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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Mar 19. 2021

[건강] 간헐적 단식을 통해 얻은 믿기지 않는 자유

 종이책으로도 읽어야 할 책들을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모처럼 쉬게 된, 휴일 아침 눈을 뜨지 마자 공복이 몰려왔다. 문뜩 책을 읽고 싶긴 한데, 활자를 읽어 넘길 에너지가 충만하지 않은 아침이었다. 어젯밤 싸놓은 책가방 속에 책을 끄집어내기도 귀찮았다. 목이 마를 때 사람은 본능처럼 물을 찾는다. 그처럼 가장 자연스럽게 끌리는 것에 충실하는 것이 좋은 독서이기도 하다. 이 배고픔이라는 호기심을 독서로 채우고 싶었다. 집에 있는 다이어트 책 중에는 간헐절 단식에 관한 책이 없었다. 

 오래간만에 하이센스 A5를 사용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터리는 0%였다. 충전기에 꽂아놓고 간단하게 부엌 냉장고로 가서 미리 썰어 놓은 레몬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 그리고 레몬차가 서서히 식는 동안 화장실에 가서 대략적으로 씻었다. 연기가 폴폴 나는 차를 들고 침실에 있는 침대 책상에 앉았다. 아이들에게 영상을 하나 틀어주었다.

 예스 24에서 북클럽을 결제하고 오랜만에 책을 읽는 듯하다. 최초에 오디오로 들었다. 그리고 활자로 넘어갔다. 

 책은 간헐적 단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 또한 간헐적 단식을 실행했던 적이 있다. 사실 그때의 경험은 놀라웠다. 최초 간헐적 단식을 했던 이유는 '라디오스타'라는 프로그램에서 '홍진영'이 이 방법을 소개했기 때문인데, 자신이 먹고 싶은 걸 마음껏 먹는다는 이야기에서 혹 했던 것 같다. 맛있는 것을 먹되 죄책감을 덜기 위한 방법으로 간헐적 단식을 시작했다.

 효과는 굉장히 좋았다. 나는 1일 1식을 했는데, 처음에는 그 긴 기간 동안 단식이 가능할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우리의 몸은 참 신기하게도 금방 환경에 적응했다. 한 2~3일이 지나자, 배가 고프지 않았다. 물론 오랜 기간을 버티기 위해 2~3일 간, 피자, 햅 버거, 치킨, 자장면 등을 폭식하듯 먹었다. 그래서 배가 고프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한 끼에 먹는 양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항상 먹던 아침 시간과 저녁시간에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 당시도 살이 금방 빠지기는 했다. 

 그 당시 연애를 하면서 데이트를 하는 명분으로 1일 1식이 위기를 맞았다. 그리고 너무나 오랫동안 잊고 지냈다. 그 뒤로 거의 10년 가까이가 흘렀다. 나는 최근 몸이 많이 무거워졌다. 몸이 무거워진 것뿐만 아니라, 먹기 위해 너무나 많은 시간과 비용 그리고 희생이 들어갔다. 우선 저녁이 되면 먹고 싶은 야식을 사기 위해 일부러 먼 거리를 들려야 했고 불필요한 맥주와 야식을 사면서 지출이 들어갔다. 그리고 먹는 기간에는 편하게 먹어야 한다며, 생산적이지 않은 일들을 하곤 했다. 

 예전 한 스님이 단식을 하면 좋은 점을 이야기하며 늘어난 개인 시간이라고 했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아침과 저녁을 먹을 때 우리는 불필요한 영상을 보거나 불필요한 행위들을 많이 한다. 그 시간은 얼추 2시간은 넘을 것이다. 그 시간에 못하던 일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도 든다. 책을 읽고 지식으로만 쌓는 건, 진짜 독서가 아니다. 진짜 독서란 느낀 바를 내 생활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나도 오늘 아침 배가 고픈 김에 간헐적 단식을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책은 매일 폭식을 즐기는 비만 부부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들이 왜 비만이 되었고 어떻게 만났는지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예전에 '냉정과 열정사이'나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의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특히나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너무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쓰지 히토나리'와 공지영 작가가 서로 남자와 여자의 시각에서 같은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독특한 구성의 소설이 생각났다. 이 책은 남편과 아내가 각자의 시각으로 비슷한 시간을 보내던 시각을 따로 적은 재밌는 공저이다. 

 다이어트를 하면서 실패하고 겪었던 재미난 에세이다. 부부의 이야기는 매우 공감했다. 음식에 대한 습관이나 생각 다이어트와 살에 대한 관념이 너무나도 공감했다. 심지어 책의 절반이 넘어가는 동안에도 다이어트의 방법은커녕, 뚱뚱한 사람의 음식에 대한 이야기만 잔뜩 나온다. 사실 이 책은 거기서 이야기가 멈춰지고 다이어트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너무나 재밌는 책일 수도 있다.

 사실 가장 공감하는 이야기는 이 부부가 바라본 다이어트이다. 다이어트는 복잡하다. 먹는 음식마다 칼로리를 체크해야 하고 운동량을 체크하며 다이어트 기간을 확인해야 했다. 영양소와 식단도 확인해야 했다. 너무 복잡하다. 하지만 그렇게 복잡한 다이어트는 오래가지 못한다고 한다. 사람의 의지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의지가 꺾이면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서로의 식단이 다르기 때문에 부부가 항상 먹는 것도 다르게 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간헐적 다이어트를 하면서 부부는 항상 같은 시간에 같은 음식을 먹게 되고 부부관계도 좋아졌다고 한다. 사실 1일 1식이란 다이어트 방법이라기보다 건강한 식습관에 초점이 맞춰진 식단이다.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분명 맞는 사람과 맞지 않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사람마다 야행성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듯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나는 이 방식이 말하는 생물학적인 설득이 맘에 들었다.

 우리 인간은 3 끼리를 맞춰 먹게 설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냉장보관이 가능했던 20세기나 돼서 3끼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건강이라고 하지만, 냉장고가 없을 때는 하루 한 끼 배부르게 먹는 것이 식사법이었다. 실제로 인류의 99%는 구석기시대이다. 그들은 하루 종일 사냥을 위해 뛰어다니다가, 사냥에 성공하면 집단끼리 사냥감을 나눠 먹었다. 하루 배부르게 먹고 나면, 다음 사냥까지는 단식하며 굶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신체 리듬이 그렇게 짜여있다는 사실에 너무 공감했다. 이 책은 너무 재밌게 봤다. 오늘부터 나도 1일 1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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