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암행'이라는 소설을 구매한 이유는 이렇다.
책을 '휘리릭' 넘기다가 어느 구간 대충 살펴보고 구매해는 '나'로써 '암행'은 도서의 구성이 굉장히 독특한 책이었다.
여기서 '책의 구성'이라면 물리적 구성을 말한다.
전혀 다른 느낌이긴 하지면 예전에 "Long Way Down"이라는 '원서 소설'을 읽었던 적이 있는데 그때 느꼈던 새로움이랄까?
그러면 간단하게 "Long Way Down"이라는 책의 구성에 대해 설명해 보겠다.
종이책이 가진 물리적 장점을 200% 활용한 소설이랄까?
책은 다른 매체와 다르게 가로X축, 세로Y축이 있으며, 두께라는 Z축이 존재한다. 거기에 가운데 제본선을 중심으로 X=0의 절편을 가진다.
이러한 물리적 환경을 최대한 활용한 소설이 "Long Way Down"이었다. 단순 빈공간마저 모두 소설의 단서로 쓰는 이런 구성은 매우 독특했고 비슷한 구성의 한국 소설을 읽어보지는 못했다.
그 신선함과 비슷한 느낌의 소설을 우연히 발견한 기쁨이었다.
소설의 측면을보면 검은색과 흰색, 회색을 비롯해 그라데이션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종이의 명암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달라진다.
소설 전반적으로 음침하고 어두운 편이지만 그래도 점차 흐려지고, 갑자기 밝아지는 구성으로 도서의 몰입이 확실하게 올라간 느낌이다.
게다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쪽수를 적어놓은 숫자가 점차 아래로 내려간다.
소설의 몰입에 중요한 정보는 아니겠지만 마치 영화를 보면서 하단에 플레이 진행 정도를 알려주는 빨간줄을 보는 느낌이다. 전체에서 소설이 얼마나 남았는가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구성이다.
소설의 내용에 대한 설명은 간단하다. 조선판 '판타지 소설'이다. 개인적으로 짧고 강하게 몰입할 수 있지만 문학적 깊이를 기대하고 읽는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쉽게 말하면 오락성의 글로 쉽고 빠르게 인스턴트식 소설을 읽어 내려가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소설이 재미가 없지는 않다. 다만 내용상 구성이 단조로운 편이며 시리즈의 도입부 정도를 읽고 이야기가 마무리 된 느낌이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