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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Apr 12. 2021

[생각] 광고를 올려도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

 책을 좋아한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는다. 빌 게이츠의 독서 습관 중 독후감을 블로그에 올린다는 것을 알았다. 개인 소장과 정보 공유의 의미로 나 또한 올린다. 포스팅 숫자가 쌓여간다. 출판사나 기타 업체에서 광고를 제안한다. 소정의 돈을 주기도 하고 책이나 제품을 제공해 주기도 한다. 해당 내용에 대한 포스팅을 올린다. 죄책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해당 내용에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거짓을 올리지 않는다. 나의 독후감은 줄거리를 요약하지 않는다. 책에 대한 무조건적인 칭찬이나 없는 말을 지어내지 않는다. 나의 글은 대부분 책의 내용과 다르지 않지만 분명 책의 내용을 그대로 옮기지 않는다. 내가 그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나의 생각을 정리한다. 나의 독후감은 책과는 전혀 다른 또 다른 문학으로 사람들에게 소개된다.

 나는 소재를 제공받는다.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책은 무조건 완독 한다. 철칙이다. 출판사가 제시한 포스팅 날짜를 맞추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완독 하지 않은 책은 포스팅하지 않는다. 나의 글에는 거짓이 없다. 나는 책에서 억지로 좋은 부분을 소개하지 않는다. 다만 책에서 억지로 좋은 부분을 찾아내어 거기서 배우려고 한다. 아주 쓰레기 같은 내용의 책이 있다고 치자. 형편없고 오히려 내용은 오류투성이다. 나는 그 책에서 오류를 찾아내어 그것에 대한 정보를 수정하여 포스팅한다. 막대기는 짚으면 지팡이고 휘두르면 회초리가 된다. 출판사가 정해준, 혹은 작가가 정해둔 매뉴얼에 따르지 않고 내 멋대로 해석한다. 나의 글은 광고도 있지만 실제 내가 돈을 주고 사서 읽은 책의 비중도 상당히 많다. 내가 돈을 주고 사서 읽은 책들의 경우에는 상당히 편향적인 주제들이 많다. 고로 고른 독서를 이루지 못한다. 나의 글을 보는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독서의 범위도 줄어든다. 도서를 제공받으면 생각지도 못한 주제에 관해 읽어보게 된다. 가령 '식물의 역사'나 '범죄자의 일기' 같은 내가 서점에 가면 고를 것 같지 않은 주제의 책들을 무작위로 읽게 된다. 내가 다를 수 있는 지식의 범주가 넓어진다.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책을 소개할 수 있게 된다.

 책을 소개함에 있어 죄책감이란 조금도 없다. 서점에서 아무 책을 고른다. 휘리릭 훑어본다. 책의 내용의 99%가 뻔하디 뻔한 소리라고 할지라도 책의 어느 부분에 있는 단 한 줄이 맘에 든다면 나는 그 책을 무조건 소장한다.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 책은 꽤 많다. 이 책 중에 단 한 줄도 건질 게 없던 책은 단 한 권도 없다. 내가 펴 든 책에서 한 줄도 건질 게 없다면 나는 아주 미세하게 그 책을 살펴보고 여러 관점으로 다시 본다. 그러면 단 한 줄이라도 찾아낼 수 있다. 그 한 줄은 내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매우 좋은 소재가 된다. 뒷 광고의 말이 많다. 광고라는 이야기를 슬쩍 빼놓고 광고를 해야 사람들에게 신뢰를 준다고 한다. 나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라고 글을 쓰면서 그것이 신뢰를 훼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출판사로부터 제공을 받아 작성한 리뷰이지만 결코 없는 이야기를 하진 않는다. 오류에 대해선 오류라고 지적한다. 자신이 내놓을 책에 대한 검수가 부족하거나 자신이 없는 출판사라면 나에게 제안을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나는 제안 주신 책들에 대해 나름 읽기 전 사전 판단을 마친다. 

