자신이 믿는 방향을 향해 묵묵히 걸으라. 세상이 나를 몰라줘도 원망하지말고 세상이 나를 잘못 알아줘도 탓하지 마라. 그저 가기로 했다면 생각은 자리에 내려놓고 그 자리를 벗어나라. 세상이 나를 몰라준다고 원망하기 전에 내실보다 더 알려졌음을 두려워 해라. 그것은 '겸손'이 아니라 '본능'이며 '흉내'가 아니라 '본질'이다. 세상이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확인하려면 그저 둥근 달을 바라보라. 그것이 반달이 되었다고 반이 사라졌는가. 그것이 구름에 가려졌다고 존재하지 않는가. 차지 않은 달을 채우는 유일한 방법은 그저 묵묵하게 자신의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일일 뿐이다. 지워진 달의 반을 채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기 보다, 그저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하고 있는 최선을 다하라. 어느 순간 그것이 가득차 있다면 그것은 모든 것이 둥글다는 증명이다. 고로 지금 바라는 무언가가 무슨 모양을 하고 있는지 걱정하지마라. 그것이 반달의 모양이든, 하현의 모양이든, 초승이나, 심지어 삭의 모양이든 그저 그것의 원형이 머리 위에 떠있음을 기억하고 보여지지 않는 부분이 채워지는데는 적당한 시기가 있다고 믿어라.

조금씩 조금씩, 자신이 하는 일을 하라. 의문도 품지말고 좌절도 하지말고 열심히 하지말고 그저 숨 쉬듯이 해라. 특별하게 의미도 부여하지 말고, 하고 있는 중에는 자신이 그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마저 망각하도록 해라. 세상 위대한 일은 모두 '귀찮고 하찮고 피찮고 시시찮다. 그것을 꾸준하게 해내는 것이야 말고 진정한 해냄이다.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것은 없다. 마찬가지로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도 없다. 조금씩 조금씩 꾸준하게 나빠지고, 조금씩 조금씩 꾸준하게 좋아질 뿐이다. 그저 하고 있는 일에 몰입하라. 현재와 지금에만 몰입하라. 그 밖에 모든 것은 환영이고 거짓이고 착각이다.

IMG_4977.jpg?type=w580
IMG_4978.jpg?type=w580
IMG_4979.jpg?type=w580


keyword
작가의 이전글[미래] 온라인 수업이 아이에게 끼치는 영향?_언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