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부자가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사람들보다 자기 분야에서 묵묵하게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부자가 될 확률이 훨씬 높은 것 같다. '스티브 잡스의 꿈이 부자가 되는 것이었다면?', '마크 주커버그의 꿈이 부자가 되는 것이었다면?' 우리가 부자라고 마주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돈에 집착하기보다는 자신의 영향력을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열망했던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왜 컴퓨터는 복잡해야 하고, 전문가가 아니면 설치조차 쉽지 않아야 하지?'를 고민하던 스티브 잡스는 '단순하고 쉬운 컴퓨터'를 만들어 냈고, '왜 MP3와 핸드폰, 전화기를 세 개씩 들고 다녀야 하지?'를 고민하다 아이폰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자신이 만들어낸 이 편리한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페이스북의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 또한, 돈을 벌고자 페이스북을 만들어내지 않았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람들도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시장에서도 공감대를 얻는다. 시장의 선택을 받으면 당연히 영향력과 부가 따라올 수밖에 없다.
흔히 드라마를 켜면 욕심이 가득하고, 탐욕스러우며 이기적인 재벌들의 모습이 자주 나온다. 물론, 요즘 재벌에 관련한 이슈가 많아지면서, 재벌과 부자들에 대한 반감도 커져가고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우리가 삼성의 반도체 제품을 이용하거나, 현대 자동차를 사용하는 이유 등이 단순하게 애국심 만으로 작동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소비자로서, 가격과 성능 혹은 애프터서비스 아니면, 디자인 등을 고려하며, 나에게 가장 최선인 것들을 선택할 뿐이다. 그 고려 요소 중에 당연히 애국심도 포함되겠지만, 그것이 절대적이지는 않다. 나는 그들의 능력과 열정을 시기, 질투하고 욕하기보다, 오히려 본받고 배우고 싶은 마음이 크다.
사실, 항상 미디어에 노출되어 있는 그들은 도덕적으로도 완전한 삶을 살아야 한다. 아주 조그만 가정사의 불화나, 실패한 선택들도 기사화되어, 전 국민들에게 뉴스로, 신문으로 보도된다. 그들에게 엄격한 잣대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우리 스스로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혹시 회사에서 열정 없이 일하고 있진 않은지, 나의 가정에는 불화가 없는지, 친구와 동료와는 사이가 괜찮은지, 등등 나에게 만약 같은 수준의 미디어 관심이 집중되었을 때, 나는 얼마나 깨끗한 삶을 살고 있는가? 혹여, 주변을 지나며 스치는 수많은 사회복지 센터를 그냥 지나가면서, 재벌들에게 기부 문화만 강요하고 있진 않은가?
나는 재벌을 옹 오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다만, 그들도 우리와 같은 잣대를 대고 평가할 때, 똑같은 평가가 내려지냐는 것에 대한 의문이 있다. 이것은 그들에 대한 옹호가 아니라, 우리에 대한 비판일 것이다.
예전에 빌 게이츠 회장이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지원과 기부를 하는 기사에 이런 댓글을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 재벌들도 좀 본받아라!"
그렇게 달린 댓글에는 수많은 재벌을 욕하는 리플들이 달려 있었다. 그들은 기부하지 않는 상류층에 대한 증오가 가득 담긴 글을 써 내려갔다. 물론 많이 버는 사람들이 많이 기부를 하면 사회가 좋아지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것은 의무 사항이 아니다. 하면 좋고, 안 해도 나쁜 일이 아는 선택 사항일 뿐이다.
기부를 강요하는 우리들에게 우리는 한 달에 수입의 어느 정도를 기부하고 살고 있는지를 묻는다면, 답이 간단하게 나온다. TV 방송에 나오는 불우 이웃들에게 1,000원 기부하기도 무서워하면서, 그들에게 수 천, 수 억을 기부하지 않는다고 욕할 수 있는가? 나는 해외에서 일하면서 매달 30~40불씩 꾸준하게 기부를 했었다. 사실 좋은 맘으로 했다기보다, 굳이 끊기 귀찮기도 했고, 처음부터 하고 있지 않으면 몰랐을, 끊으면 나쁜 사람이 된다는 인식도 한몫했다.
내가 기부를 하면서 느낀 것은, 정말 솔직한 마음으로 '이 돈이 맞게 쓰이고 있긴 한 거야?'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왠지 내가 낸 기부금이 눈먼 돈이라는 이유로 헛되게 쓰이고 있진 않을까? 나는 불안했다.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하는 것은, 당시 나의 본업에 충실하여, 좋은 서비스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것도 사회에 큰 이로움이 아닐까?
얼마 전, 나는 충청도의 한 보육원에 100만 원가량의 과일상자를 보냈던 적이 있다. 내가 현금으로 보내지 않고, 물품으로 보내지 않고, 놔두면 일주일 안에 썩어버리는 과일로 보낸 이유는 단순하다. 오롯하게, 나의 선의가 좋은 뜻에 쓰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어찌 됐건,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쩌면 우리보다 재벌이 더 클지도 모른다. 물론 나쁜 영향력도 더불어 크겠지만 말이다.
우리는 아프리카의 굶주린 아이들에게 수 초도 안 되는 시간에 한 끼 식사를 제공할 수 있다. 그 과정에는 삼성, 엘지, 현대 등의 재벌 회사들의 기술과 수고가 반듯이 들어가게 되어있다.
나는 이 책을 쓴 권오현 회장의 순수한 의도를 믿는다. 대한민국 연봉 탑인 그가 그깟 인쇄 얼마를 받자고 책을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장사 수법에 대한 글을 쓰지 않았다. 그는 리더이고, 기술자이고, 한 가정의 평범한 아버지였다.
애매한 중소기업 사장들의 갑질이나 횡포가 횡횡하다는 요즘 시대에, '진짜'의 여유가 보이는 이 책.. 사실 이 책은 짧은 독후감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우리도 우리 하는 일에 자부심이 생길 정도의 프로페셔널한 직업의식을 갖고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