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잔잔하고 몰입감 좋은 좋은 강력추천 단편소설_

by 오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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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는 긴 호흡의 단편소설이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먼 친척 집에 맡겨진 소녀의 이야기다. 요즘 시대에는 흔치 않지만 내가 어린 시절까지만 하더라도 부모님이 바쁘시면 친척집에 맡겨두는 일이 흔한 편이었다.



나 역시 어린시절, '사촌' 집에 맡겨졌던 기억이 있다. 소설은 잔잔하다. 애정 없는 부모에게서 낯선 친척에게 맡겨진 소녀의 시선이다. 그 묘사가 꽤 생생하여 그시절 그곳에 있는 듯한 착각마저 준다.



'핑거스미스'라는 영화를 보면 잔잔한 배경에 서정적인 분위기를 보여준다. 물론 영화는 이후 극변하며 반전을 보여주지만 영화가 표현하는 서술적 분위기가 소설에서도 물씬 느껴진다. 생각해보자면, '핑거스미스'보다는 '길버트 그레이프' 쪽이 더 가까운 것 같다.


읽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느낌은 '민음사 고전' 중 일부를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시대적 배경도 그렇지면 '줄거리'보다 '묘사'가 많은 부분도 그렇게 느껴진다. 분명컨데 소설을 좋아하는, 특히 민음사 고전 시리즈처럼 '문학'을 좋아한다면 일독할 것을 권해본다.



소설의 문체는 짧고 간결하다. 늘어짐 없어 단백한 느낌이 많이 든다. 감정 표현 역시 직설적이지 않다. 읽어가며 독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둔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는 보여주는 사람일 뿐 강제적으로 감정을 주입하고자 노력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소설을 좋아한다. 강제로 '이 구간을 슬플 겁니다.'라고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소설보다 담담하게 서술하며 독자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소설들 말이다.



'선과 악'이 분명하고, '좋음과 싫음'이 명확한 소설보다는 이런 류의 소설이 꽤 오랫 동안 마음 속에 남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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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분명 '추리소설류'는 아니다. 어떤 사건도 없고 엄청난 반전도 없다. 그저 잔잔하게 소녀의 시선으로 사건이 흘러갈 뿐이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그리고 어디선가 있을 사람과 이야기의 흔적이다.



그러나 소녀의 어깨 위에 함께 올라 그 서사를 오롯하게 느끼다보면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호기심이 저절로 불러 일어난다.



'소녀'의 부모와 맡아주는 부부는 어떤 관계일까, 어째서 부부는 아이에게 그토록 애정을 갖고 있는가. 맡아주는 부부에게서 느껴지는 따뜻하지만 침울한 분위기는 어째서 나오는 걸까.



이런 생각들이 마치 추리소설을 보는 것처럼 그 배경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냥 '모호함'과 '의문'만 잔뜩 던지고 마는 삼류 소설과는 달리, 이 소설에서는 친절하지 않지만 스치듯 그 의문을 하나 둘 풀도록 해준다.



작가는 개입하지 않는다. 소녀는 그저 일어나는 사건을 제3의 인물에게 듣게 되고 대략적인 짐작을 하게 된다. 아직은 어린 소녀의 '순진함'과 '무지함'을 통해 '독자' 역시 담담하지만 어른들에게 있었던 씁쓸한 과거를 짐작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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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우연한 계기로 고르게 됐다. 아이의 책을 사기 위해 서점 방문 중 '아이'가 추천해 준 책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식으로 책을 고르는 경우가 많은데 성공 확률이 스스로 골랐을 때보다 높은 편이다.



'아이'가 고르거나, '출판사'가 제안한 책에 그냥 '응'하는 방식이다. 그저 분량이 얼마나 되는가, 내가 읽을 수 있을 시간이 얼마나 있는가,만 따지고 수동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선택하게 되면 우연하게 꽤 좋은 작가와 평소 관심을 두지 않을 법한 소재를 만나게 되는데 이렇게 발견된 작품에서 나의 세계관이 넓어짐을 느낄 때가 많다.



개인적으로 '맡겨진 소녀'는 아이에게 '아빠가 바빠서 얇은 책으로 하나만 골라줘', 하고 아이에게 주문을 하고 추천 받은 책이다. 얼핏 보기에 제목이나 소재가 결코 내가 선뜻 고를 것 같은 책은 아니지만 역시 대성공이다.



소설은 다른 책들보다 꽤 은은하게 오래 갈 것 같다. 아마 문학을 좋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즐겨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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