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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Apr 25. 2021

[소설] 좋은소재, 뛰어난몰입감, 부족한 결말

'그 환자' 리뷰

설득력 있는 결말을 기대했던 탓일까? 결말만 따지고 들자면 기대했던 만큼의 결과는 보여주지 못했다. 이 소설에 큰 기대를 한 이유는 배경지식 없이 읽었던 이유일 것이다. 결말이 실망스럽다고 책이 재미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책은 충분히 몰입감 있고 소재도 좋다. 책의 도입 부분은 소설에 충분히 몰입시킬 수 있었다. '이 이야기가 소설입니다.'라고 들어가는 것과 '이 이야기는 사실을 기반으로 했지만 확인은 힘듭니다.'는 그 소설을 몰입시키는 정도가 다르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실화', '논픽션'에 더 열광하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논픽션'을 가장했지만 그렇게 보이진 않는다. 그 이유는 소설의 후반부로 갈수록 명확해졌는데, 차라리 정신의학적으로 내용의 일부분을 해석했다면 미스터리함은 사라지더라도 좀 더 좋은 글이 되진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이미 읽어야 할 책들을 산더미 같이 쌓아두고 아이들과 서점을 갔다. 그냥 구경이나 좀 하다 올 생각이었으나, 나는 책 두 권을 구매했다. 그중 하나가 이 책이다. 내 블로그의 검색 유입 상위에 항상 랭킹 되는 '책'이기에 '어떤 책이기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찾는가' 궁금하기도 했다. 어젯밤, 아이들에게 유튜브 '코코몽'을 허락해주고 청포도 몇 개 씻어 놓고 맥주 한 캔을 따서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첫 들어가면서부터 책으로 빨려 들어가게 하는 몰입은 이 소설이 허구가 아닐 수도 있다는 들어가는 말 때문이었다. 밤늦게 읽기 시작한 책을 펴두고 잠에 들었다. 일어난 시간은 새벽 4시 20분. 읽다 잠든 부분의 한참 뒤로 페이지를 넘겨 놓고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완독 했다. 책은 오래 걸리지 않는 책이다. 몰입감도 좋아서 금방 읽을 수 있다. '의료진을 미치거나 자살하게 만든 접근 금지 환자'라는 소재는 매우 신선하다. 실제로 망상 환자 치료의 가장 어려운 부분은 '병식'이다. 스스로 그것이 병이라고 인정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 이 소설은 정신과 의사가 가장 극심한 환자와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읽으면서는 좀 더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됐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을 갖고 읽었다. 소설의 전반적인 흐름이 '딘 쿤츠' 작가의 장편소설인 '어둠의 눈'과도 비슷하다. 초현실주의 소설을 읽는 듯한 시작으로 읽지만 뒤로 갈수록 '허무맹랑'해진다. 어쩌면 이는 나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나는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실체가 있는 것만 인정하는 극 현실주의자에 속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설픈 과학이 근거가 되어주는 허구에도 믿음의 문을 여는 타입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나에게 맞지 않는 듯하다. 망상병은 100명 중 한 명이 걸리는 비교적 흔한 병이다. 학교나 회사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유형이지만  미디어가 만들어 낸 악역 속에서 조현병이나 편집증 같은 망상병은 '악'한 병으로 취급하지만 실제로는 스스로 만들어낸 망상으로 인해 세상의 문을 닫고 고립되는 병이다. 스스로에게 괴로움과 '악'을 남기며 고통을 주지만 주변인들에게 해를 끼치는 병은 아니다. '그 환자'에서 '환자'는 주변에게 해를 끼치는 인물로 시작한다. 

 그를 만나고 나면 모두가 자살하거나 정신병에 걸리고 만다. 사실 주변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망상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여러 힘든 상황을 주곤 한다. 일반적이지 않은 논리를 믿어버리는 망상은 보통 부정적이거나 우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스스로 만들어낸 고립의 상황에 자신을 집어넣고 남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 환자'라는 소설에서 기대한 결말은 따지고 보자면 병이라는 질환을 샤먼에 빗대진 설정도 못내 아쉽다. 책은 최근의 베스트셀러답게 빠르게 읽히고 몰입감도 뛰어나다. 요즘 넷플릭스를 이용하여 드라마나 영화를 정주행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난다. 나 또한 얼마 전까지 취소했던 넷플릭스를 재가입하여 보고 있다. 넷플릭스를 신청해서 보면 끝까지 몰입하기 힘든 드라마나 영화가 있어 금방 포기하곤 하는데, 이 소설은 결과가 실망스럽게 흘러간다고 하더라다도 끝까지 놓치지 않고 보게 된다. 어쩌면 이로써, 소설이 해야 할 충분한 역할을 다했는지도 모른다.

*소설에 스포가 될 만한 내용이 많아 자세한 내용을 기재할 수 없고 소설은 본 포스팅과 상관없이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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