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종이 질감'이 있다.
'더 인간적인 건축'은 아마 '벌크 페이퍼'로 만들어진 종이 같다. 겉보기에는 벽돌책처럼 보이지만 가볍고 두께감이 있으며 흐릿한 질감이 신문지를 읽는 것처럼 눈이 편하다.
이런 류의 종이는 책을 펴고 손가락에 만져지는 감촉부터 기분 좋게 한다. 책을 펼때마다 '훅'하고 콧구멍으로 들어오는 종이 냄새도 좋다.
내가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마 '한가지' 이유인 것 같다.
'향수'
해외에서 10년 간 거주하면서 다른 '한국인'과 다른 점이라면 참 '도서관'과 '서점'을 자주 찾았다.
다 읽지도 못할 거면서 '책욕심'은 왜 그렇게 많은지 영문으로 된 다양한 책을 구경하고 구매하고 오는 것이 취미였다.
다시 한국으로 귀국하면서 그때 구매한 대부분의 책은 처분했지만 그 향수가 아직도 남아 있다.
한국의 책과 해외책의 차이점은 아주 분명하다. 한국의 책은 화려하고 묵직하고 반들거린다. 한국인들이 '예쁜 것', '보여지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그런 듯하다. 반대로 해외책은 '가볍고', '지루하다' 책표지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안쓰는 듯 하다. 대부분 한국 책들은 '양장본'이 기본처럼 출판되지만 '원서'들은 책의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며 '수집'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이상 '양장본'을 선호하는 경우는 많이 없다.
벌크지의 특징이러면 눈이 너무 편하다. 향이 좋다. 가볍다. 촉감이 좋다.
'토마스 헤더윅'의 '더 인간적인 건축'을 보면 알 수 있다.
더 인간적인 건축은 현대 건축의 따분함에 대해 말한다. 직선, 반듯함, 일률적임 등 현대 건축이 갖고 있는 따분함을 이야기한다.
책은 '건축'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책의 구성을 보면 '책' 자체가 주는 매력이 훨씬 크다. 이는 일본의 '킨즈키'와 닮았다.
일본에는 '킨즈키'라고 하는 문화가 있다. '킨즈키'는 깨진 도자기를 금과 옻으로 수리하여 '금'이 난 자체가 하나의 디자인 요소를 주는 것이다.
일본 문화는 굉장히 독특한 특징이 있는데 건축과 정원에서는 동양 다른 국가들에 비해 '안정적', '인위적', '완전적' 분위기를 형성하면서도 '미완'을 좋아한다. 예전 일본인 지인에게 듣기에 안짱다리나 덧니, 얼굴점, 짝눈, 작은 키가 매력이라고 했다.
한국은 건축과 정원에서 비교적 '자연적'이고, '불완전성'을 가지면서 '깨끗한 피부, 대칭된 얼굴, 큰키 등을 선호한다. 문화에 우열을 가릴 수는 없으나 개인적으로 '미완'이 주는 '자연스러움'이 '인간적인 느낌'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독특한 생각이든 것이 있다. '인간적인'이라는 형용사와 '인위적인'이라는 형용사가 가진 특징이다. 둘은 얼핏 비슷하지만 다르다. 인위적인 건축은 직선과 단조로움, 일률적인 특징이 있다. 반면 인간적인 건축은 '곡선', '다양성', '복잡함'이 있다.
한국과 일본이 가진 미에 대한 모순처럼 '인간'이 가진 다양한 모습이 모순을 만들어내는듯 하다.
책에는 굉장히 다양한 장난스러움이 묻어 있다. 분명 번역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그 장난스러움을 그대로 가져온 '출판사'의 노고가 그대로 느껴진다.
가령 단조로움이라는 말을 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안조로움'이라고 표현한다거나 손글씨로 적혀져 있는 다양한 주석들도 재밌다.
글씨가 삐뚤어져 있거나 갑자기 세로로 나오기도하고 그림에 맞춰 글이 갈려져 있디고 하다.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맛이 분명하게 있다.
책은 얼핏 두껍지만 대부분이 사진과 그림이다. 쉽게 넘어간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물리적 책에 백 퍼센트 만족하게 하는 책이다. 아마 책이나 건축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이 책을 접하면 흥미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이런 책이 더 많아지기를 개인적으로 소망해본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