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다 문뜩 밖을 보았다.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다. 건물 밖에 세워둔 자전거가 떠올랐다. 아마 다 젖었을지 모른다. 비는 멈췄지만 빗물이 스며든 안장은 축축히 내 엉덩이를 적실 예정이었다.
비가 몰아치다가 잦아든 밖을 내다 보았다. 이미 일은 벌어졌고 손 쓸 방법은 없었다. 축축한 엉덩이가 벌써 느껴지는 듯 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자전거'를 타고 나오지 말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해가 지고 건물을 나섰다.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자전거가 있는 곳으로 갔다. 거기에는 '우산'이 꽂혀 있었다. 우산은 자전거의 안장을 덮고 있었다.
'누가 우산을 씌워 놨을까'
알 길이 없었다. 누군가의 알 수 없는 선행으로 그날은 기분 좋게 집으로 퇴근할 수 있었다.
모든 선행에는 '댓가'가 필요한 법이다. 그렇게 믿었다. 다만 어떤 선행에는 댓가가 필요없다. 겉으로만 그럴싸한 '표면적인 열정'이 댓가를 충족하는 경우가 있다. 가령 무거운 짐을 여럿이 들어야 할 때, 조금 더 생동감 넘치는 거짓 표정과 거짓 기합 정도면 함께 들고 있는 여럿을 속일 수 있다. 굳이 조금더 남들보다 큰 노력을 들였다고 남들이 알아주는 것도 아니다. 고로 적당한 힘과 적당한 연기만으로 적정선의 댓가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가짜 노력은 어디에나 있다. 우리 직업도 마찬가지다. 그럴싸한 표면적 열정만으로도 '급여'를 제공 받을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삶의 자세는 자칫 지금 약간 편안함을 느낄지 모르지만 삶 전체로 볼 때, 커다란 에너지 손실을 얻을 수 있다.
내가 거짓 노력을 하고 삶을 대하면, 나의 삶에서 '진실된 노력'은 판타지가 된다. 고로 다른 사람의 노력에 대해 '신뢰'를 가질 수 없다. 내 직업에 '진실성'이 없으니 타인의 '직업'에 진실성을 기대하지 못한다. 의사를 만나도 의사가 진심을 다해 치료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없고, 변호사를 만나도 변호사가 진심을 다해, 변호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없다. 이삿짐을 맡겨도 그들이 책임을 다해 물건을 정리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지 못하고,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해도 그들이 최선을 다해 요리를 만들 것이라는 믿음이 부족해진다. 고로 삶 전반적으로 에너지 소비량을 보면 '손해'에 가깝다.
고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삶'에 대한 '진실성'이다. 댓가에 맞는 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댓가를 충족하고 흘러 넘치는 행위를 하는 것이다. 성경에는 이런 말이 있다.
'내 잔이 넘치나이다.'
내 잔을 채우지 못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잔을 충족시킬 수 없다. 내 잔이 흘러 넘칠 때, 우리는 다른 이들의 잔을 충족시킬 수 있다.
자신의 삶에 대한 진실성을 갖는다면 우리는 타인의 진실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이것은 사회 전반적으로 굉장히 생산적이고 삶 전체적으로 에너지를 줄일 수 있는 매우 탁월한 가치관이다.
'공무'를 보는 사람을 우리는 '공무원'이라고 부른다. 공무라는 것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티가 나지 않는 법이다. 때로 사람들은 공무원을 바라보며 '철밥통'이라고 비아냥 거리기도 한다. 다만 그들의 직업 윤리를 탓하는 사람들의 직업윤리도 돌아봐야 할 것이다. 삶은 자신이 아는 범위 내에서 밖에 생각하지 못한다.
한국어 밖에 하지 못하는 사람은 '스와힐리어'로 꿈을 꾸는 것이 불가능하다. 자신이 가치관과 세계관 밖의 세상에 대해서 상상하기는 어렵다. 고로 어떤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느냐는 자신이 어떤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는가와 일치한다.
김완필 작가의 '나는 제주의 희망배달부 입니다.'는 제주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던 작가가 그간 자신의 보고 들었던 다양한 '공무'에 대한 일화와 철학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떠한지는 그가 직업을 바라보는 태도로 알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삶을 기반으로 '사회'에 다양한 환경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자신의 개인사와 가정사를 통해 제주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시간에 연민의 시각을 느끼고 자신의 하는 '공무'에 대한 단단한 철학을 갖는다. 그러한 바른 시각이라면 단연컨데 그가 바라보는 세상이 바를 것이다. 그는 남을 의식하고 의심하는 불필요한 걱정과 에너지를 줄이고 점차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을 것이다. 줄어든 에너지는 자신에게 꽤 긍정적인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는 흔히 말하는 '카르마'로 반드시 어떤 부분으로 그에게 돌아갈 것이라 확신한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