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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Mar 04. 2024

[생각] 인생도 '지정학'이 중요하다_초등학교 입학식

 책 '총균쇠'에서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파퓨아뉴기니'의 지도자 얄리가 자신에게 물은 질문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왜 우리는 당신네 백인들 보다 가난한 겁니까?"

이 질문은 책 전체의 중심 주제다. 다이아몬드는 어째서 유럽인들이 '뉴기니' 사람들보다 부유하고 풍족한 문명을 가지게 됐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근거를 말한다.

 어떻게 특정 문명들이 다른 문명들보다 더 성공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으며 더 부유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일까.

 어째서 패망했던 '독일', '일본', '한국'은 다시 세계사의 중심국가가 되었고 뉴기니는 아직도 다른 국가보다 성공적인 발전을 이루지 못했는가. 그것은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다. 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지정학'이라는 용어를 알아야 한다.

 '지정학'은 국가의 정치적 행동과 국제 관계가 지리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말한다. 지리는 자원 분포와 지형, 기후와 강수량을 결정하고 이는 '농업생산량'과 '문화', '군사전략', '경제 발전', '외교정책'을 결정한다.

 지도를 살피면 대륙은 북반구에 몰려 있다. 남반구는 '대륙'보다는 '해양'이 대체적이며 대륙의 모양 또한 다르다. 북반구에 몰려 있는 대륙은 횡으로 길게 뻗어 있고 남반구에 있는 대륙은 종으로 길게 뻗어 있다. 횡으로 긴 대륙은 그 거리와 상관 없이 비슷한 기후를 공유한다. 반면 종으로 긴 대륙은 아주 가까운 거리라 하더라도 기후가 천차 만별이다.

 농업이 유리한 지역은 주로 온대 기후 지역에 해당하는데 이는 대략 북위 30도에서 60도 사이의 지역이다. 이 범위 내에 있는 지역들은 대체적으로 적당한 강수량과 온화한 기온을 가지며, 계절 변화가 뚜렷해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기에 적합하다. 흔히 말하는 '축복의 벨트'다.

 반면 남반구의 대륙은 종으로 길다. 이는 같은 국가 내에서도 그 기후가 천차 만별이며 지역 내에 '식물 종'이 전파되기 어렵고 동물 종 또한 왕래하기 쉽지 않다.

 적도를 중심으로 '동양'은 '태평양'이 넓게 깔려 있고, '서양'은 '북아프리카 대륙'이 넓게 깔려 있다. 적도에서 뜨거운 태양 볕에 증기화 된 바닷물은 대류현상에 의해 뜨거운 공기는 위로 향하고,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떨어진다. 여기에 지구는 자전한다. 자전 중에 발생하는 원심력에 의해 적도 부근은 중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극지방은 상대적으로 강해진다. 다시 말해 기압의 차이가 발생한다. 이런 기압 차이로 적도 부근에 있는 공기는 북향하는데, 이 과정에서 동양은 습한 기후와 높은 강수량을, 서양은 건조한 기후와 낮은 강수량을 만든다. 이는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씨종'의 차이를 만든다.

 이런 이유로 '농업시대'에는 '동양'의 문명이 앞서고, '산업시대'에는 '서양'의 문명이 앞설 수 있었다. 또한 '동양'은 높은 강수량에서만 재배가 가능한 쌀농사를, '서양'은 낮은 강수량에서만 재배가 가능한 '밀농사'를 시작하다. 이는 문화의 차이를 만든다. '밀'로 만든 식품은 빵으로 구워 보관에 유리했다 또한 건조한 기후는 보관상 동양보다 훨씬 유리했다. '대항해시대'는 배에서 오랫동안 체류할 수 있는 기반이 문화적으로 형성된 '서양'에 유리했다.

 단순히 어느 지정학적 위치에 있느냐는 '풍수지리'와 다르다. 아주 작은 지정학적 차이는 커다란 차이를 만들어낸다. 가령 베토벤, 슈베프트, 홈멜과 같은 작곡가들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활동하며 서로의 작품에 영향을 주고 받는다. 특히 슈베르트는 베토벤을 깊이 존경했는데 1827년 베토벤의 장례식에 슈베르트가 찾아가기도 했다. 파리의 몽파르나스에는 피카소, 샤갈, 마티스, 헤밍웨이와 같은 인물들이 서로 만나고 영감을 공유하는 곳이었다. 이들은 서로 다른 분야에서 각기 다른 영향력을 주고 받으며 성장한다.

15세기 피란체에는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가 아이러니하게도 비슷한 시기, 비슷한 장소에서 비슷한 활동을 하고 20세기 초 영국 케임브릿지 대학교 근처에서는 케인즈, 버지니아 울프 등이 서로 비슷한 시기, 비슷한 장소에서 자신들의 사고를 공유했다.

 야후, 이베이, 구글, 테슬라, 트위터, 오라클, 애플, 페이스북은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주변에서 창업되거나 초기 발전을 이룬다.

 대한민국에서도 경상남도 의령군에서 비슷한 시기에 삼성그룹의 이병철 회장, LG그룹의 구인회 회장, GS그룹의 허만정 회장, 효성그룹의 조홍제 회장이 살고 있었다.

 이들은 이후 사업이 확장되면서 서로 그 영향력을 주고 받았는데 실제로 삼성과 효성, LG와 GS는 그 그룹이 매우 깊게 연관되어 있으며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울산군에서 당시 롯데그룹의 신격호 회장도 있었다. 이들은 이후에도 사업적으로 서로 얽히며 섥히며 관계를 이어 간다. 이또한 '물리적', '지리적'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준다.

 가령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첫 번째 시간에 어떤 자리를 앉게 되는지, 첫 번째로 인사하게 된 인물은 누구인지는 친구 관계와 학업 성적에도 영향을 주는 매우 중요한 원인이 된다. 실제로 군입대를 하게 되면, 임의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자리를 서게 되는데, 이때 선 자리는 '번호'로 부여되고 이 부여된 번호는 이후 '훈련소'나 '자대배치'에도 영향을 준다. 이렇게 지리적 위치는 서로 상호작용하며 '거부할 수 없는 커다른 움직임' 즉, '운'으로 작용한다.

 이 '운'이라는 것은 너무나 미약한 하나의 개인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며 때로는 그대로 부여진 '운명'처럼 느껴진다.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식을 다녀오며 다양한 생각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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