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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인공지능 시대의 사랑 이야기, SF소설_유니스

by 오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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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비극을 전하며 시작한다.



'지금 통화 중인 사람이 며칠 전 죽은 것 같다.'



당췌 논리적으로 말이 안되는 첫 장을 넘어서며 짧고 강한 SF기반 연애 소설이 스치듯 지나간다.



소설은 '일기'의 형식을 빌렸다. 글은 어렵지 않고 내용도 직관적이다. 주말 오전에 히비스커스 차 한잔 타놓고 패브릭 소파에 앉아 전기 담요를 켠 완전한 독서 세팅 자세를 취했다. 이북 리더기는 고정형 스탠드로 두고, 전자책 리모콘을 블루투스로 연결해 두니 고개만 까딱 돌려 놓고 손가락 까딱 거리며 두세 시간이면 정독으로 완독할 수 있었다.



일기는 남자의 일기다. 가까운 과거부터 시작한 일기는 후딱 후딱 시간을 넘어, 얼마전 현재를 스치고 가까운 미래로 향한다.


소설은 SF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당초에 감도 오지 않는 '미래'를 끌어다 배경에 두지 않는다. 꽤 현실적인 미래의 어느 날이 배경이다. 그 삶이란 조금더 버전 높은 아이폰을 쓰는 정도의 우리네 내일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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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2년 전, 유튜브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돌아가신 故박윤배 배우 님(응삼이 역)을 AI기술로 재현한 영상이었다. 개인적으로 근래 봤던 영상 중에 가장 감동적이고 인상깊은 영상이라 지금도 불현듯 떠오르곤 한다.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닌 누군가와 대화한다는 것이 어쩌면 '기술'고 구현 가능한 세상이 되어 가느 싶은 생각도 든다.


'유니스'는 앞서 말한 '유튜브 영상' 처럼 이미 세상을 떠났던 '연인'과 다시 재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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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행복하고 좋은 일들'만 가득했으면 좋겠지만, 혹은 누군가는 또 그런 삶을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살 한살 나이를 쌓아가면 어찌됐건 감내해야 할 '불행'의 순간을 만나곤 한다.



개인적으로 그런 순간은 30대 언저리에 왔다가 아주 큰 상채기를 내고 사라졌다.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남은 그 상처는 어느덧 아물었지만 그것이 '베고 지나간 흔적'은 '고통'이 사라진 '기억'과 '흉터'가 되어 그때를 떠올리게 한다.



'데이터'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던건 10년도 되지 않았다. 그때만 하더라도 사람들이 남겼던 댓글이나 흔적 따위가 '어떤 물건을 많이 팔게 하느냐' 정도로 소비된다고 여겼다.


그러다 그 흔적을 '학습'하고 또다른 창작을 해내는 '학습모델'들이 나오면서 데이터'라는 것의 무서움을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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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일례로 얼마전 '전기자전거'를 사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찾고 있었다. 개중 유튜브에서 한 사람의 '자전거 리뷰'를 보게 됐는데 거기 꽤 여러 정보를 얻게 됐다. 내용이 유익하여 그 사람의 다른 영상을 찾아봤다. 몇개의 영상을 찾아보다가 무언가 묘한 감정을 느꼈다. 나에게 전기자전거의 사용 방법과 구매 방법을 알려주던 그 영상속 인물이 '불치의 병'에 걸렸다는 영상이었다.


해당 인물은 진료를 포기하고 자신의 '삶'의 기한을 정해두었다. 죽을 날을 정해둔 사람은 '뭐든 하려나' 싶었으나, 해당 주인공은 끝까지 자신의 형편에 맞는 소비를 하고 평범한 일상을 살았다.



영상의 주인공은 스스로 말했던 '시한부의 삶' 끝을 한참 지난 영상이었다. 실제로 그 뒤로 몇년째 업로드 된 영상은 올라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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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죽은 자에게 '구매정보'를 배우고 인간적 감정을 느끼는 묘한 감정에 이렀다. 어쩌면 앞으로 수십년 혹은 십수년만 지나면 온라인 세상은 이미 이세상 사람들이 아닌 이야기와 삶으로 가득할 것이다. 산자와 죽은자를 정확히 구분하지 못한 그런 정보들이 15년, 5년 1년 할 것 없이 '평행'으로 현재에 다닳는 그 순간을 느끼며 다양한 생각이 들었다.



소설의 제목 유니스는 이런 데이터 재현을 하는 회사의 이름이다.


UNIS는 띄어 쓰기에 따라 U(you) N(and) I(I)'s가 되거나 Y(you) NI(need)s 혹은 Un(NOT) is(Being)이 되기도 한다. 주인공의 이름을 빌려 'Yoon is...'로 보이기도 한다.



사람이란 사실상 굉장히 복잡하기에 '완전한 재현'이란 불가능하다. 소설에서도 언급되지만 '관계'에 따라 다른 '페르소나'가 존재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었지만 '가족'에게는 엄격한 사람, 혹은 주변인들에게는 엄격하지만 '가족'에게는 따듯한 사람이 있듯, 사람의 성향은 유동적이고 '관계'에 따라 설정된다. 고로 어떤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도 하다.



소설은 짧고 간결하고 휩지만 그것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꽤 철학적이다. 개인적으로 비슷한 소재를 닮고 있는 소설을 몇편 봤다. 짧고 간결하게 여운을 주는 이번 '유니스'는 꽤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dig/epd/ebook/E000012037964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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