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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Feb 23. 2024

[일기] 드디어 글태기가 왔다_이제 3월이다!

한창 타오르던 열정이 식고 소원해지는 시기.

이 시기를 권태기라 한다. 글 쓰는 사람이 글 쓰는 것에 권태 시기를 느끼면 '글태기'라 부른다고 한다. 언제쯤 나에게 찾아올까. 아무리 글을 쓰도 화수분처럼 할 말이 넘치고 아무리 바빠도 글 한 줄은 쓸 여유가 있었다.

 2019년부터 2020, 2021, 2022, 2023 그리고 2024년 햇수로 6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글태기가 왔다. 정말 오래 기다렸는데, '드디어 오다니' 싶다. 보통 사람의 의지는 3일이 유통기한이다. '작심삼일'이라 하여 3일이라는 고비를 넘기면 그 의지력에 대한 고비를 넘긴 셈이다. 그것을 넘기면 다음 고비는 그것보다는 꽤 시간이 흐른 뒤에 나온다.

 6년 간, 깜빡 잠들어 하루가 넘어간 일을 제외하곤 매일 3000자의 글을 써 왔다.

'이쯤되면 고비가 와야 하는데...'

'이쯤되면 고비가 와야 하는데...'

'고비가 없으면 안된다.'

 고비가 없었다는 것은 그만큼 '쉽다'는 것이다. 그만큼 쉽다는 것은 흔한 것이다. 쉽게 해낸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 누구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희귀성이 없다. 희귀성이 없으면 가치는 적어진다.

 무자비한 '고비'가 찾아와, 무지하게 흔들어야 한다. 그럼에도 그것을 견뎌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가치가 생긴다. 

6년 만에 찾아온 글태기.

'정말 하기 싫고 힘든 날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해냈다.' 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꽤 의미 있는 시간이 찾아왔다.

 읽고 있는 책은 진도가 나아가지 않고, 쓰고자 하는 소재는 생각이 나질 않으며, 가만히 누워서 오래된 영화를 돌려보고 싶다. 

 세상이 좋아졌는지, 나빠졌는지, 쇼츠, 영상, 영화, 드라마 등 재밌는 것들이 마구자비로 나온다. 결국 대부분의 경쟁자가 그것에 걸려 넘어지는 것은 틀림없다.

 드디어 '글태기'다.

 나의 습관에 대한 가치관이 형성되는 시기.

이것을 넘으면 가치관이 생긴다. 누군가는 걸려 넘어진다. 그 시기를 넘었다면 희열이 생긴다. 비슷한 경쟁자들이 넘어지고 포기하고 나가떨어지는 와중, 묵묵하게 걸어가야 한다.

쓰기 싫다는 마음과 그러나 한편으로는 '드디어 왔구나'하는 희열의 중간 단계를 오락 가락 한다.

그나저나

글태기는 왜 왔는가.

 최근들어 바빴다. 쌍둥이를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혼자 홈스쿨링했다. 물론 혼자서다. 육아에 대한 지친 정도가 정점에 도달했다. 이제 겨우 겨우 한뼘 만큼씩만 나아갈 수 있을 쯤,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을 수 있으면 더욱 좋으련만 아이가 있으면 결코 책을 읽을 수 없다. 짧은 영상을 볼 수는 있어도 글자가 읽어지진 않는다. 아이가 싸우는 소리, 웃는 소리, 노는 소리가 귀에 달려 있어서 글자를 읽어도 읽히지 않는다. 읽을 책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읽히지 않는다. 리뷰도 작성해야 한다.

 누군가 그랬다.

"책 정말 많이 읽으시네요."

내가 자랑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책을 많이 읽었다는 사실이 아니다. '글을 많이 썼다'는 것이다. 책은 완독을 반드시 한다. 읽은 책에 대해 단 하나의 배움을 느꼈으면 그것으로 글을 쓴다.

 다만 꽤 지치다보니 최근 글의 상태가 좋지 못함을 느꼈다. 주말없이 주 7일 간, '월화수목금토일'을 일했다. 쉼없이 일하고 육아하고, 읽고 썼다.

 3월 3일이 되면 주 1일은 쉴 수 있을 것 같다. 아이가 학교에 가니 오전에도 시간이 있을 수 있다.

 2024년에는 조금씩 정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정신없이 미루고 쌓아 두었던 것들이 하나 둘 해결될 것이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더 건강하게 정리할 것이고

생활면에서도 정리될 것이다.

2023년에 하지 못한, 집필활동도 다시 시작할 것이다.

준비를 하여 새로운 글도 '출판'으로 이어질 수 있게 준비할 것이다.

팔로워, 이웃 님들의 댓글도 정신 없어, 읽고 답글을 달지 못했다.

겨우 현상만 유지하던 유튜브, 인스타, 블로그 활동도 다시 재개해야겠다.

군전역을 기다리는 마음의 몇 갑절은 더 간절해진다.

어서 오거라. 3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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