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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Oct 01. 2024

[육아] 사춘기 자녀를 상대하는 방법_이토록 다정한 사

 사춘기는 그 자체로 '모순적'이다. 아이는 독립을 원하면서 동시에 의지할 곳을 찾는다. 부모는 통제하려 하면서도 자녀가 자율성을 갖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상반된 욕구는 서로가 다른 방향을 향하는 나침반처럼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가만보면 '사춘기'라는 용어는 '인간'에게만 사용된다. '사춘기'는 생물학적 용어는 아니다. 고양이가 사춘기에 걸렸다거나 참새가 사춘기에 걸렸다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사춘기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사춘기라는 용어는 아이러니하게도 '당사자'은 사용하지 않는다. 이에 해당되는 '청소년'들이 자신을 사춘기라고 명치하지 않는다.

 "내가 요즘 사춘기라서 기분이 좀 왔다갔다 해."

 "내가 요즘 사춘기라서 어른들 하는 말에 반항하고 싶어져."

 이런 식의 대화가 청소년들 사이에 있을리 만무하다. 그렇다면 '사춘기'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바로 부모세대다.

최초에 나부터 그렇다. 10대 시절을 보내면서 스스로 '사춘기니까'라고 여겨본 적이 없다. 생물학적, 심리적 으로 급격히 변화 시기라는 인지도 크지 않다.

 인간의 삶 전체를 봤을 때, 신체적, 정신적 변화는 '사춘기'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사춘기 이후에도 인간은 꾸준하게 변해간다. 성인기에도 신체적 능력의 정점과 함께 정신적 안정이나 변화가 올 수 있고, 중년기와 노년기에는 신체의 노화와 함께 또다른 생물학적, 심리적 변화를 겪게 된다. 인간의 변화는 전 생애에 걸쳐 지속적인 경험이다.

 그저 호르몬 문제라고 하기에도 인간은 다양한 이유로 사춘기라 할 수 있는 여러 심리적 변화를 겪는다. 어떤 이들은 우울증을 겪고, 어떤 이들은 갑상선 문제로 다양한 호르몬 문제를 겪는다. 여러 관계 속에서 우리는 다양한 인물을 만난다. 고로 사춘기 시절의 누군가만 특별하게 여길 것이 아니다.

 아이를 가지면 다양한 '훈련'이 가능하다. 말하지 못하는 이와 소통하는 방법을 알게 되고, 단순 반복하는 유튜브 채널을 멍때리고 보게되며, 다음달이면 쓰레기통에 들어갈 플라스틱 장난감을 잔뜩 카트에 싣게 된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때로는 주는 것 없이 받기만 하는 사람을 상대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 모든게 우리를 인격적으로 수양하게 하는 큰 훈련이다.

 '사춘기 변화'는  우리가 형성할 다양한 관계들 중 만날 하나의 유형일 뿐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2시간씩 큰소리로 울어대며 그자리에서 대소변을 봐 버리는 아무개도 거쳐오지 않았던가. 그에비하면 꽤 양반인 편이다.

 드라마 허준에서 허준의 아버지는 지체 높은 양반이었다. 허준은 그의 얼자로써 양반 아버지와 기생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다. 각본상이겠지만 허준의 아버지는 용천군수로 얼자 허준을 나무란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같은 일생을 놓고 봤을 때, 비슷한 동년배로써 '허준'의 사회적, 역사적 지위가 훨씬 높아진다.

 과연 먼저 태어난 것이 모든 면에서 우월하다 할 수 없는 이유다. 스탈린은 테레사 수녀보다 훨씬 먼저 태어났으나, 인격적으로 존경할 만할 수 없고 이완용은 안중근보다 스무살 연장자였다.

 사춘기라고 하는 시기는 짧게는 2년 길게는 6년 정도다. 이 시기에 벌어지는 다양한 관계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것은 '아이'보다 '부모'에 가깝다. 이 시기에 오히려 관계 정리를 먼저 마친 쪽이 아이다. 아이는 부모와의 관계를 재설정하여 스스로 독립할 준비를 마친다.

 다만 부모의 입장에서 이 관계 재설정에 어려움을 겪는다. 어리고 귀엽던 순종적인 자녀의 상을 놓지 못하는 것이다. 공부를 하지 않거나, 나쁜 친구와 사귀거나 사실 부모의 관여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동물세계에서 육체적으로 성숙한 자식에게 부모는 관여하지 않는다. 때로 다 커버린 자녀가 어디론가 홀연이 떠나더라도, 심지어 공격을 당하거나 위험에 쳐해도 돕지 않는다.

 다만 우리 인간은 생물학적 성장보다 배워야 할 문화적, 사회적 성장기간이 더 길다. 이런 간극으로 우리에게만 특별하게 '사춘기'라는 시기가 존재할 뿐이다.

 사춘기를 슬기롭게 지나가기 위해서 그렇다면 무엇이 중요할까. 바로 '인간대 인간'으로 대하는 것이다. 이미 지나간 인간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새롭게 형성된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다. '자녀'라고 대하기 보다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며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아보자.

 그것은 어쩌면 자녀의 사춘기 상대법이 아니라 사람과 관계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방법일지 모른다.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적당히 타협하며 상대의 과제에 관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람을 대하다보면 상대와 나 모두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지 모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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