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Q의 천재들'은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 '추천도서' 였다. 책이 쉽고 얇아 가볍게 시작했다.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한 두권 정도 읽었는데,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책이 됐다.
도서관에서 한번에 20권 정도를 빌려와서,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하루종일 책을 읽어주었다. 반복되는 의성어, 의태어가 많다. 어휘력이 올라가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등장인물들은 각각 성격에 맞게 이름이 다르다. 상황도 다르다. 그러다보니 책의 내용을 떠나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이야기 할 거리가 많아졌다. 부끄럼 양, 거만 씨, 거꿀 씨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 스토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읽어주는 아버지도 매우 흥미진진했다.
"아빠, 터무니없어 씨'할 때, '터무니 없어'가 뭐야?"
"어이없다'랑 비슷한 말로 알면 될 것 같은데?"
그 이후로 아이는 '어이없다'라는 표현을 '터무니없다'로 바꾸어 말했다. 완전히 치환해서 쓸 수는 없는 표현인데, 처음에 잘 가르쳐줘야 했나, 싶다. 그러나 그대로 두었다.
책은 절판이 됐는지, 어쨌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도서관에 진열은 되어 있지 않아서다. 도서관 사서 선생님께 요청하면, 직원분이 지하에 내려가서 가져오는 모양이다. 두 달간 6~70권이나 되는 책을 몇 번이나 빌려 봤다. 꽤 번거롭게 해 드리는 것 같아서 하나를 구매할까 싶었다. 슬쩍 원서 사다가 집에 두었다. 한글판을 다 읽은 참이라, 원서를 겪게 하고 싶었다. 역시 아이가 읽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아이는 식탁 위에 진열한 책을 집어보고 이름과 그림을 봤다.
영어는 못 읽지만, 아이는 '아빠, 이거 부끄럼양이네?'라고 말했다. 그 정도면 만족이다.
사실 언어를 공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재밌는 컨텐츠'를 발견하는 것이다. 언어 공부를 위해 우리가 즐겨보는 컨텐츠는 내용이 어려운 편이다. 고로 단순한 컨텐츠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그러면 재미가 없어진다.
즉, 적절한 나이에 적절한 흥미가 있는 컨텐츠가 필요하다. 고로 그 나이에 또래들이 보는 컨텐츠를 외국어로 접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다만 아이에게 조기교육이랍씨고 닥달하고 싶지 않다. 아이는 현재 한자를 익히고 있고 영어의 감을 들이고 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흘려 듣기만으로도 충분히 감을 익힐 수 있다.
사나흘 간, 아이가 할머니 집에 가 있다. 방학이라 할머니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해서다. 내일이면 다시 집으로 데려올 참이다. 참으로 육아라는 것이 그렇다. 없으면 생각나고, 있으면 피곤하고 그렇다. 식탁 위에 있는 아이의 그림책을 보고 갑자기 아이가 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