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인환 Aug 12. 2024

[육아] 아이는 부모를 보고 자신의 한계를 설정한다_다

 '이은경 작가'의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에는 한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작가가는 잠깐의 외출동안 아이에게 약을 먹으라고 주문한 것이다. 다시 돌아왔을 때, 약통의 약이 모두 비어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보름치의 약을 모두 삼켜버런 아이와 엄마는 황급히 약사를 찾아 나선다. 해당 구간을 읽으며 느끼는 바가 있었다. 아이의 건강을 위해 준비한 약이 때로는 건강을 위협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아무리 좋은 약도 복용량이 정해져 있다. 적은량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부모가 아이에게 주는 '도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와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가 난관에 부딪쳤다. 아이가 꽤 높은 턱을 만나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바구니에는 외출시 항상 챙겨야 하는 동화책이 들어 있었고, 높은 턱을 넘으려다 몇 번을 자전거가 넘어졌다. 자전거가 넘어지며 아이의 다리에도 적잖은 상처가 났다.

 가만히 서서 아이가 해결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두 손은 자유로웠다.

 성큼성금 다가가서 한손으로 안장을 들어 올려주면 쉽게 해결될 문제였다. 아이는 잠시 '도와주세요'라고 말했다.

 "할 수 없는게 아니라, 하기 어려운 거잖아. 어려운 건 해봐야 쉬워지는 거야."

가만히 서서 기다려줬다. 가방이 바닥에 떨어지고 줍기를 반복했다. 다가가서 아이의 가방정도를 들어 주었다.

 "왼손으로 손잡이랑 브레이크를 잡고, 오른손으로 안장을 잡고 들어 올려봐."

아이가 그렇게 했다.

그리고 자전거는 턱을 넘어섰다.

 이런 식이다. 자전거 뿐만 아니라 모든 상황에서 아버지가 해주는 것은 거기까지다. 가령 자전거를 구매하거나 보조바퀴를 붙여야 하는 '불가능한 경우'가 아니라면 뭐든 직접하게 한다.

 헬스 트레이너 선생님과 운동을 하다보면 극한까지 운동량을 올리고 마지막 '하나'를 들어올릴 때 손가락 하나로 도움을 준다.

 가만 생각해봐도 그게 도움이다.

도와준다는 셈치고 들어올리고 있는 바벨을 모두 들어주는 것이 도움이 아니다. 뭐든 도움은 단 번의 커다란 도움이 아니다. 지켜보면서 가장 극한에 치달았을 때, 성공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최소한만 주는 것이다.

 트레이너 선생님은 이후 원리를 설명했다. '스티킹포인트' 바벨을 들어 올릴 수 없는 극한의 상태부터가 성장이다. 무하메드 알리가 팔굽혀펴기를 처음부터 세지 않고 고통이 느껴지는 순간부터 세는 이유도 비슷하다.

 원리를 듣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스티킹포인트를 겨우 넘어서게 되면, 다음의 스티킹포인트는 한단계 올라선다.

 아이의 고통을 무조건 방관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해결할 때까지 기다려주고 항상 아이에게 그 원리를 설명한다.

 "아빠가 도와주면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이 줄어들기 때문이야."

아이는 고개를 끄덕거린다. 어찌보면 나는 '다정한 관찰자'는 아니다. 냉정하다. 원래 나이랑 상관없이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생후 몇 개월 된 사피엔스가 겨우 내는 옹아리나 생후 38년 된 사피엔스가 겨우 가질 건물 한 동처럼 말이다. 각 수준에 맞는 난이도는 존재하고 각자마다 그것을 극복하는데 얻게 되는 스트레스의 양은 적잖다.

 아이가 등급 하나를 올릴 때마다, 자신의 사회적 지위는 얼마나 올릴 수 있는가. 아이가 경쟁자 하나를 이길 때마다, 자신은 비슷한 자와의 경쟁에서 우위에 위치 할 수 있는가, 살펴보면 아이가 처한 주관적 난이도에 대한 객관적 공감을 가질지 모른다.

 내가 넘지 못한 벽을 아이가 넘어서길 바라지 않는다. 직접 격고 자신이 생겼을 때, 아이에게도 도전을 권장한다. 그렇지 않은가. 당장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쓰지 말라고 하면서 얼마나 많은 부모는 스마트폰에 눈을 떼지 못하는가.

 결국 아이의 성장을 위해서 부모가 성장해야 한다. 아이가 책을 보기 원한다면 부모가 먼저 책을 봐야 한다. 아이는 부모를 보고 자신의 한계를 설정한다. 다시말해서 아이가 어떤 벽을 넘지 못해 허우적대고 있다면 아주 높은 확률로 그 부모가 비슷한 수준의 벽에서 헤매고 있을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