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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Mar 19. 2021

[계발] 알아차리고 머물러서 지켜보라

 어정현 님의 글이다. 삼성전자에서 부장으로 재직 중이라고 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재직 중'이라는 말이다. 그는 사이버 대학교 대학원 상담 및 임상심리 석사를 마쳤고, 상담심리사 2급과 임상심리사 2급 그리고 명상 삼당사 2급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어떤 생각이 들었다. 

"바빠서 못하는데 나중에 여유되면 할 예정이야..."

 친구의 말이 생각난다. 어정현 님을 실제로 뵙진 못했지만,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본다. 나는 어째서 신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재능을 여러 사람이 아닌 한 사람에게 몰아줬는지 알고 있다. 사람은 '호기심'과 '열정'이 있는 사람과 다만 그것이 없는 사람이 있다. 열정이 있는 사람은 다방면으로 특출 날 수밖에 없다. 신이 재능을 한 사람에게 몰아준 것이 아니라. 다만 한 사람에게 호기심과 열정을 주었을 뿐이다. 정말 바쁜 사람들은 그보다 덜 바쁜 사람보다 더 많은 일을 해낸다. 그것이 핵심이다. 바쁘다고 하며 핸드폰을 들여다보거나, 바쁘다고 하면서 주말에 TV 앞 소파에서 빈 둥 거릴 시간을 줄일 수 없다면 인생의 다양성은 즐겨보지 못하는 샘이다.

 그의 첫 소개만 보고 무한한 신뢰를 가슴에 담고 첫 페이지를 편다. 책은 시의 형식으로 되어 있다. 말하는 바는 확실하다. 행과 연으로 이루어진 글이다. 행과 연 사이의 짧고 넉넉한 여유는 책이 알려주려는 것처럼 마음 편함을 느끼게 해 준다.

 책의 제목은 책의 18쪽에 실려 있는 소제목의 이름이다. 이 책의 핵심 내용이기도 하다. 책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책을 읽거나 들어서 얻는 방법은 우물을 찾아가는 길을 얻는 것이고 사유 작용을 통해 얻는 방법은 어떤 우물이 마시기 적합한지를 논리적으로 판단하는 것이고 수행을 통해 얻는 방법은 실제로 물을 마셔서 맛을 아는 경험을 통한 지혜입니다." 

 뼈저리게 공감한다. 활자를 읽어 넘김으로써 기억 속에  내용을 기억하는 행위로만은 절대로 인간을 변화시킬 수 없다. 그것을 마음 깊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사유 작용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행동에 나올 수 있도록 꾸준한 수행이 필요하다.

 명상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 이 책을 펼쳐 든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를 부하직원으로나 직장 상사로 두고 있는 삼성전자 직원들이 부러워지기 시작했다. 책을 읽다 보면 일회성인 책이 있고 두고두고 다시 살펴봐야 하는 책이 있다. 이 책은 무조건 두고 살펴봐야 하는 책이다. 진리라는 것은 굳이 그것이 진리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기나 긴 수식어구가 필요하지 않다.  짧고 확실한 이 책이야 말로 진짜 좋은 책이다. 

 물론 '명상 따위에 관심 없다!'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 있다. 나 또한 굉장히 오랜 시간을 그렇게 살아왔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은 사이비 같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좋아할 만하다. 마음 챙김 즉,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를 하다 보면 결국은 종교적으로는 '불교'를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명상 대신에 기도를 권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신'을 믿으라는 의미는 명상이나 수행에 전혀 개입되어 있지 않다. 기독교, 천주교 할 것 없이 배울 수 있는 좋은 생활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하나의 우주가 있지만 사람 수만큼의 수우 주가 있다는 말이 있다. 우리 모두가 경험한 세상이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통해 확립된 가치관과 신념이 다르다. 그런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모든 우주는 달라진다. 탐험가에게 세상은 정복해야 할 대상이고 기업가에게는 마케팅을 할 대상이다. 사람들이 보는 눈이 다 다르고 경험과 생각이 다르다. 모두의 우주가 다르기 때문에 누구의 우주가 더 완벽한지 비교할 수 없다. 모든 우주는 서로 완벽하다. 나의 우주만이 완벽하다는 착각을 벗어나야 한다. 

새끼줄을 밟고 뱀으로 잘못 인식하여 놀라는 것에 '단지 새끼줄'임을 알아차리면 두려울 것이 없다. 원효 대사의 해골물처럼 모든 것은 마음에 있다. 불교의 일체유심조 사상과 일맥 한다. 우리를 기쁘게도 하고 불쾌하게도 하는 것은 눈, 귀, 코, 혀, 피부와 같은 감각기관과 대상이 의식이 만났을 때의 느낌 때문이다. 밖에서 아무리 비바람이 몰아치고 전쟁이 터지고 지옥이 펼쳐져도, 나의 눈, 귀, 코, 혀, 피부가 그것을 깨닫지 못하면 평화스러운 것이다. 모든 것은 인식에 달려있고 그 인식을 받아들이는 입구인 감각에 의해 조절된다. 모든 것이 그랬다. 사실은...

 후반부 2장에는 타인을 상담하는 방법이나 요령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3장에서는 스스로 치유하는 법을 알려준다. 사실 명상을 넘어 자기 최면과 최면과도 일맥상통한다. 무의식 즉 잠재의식을 살펴보고 그것으로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치료하는 일. 그것이 우리에게 모두 필요하다. 나에게도 필요 다하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책을 만난 듯하여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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