 나름 사람들에게 소개되기 좋은 주제가 될 책들을 제공받고 소재나 내용에 있어서 별로일 것 같은 것들은 제공받지 않는다. 내가 쓴 글에 '강력추천',  '필독'이라는 말이 있다면 거짓은 분명 아니다. 만약 정말 추천하지 않는다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정말 그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기를 바랄 때만 사용한다. 나는 우리나라 출판업이 잘 되길 바란다. 출판업이 성장하려면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으려면 좋은 책이 소개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재미없는 책을 억지 광고로 재밌다고 해선 안된다. 하지만 가끔 나의 추천을 받고 실망하거나 재미가 없는 사람들을 만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지만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책이란 기호성이 강한 주제가 많고 각자마다 다른 문해력과 독해력 그리고 어휘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내가 좋다고 한 책을 읽고 실망을 하거나 내가 별로라고 한 책을 읽고 좋았다고 하는 사람이 존재한다. 이는 내가 거짓을 말했기 때문이 아니다. 

 나의 현재 직업은 '책'과는 관계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영향력이 '책'에 꾸준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강연'이나 '방송', '출판'을 포함해 어떠한 행위에 있어서 거절할 생각은 없다. 독서에 관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중적인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 'Yes Man'이다. 이를 기회삼아 일확천금의 기회를 얻고 싶다는 욕심이 있지 않다. 그렇다고 금전적인 부분에 있어서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지 서로 성장하고 싶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언제부턴가 내가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읽어야 할 책들의 리스트가 꾸준하게 늘어간다. 분명 책에 연간 200~300만 원의 돈을 꾸준하게 쓰고 있었는데, 이제는 우연하게 받은 2만 원 도서 상품권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출판사에서 꾸준하게 좋은 책을 선물해 주신다. 읽고 싶은 책은 많고 읽어 넘어가는 시간과 속도는 한정적이다. 

 책에 대한 광고뿐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광고에도 죄책감은 들지 않는다. 나는 솔직한 내 심정을 적어둔다. 하지만 최대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제품을 구매하던 말던, 알면 좋을 법한 곁다리 지식을 최대한 집어넣는다. 상품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글을 읽는 행위만으로 여러 가지 정보를 습득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나의 글은 매일 5천 자 이상이 쓰인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거짓을 숨기지 못한다. 이런저런 글을 쏟아내다 보니 마음속에 한편에 있는 좋고 나쁜 작고 사소한 생각까지 모두 털어 낸다. 좀 더 솔직해진다. 나의 글에는 모순이 많다. 정치적으로 보수 쪽을 겨냥하다가 다른 글에서 진보 쪽을 겨냥하기도 한다. 친일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반일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모든 작가의 글이 한결같다면 나의 글도 한결같을 것이다. 나는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과 '신친일파'라는 두 상반되는 책을 모두 읽고 거기에서 모두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리고 독후감을 썼다.

 이 두 책 중 하나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고 하나는 내가 구매한 책이다. 그렇다고 서평의 질이 달라지지 않는다. 충실히 그 양쪽 측면으로 시선을 돌려가며 쓴다. 남자의 역할로 쓰기도 하고 여자의 역할로 쓰기도 한다. 이런 모순덩어리는 사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넓히는 훈련과도 같은 것이다. 나는 '지구온난화는 진실이다.'라는 글과 '지구온난화는 거짓이다.'라는 글을 모두 쓴다. 물론 모순이다. 하지만 각자의 글을 쓸 때 마주하는 마음은 모두 진실이다. 최대한 그 주제에 몰입되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면 이야기에 나는 뒤로 빠져나간다. 그것이 좋은지 좋지 않은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내가 독서를 하는 이유고 즐기는 방법이다. 어쨌건 이런저런 모순 때문에 나는 다양한 책에 대해 긍정적인 독후감을 사용한다. 글의 주제가 책과는 조금 달라질 수는 있지만 거짓을 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나도 모르게 담길 수도 있다. 하지만 노력한다. 그런 저런 이유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광고성 글에 나는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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